일반 행정직과 교사 간 갈등의 구조적 원인
초기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크게 저항한 곳은 행정실이었다. 교사들의 역할을 행정실에 넘긴다며 항의를 곳곳에서 하였고, 행정실 노조에서 별도의 설문을 만들어 시행하기도 하였다.
행정직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당연히 교원행정업무 경감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청회, 토론회를 할 때에도 행정실 노조에서는 집단적으로 항의를 하는 등의 강력한 저항이 있다.
이들이 이런 저항을 하는 근원에는 교육과정과 관련된 행정업무는 교사들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행정직들의 이러한 저항은 교사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학교의 행정 업무를 지원해야 하는 행정실에서 행정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면 행정실 입장에서는 학교 규모에 따라 일이 다르기 때문에 행정실과 교사들의 업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교사들이 맡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사와 행정실 간의 갈등의 이유는 업무 총량이 줄어들지 않고 수시로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업무를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충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충돌업무는 보건교사의 정수기 관리 문제, CCTV 관리, 배움터 지킴이 담당, 안심 알리미 업무 등이었다.
한쪽에서는 행정업무로 해석하고, 다른 쪽에서는 생활지도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행정실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는 지역교육청이나 본청과의 관계도 있다. 본청에서 장학사가 보내는 공문은 대부분 지역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담당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장학사가 보내온 공문을 모두 교사들이 맡게 되는데, 여기에서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행정실에서는 행정실무사에게 교육전문직원이 발송한 공문에 대한 업무를 교사(부장)들에게 배분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교육청이나 본청에서 장학사들이 공문을 보내는 것도 일반행정직과 경쟁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구조상 일반 행정직의 숫자가 교육전문직(장학사, 장학관)보다 3-4배 많기 때문에 장학사는 가장 힘이 없는 구조이다.
더군다나 2-3년이면 부서 이동이나 전직을 하는 상황에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국·과장(장학관)들도 일반행정직 사무관이나 서기관과 싸워서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비교적 대하기 수월한 장학사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장학사들 이 공문을 보내게 되고 주로 교사들이 담당하게 되는데, 이러한 교육청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국 학교 내 분란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업무분장에 없는, 중간에 떨어지는 애매한 영역도 교사들이 담당하고는 한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의원 요구자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업무분장이 되어있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교육과정과 연관시켜 교사들에게 맡기게 된다. 사실 학교행정업무라는 것이 교육과정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교무기획 전담교사제 도입에 관하여':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첫댓글 교사들과 행정실간 갈등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장학관들이 장학사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장학사는 교사에게 업무지시를 하니까, 행정업무가 교사들에게 내려가는 구조이네요.
교육행정직을 없애고, 교사들이 순환 보직 형태로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를 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 같습니다. 그래야, 교사들과 행정실이 서로 비난하는 사태가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