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비밀
원제 : Captain Carey, U.S.A.
TV방영제 : 캐리 대위, OSS 케리 대위
1949년 미국영화
감독 ; 미첼 라이센
출연 : 알란 랏드, 완다 헨드릭스, 프란시스 레데러
조셉 칼레이라, 리처드 아본드, 프랭크 푸글리아
루이스 알버니, 안젤라 클라크, 러스 탬블린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
'고성의 비밀'은 냇 킹 콜이 불러서 유명해진 '모나리자'라는 주제곡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보다 주제곡이 훨씬 유명하지요. 이 영화에서 '모나리자'는 독일군이 온 것을 알리는 위험신호로 오프닝에서 이탈리아어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이후 주인공 캐리대위가 배신자를 찾기 위해서 다시 이탈리아 지방으로 왔을때 아코디언 연주곡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원제는 "Captain Carey, U.S.A." 로 '미국인 캐리 대위' 인데 우리나라에서 1955년 서울 단성사극장에서 개봉되었을 때 제목이 '고성의 비밀' 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 호수건너의 거대한 고성저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비밀과 음모의 스릴러이기 때문에 '캐리 대위'라는 밋밋하고 심심한 제목보다는 '고성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영화내용에는 더 그럴싸하긴 하죠. 이후 70년대에 공중파 TV에서 '캐리 대위'와 'OSS 캐리 대위'라고 두 번 정도 방영한 적이 있었고, 그 이후 잊혀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단성사극장 개봉시에도 불과 며칠밖에 상영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캐리 대위'를 연기한 알란 랏드는 1940년대의 대표적인 미남배우로 수려한 외모로 인기를 모으며 많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개봉된 작품만 25편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배우인데 1953년 출연작 "셰인"이 워낙 유명하고 걸작 서부극의 반열에 오르다보니 오히려 불운한 배우가 되는 아이러니를 겪었습니다. 많은 개봉작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셰인"으로만 기억되는 인물이 되었으니.... 그래서 그가 출연한 국내 개봉작들의 대부분이 '고성의 비밀'처럼 오래도록 잊혀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셰인'보다 먼저 출연한 작품들도 많이 개봉되었는데 '대폭진' '비정도시' '사랑의 서광' '최후의 지옥선' '해양아' '캘커타' 등의 영화들이었습니다. 개봉작 편수 대비 가장 희귀작이 많은 할리우드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로버트 레드포드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했던 '위대한 개츠비'의 원조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어어로 모나리자를 부르는 장면
1950년 냇 킹 콜이 취입하여 크게 히트한다.
고성의 비밀 아지트에 모인 미국요원 캐리 대위와
이탈리아 레지스탕스들
단 3명만이 알고 있는 비밀 은신처
'고성의 비밀'은 2차 대전 막바지인 1944년 이탈리아 지방에서 시작됩니다. OSS 요원인 캐리 대위(알란 랏드)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 나치와 맞서서 첩보활동을 벌이는 요원으로 그 지역 이탈리아 사람들의 협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곳의 지체높은 가문이 살고 있는 거대한 고성의 지하 창고는 그들의 비밀 아지트이기도 합니다. 그 고성의 주인인 백작부인의 손녀딸 줄리아(완다 헨드릭스)가 할머니 몰래 그곳을 아지트로 제공하고 있었는데 캐리와 줄리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특히 미술품이 함께 보관되어 있는 창고의 다른 내부공간은 캐리와 줄리아 등 3명만이 알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독일군이 이곳을 습격하게 되고 캐리는 내부의 배신자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독일군의 습격에 의해서 캐리는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사랑하는 줄리가 끌려가는 것을 희미하게 보면서.....
이렇게 미국 요원으로 나치에 대항하는 이야기의 오프닝이 끝나면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미국에서 우연히 그림을 발견한 캐리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그때 그 독일군의 습격이 있었던 날 크게 부상을 당한 캐리는 병원에서 지내다가 연합군이 병원을 탈환하게 되어 풀려나게 되고 전쟁이 끝난뒤 미국의 어느 상점에서 줄리아의 고성 아지트에서 보았던 그림을 발견하게 된것입니다. 더구나 그 그림의 가치는 엄청 고가이고, 줄리의 할머니조차 모르는 그 비밀 장소의 그림이 도대체 어떻게 그곳 상점에 진열되게 된 것일까요? 캐리는 그 미술품의 반출과 그날의 배신자가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배신자를 응징하기 위해서 다시 그 이탈리아의 고성으로 향합니다. 이후 그 이탈리아 마을과 고성에서 벌어지는 배신자 찾기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캐리 대위는 고성의 주인인 백작부인의 손녀딸
줄리아와 사랑하는 사이이고 줄리아는
이 비밀 아지트를 백작부인 몰래 제공하고 있다.
내부의 누군가의 배신으로 아지트가 들키고
독일군에 의해서 부상을 입고 쓰러진 캐리 대위
전쟁이 끝난 후 캐리 대위는 어느 상점에서
우연히 줄리아가 제공한 고성의 창고에 있던
그림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고가의 그림 밀반출이 벌어지고 있고,
결국 그짓을 하는 인물이 과거의 배신자일거라고
생각하는 캐리 대위, 이 고성의 사람들에게는
불청객이 된 셈이다.
나치에 대항하는 요원의 신분으로 방문했던 그 마을, 이번에는 옛날의 배신자를 찾아서 처단하기 위한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방문한 마을... 상황은 여러가지가 변해 있었습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이 캐리에게 냉랭한게 그날 독일군의 습격에서 살아 남았기 때문에 배신자가 캐리일수도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다시 고성을 방문하여 백작부인을 만난 캐리,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줄리아가 살아있었습니다. 캐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재회하지만 이미 줄리는 그레피 가문의 남작과 결혼한 사이였습니다. 아지트가 습격당하고 거기 있던 그림들은 국외로 밀반출되고..... 그 사건을 파헤치고자 온 캐리가 그곳 사람들에게는 이래저래 달갑지 않은 상황입니다. 남작은 미술품은 모두 독일군 습격 이후 사라졌다고 말하고, 줄리도 남작과 결혼한 상황에 대해서 캐리에게 변명을 하고, 그렇지만 배신자를 꼭 찾겠다는 캐리는 얼마전 맨발의 남자가 마을에 와서 미술품을 몰래 밀반출해간 정황을 포착하고 사건을 추적하지만 이후 결정적 인물들이 연쇄 살해되고 캐리에게도 위험이 닥치는데......
나치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이야기처럼 전개되던 영화는 과거 사건의 배신자를 찾은 한 남자의 추적을 다룬 미스테리 스릴러로 변모합니다. 옛 사랑과의 재회, 미궁같은 사건에 대한 추척, 관련자들이 살해당하고 오히려 주인공은 살인자로 몰려 쫓기게 되고.... 나름 꽤 흥미진진한 내용입니다. 다만 영화가 80분 정도로 짧아서 너무 서둘려 진행되고 있고, 관객에게 숨고르기와 생각할 시간을 주지 못합니다. 쫓기듯 진행되는 내용이지요. 좀 더 차분하게 2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수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좋은 각색과 밀도있는 연출이었다면 히치콕의 스릴러만큼의 흥미가 있을만한 스토리였는데 그런 면에서 연출과 각본에서의 아쉬움이 있는 영화입니다. 소설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 아마도 영화보다 원작이 훨씬 흥미로울 듯 합니다.
캐리는 죽은 줄 알았던 줄리와 고성에서 재회를 하지만
이미 그녀는 남의 아내가 되어 있다.
미술품 밀반출에 대한 결정적 증언을 하려는
남자가 살해되고....
고성과 그 주변 이탈리아 마을에서 벌어지는
캐리 대위의 흥미진진한 모험
알란 랏드는 40-50년대에 주연으로만 활동한 미남스타로서 타이론 파워, 로버트 테일러 등과 동시대에 활동한 인물인데 영화의 수준이나 인지도가 타이론 파워에 비해서 낮은 편입니다. "셰인'에 비견되는 걸작을 서너편만 더 남겼다면 좀 더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되었을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로버트 테일러 역시 그저 그런 영화에 주로 많이 출연했지만 '춘희' '애수' 등 일찌감치 인지도 높은 수작을 남겼고, '쿼바디스'라는 대작도 성공하여 알란 랏드에 비해서는 훨씬 많이 기억되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들 3명의 미남 배우들은 10여년전 앞 시대의 간판이었던 게리 쿠퍼나 클라크 게이블의 명성과 성공에 비하면 그 뒤를 제대로 잇지 못한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알란 랏드의 작품들이 가장 아쉬움이 큰데, 모처럼 "셰인'이라는 대 성공작을 만든게 오히려 발목을 잡은게 되어 이후 그저그런 배우로 끝나 버리게 됩니다. "셰인'의 그림자를 결국 평생 떨구어내지 못한 것이지요.
'고성의 비밀'은 모험 스릴러인데 혈혈단신으로 사건의 해결과 범인 색출을 위해서 이탈리아 마을로 간 미국인 캐리 대위를 연기한 알란 랏드는 말쑥한 외모와 왜소한 체격이라서 찰톤 헤스톤이나 그레고리 펙, 록 허드슨 같은 배우에 비해서 강인함과 믿음직함이 덜 해 보이는 것도 단점입니다. 헨리 폰다나 제임스 스튜어트도 호리호리한 분위기의 배우이긴 하지만 알란 랏드는 그들에 비해서 키가 훨씬 작기 때문에 이런 장르에서 위기를 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로서의 강인함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것도 배우로서의 한계입니다. 그가 잘생기고 왜소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스크루볼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에 많이 출연하지 않은 것은 연기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워낙 잊혀진 영화, 잠자는 영화가 많은 배우이기 때문에 그의 영화들을 이렇게 한 편 한 편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강해야 한다'라는 원칙이라도 있듯이 왜소하고 유약해 보이는 미남 배우인 알란 랏드가 서부극, 범죄물, 시대극 등의 작품에서 강한척 하는 연기가 뭔가 언밸런스한듯 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 하긴 존 웨인처럼 늘 이길것 같은 인물과는 달리 이런 로맨스에 어울릴만한 배우가 펼치는 모험물의 재미는 또 다르니까요. 그런 면에서 작품의 질과는 별도로 알란 랏드 주연의 영화들이 주는 독특함 묘미가 있고, '고성의 비밀'은 그 중에서 꽤 재미났던 작품입니다.
미술품 밀반출을 조사하기 위해서
밀라노로 가는 캐리와 동행하는 줄리
결정적인 인물이 또 살해당하고 캐리는
살인자의 누명까지 쓰게 된다.
줄리의 비밀...
결국 우여곡절끝에 사건은 해결되고...
ps1 : 이 영화를 보면서도 범인을 추측해 보았는데 20분쯤 지났을 때 범인을 개인적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틀렸습니다. 제가 지목한 범인은 페이크 범인 이더군요. 물론 너무 빤히 범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일부러 지목 안한건데 나름 반전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페이크 범인도 일종의 '공범'이긴 하죠.
ps2 : 1949년 작품인데 49년 말에 런던에서 첫 시사된 이후에 미국에서는 1950년 2월로 개봉이 늦추어져서 195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대상이 되었는데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냇 킹 콜'이 모나리자로 주제가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리지날 영화와 냇 킹 콜은 관계가 없습니다. 영화속에서는 이탈리아어로 모나리자를 다른 사람이 부릅니다. 이게 비 영어권 가사로는 최초의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곡이라고 하고, 또한 뮤지컬 장르가 아닌 영화로는 처음 주제가상을 탄 것이라고 합니다. 냇 킹 콜은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된 1950년에 본인이 '모나리자'를 취입해서 불렀죠. 이런식으로 특정 가수의 노래로 매우 유명한 곡인데 영화에선 다른 사람이 부른 경우는 종종 있지요. 대표적으로 데비 분이 부른 'You Light Up My Life' 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은 영화에서 등장한 뒤 데비 분 이라는 가수가 다시 취입했고, 아카데미상을 받았는데 데비 분의 노래로 알려지게 되었지요. 영화에서는 다른 가수가 불렀지만.
ps3 : 후반부의 창고에서의 격투장면이 꽤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합니다. 이 클라이막스 장면은 잘 연출했네요.
ps4 : 이탈리아 인을 연기한 주요 배우들이 모두 이탈리아 출신이 아닙니다. 특히 배신자로 누명쓴 가족의 아들 피에트로 역으로 러스 탬블린이 출연하는데 후에 '7인의 신부' '페이톤 플레이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에 출연한 뮤지컬 청춘스타가 됩니다. 15살때 출연작이지요.
ps5 :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모나리자의 영화속 오리지날 장면과 맹인 아코디언 연주가가 연주하는 장면등 영화속 모나리자가 나오는 두 장면입니다. 불과 40여초 부른 노래로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은 좀 아이러니합니다. 연주장면까지 합쳐봐야 2분 남짓. 냇 킹 콜 의 취입곡이 1950년에 히트하는 덕분에 상을 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고성의 비밀/캐리대위(Captain Carey, U.S.A.49년) 모나리자 주제곡으로 더 유명|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