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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대통령, ‘리튬 수출국 기구’ 결성 지원 의지 보여
◦ 루이스 아르체 대통령, 중남미의 이익 수호 천명
- 볼리비아가 중남미 국가들을 주축으로 한 국제 리튬 생산국 기구 결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볼리비아 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볼리비아는 멕시코가 제안한 리튬 생산국 기구 설립과 정책 수립에 힘을 보탤 의지가 있다고 밝히며, 중남미 국가들이 서로의 이익을 지키고 국제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로 연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처럼 볼리비아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동참을 독려한 리튬 생산국 기구는 중동의 원유 수출국들이 국제 원유 시장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운 석유수출국기구(OPEC, 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의 리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가장 처음 제안한 인물은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으로, 오브라도르 대통령 역시 리튬 자원을 이용해 중남미가 국제 사회에서 더 큰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 리튬 채굴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국영 리튬 기업이 관여
- 볼리비아는 지난 2023년 1월, 우유니(Uyuni) 지역 리튬 개발 사업자로 중국계 리튬 배터리 제조사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imited)이 주도하는 CBC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 해당 프로젝트 사업권을 얻기 위해 미국의 릴락솔루션(Lilac Solutions)과 러시아 우라늄원그룹(Uranium One Group)도 입찰에 참여했다.
- 볼리비아 정부는 여러 업체 중 CBC 컨소시엄을 선택한 이유로 CBC가 볼리비아의 리튬 주권과 사업 방식을 가장 잘 존중할 수 있는 업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리비아는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더욱 중요한 원자재가 될 리튬을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지정했으며, 앞으로 리튬 채굴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국영 리튬 기업 YLB(Yacimientos de Litio Bolivianos)를 통해 관리하는 등 엄격한 감독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 볼리비아, ‘리튬은 볼리비아의 미래’
◦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볼리비아
- 원유 산업의 중심지가 중동이라면, 리튬 산업은 앞으로 중남미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요 산유국이 중동 지역에 있지만, 리튬은 전 세계 매장량의 대부분이 중남미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지질 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이 지난 2020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 3개국에 전 세계 리튬 총매장량의 60% 가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다.
- 리튬 트라이앵글(lithium triangle, 또는 ABC triangle)이라고 불리는 이들 3개 국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리튬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볼리비아이다. 볼리비아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4분의 1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글로벌 리튬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는 볼리비아가 자체적으로 리튬을 탐사하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외국 자본과 기술에 상당 기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볼리비아 정부가 리튬 개발에 있어 자원 주권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여 외세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타 중남미 국가도 기술력 부족 절감
- 볼리비아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은 다른 리튬 보유국도 마찬가지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기술 부족으로 셰일 가스를 최근에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리튬 채굴 능력 역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리튬은 정제와 채굴 능력에 따라 같은 매장 면적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크게 달라지는데, 아르헨티나 정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 그리고 칠레도 비슷한 이유로 리튬 채굴의 상당 부분을 외국계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 중남미 국가들이 리튬 자원과 관련하여 상호 연대의 중요성을 말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리튬 개발을 단일 정부 차원에서만 진행한다면 자칫 자원 주권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타 지역 국가들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서로 이웃한 중남미 지역 국가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 원유 개발 사업에서도 중남미 국가와의 협력 강화 움직임
◦ 아르헨티나와 유전 개발 협력
- 자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중남미 국가 간의 연대를 시도하는 볼리비아의 노력은 리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볼리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 YPFB(Yacimientos Petrolifos Fiscales Bolivianos)는 아르헨티나의 국영 에너지 기업 YPF S.A.(Yasimientos Petroleo Fiscales S.A.)와 협력하여 차라구아(Charagua) 지역 유전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 차라구아 X-1 유전은 추정 천연가스 매장량 1조 큐빅피트(cubic feet)에 달하는 대형 유전으로, 볼리비아 정부가 중요 자산으로 삼으려 하는 지역이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과 손잡았다는 사실은 볼리비아가 자원 개발에 있어 중남미 지역 내 국가와 좀 더 깊은 협력 관계를 맺을 뜻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콜롬비아 에너지 기업도 볼리비아 방문...지역별 블록화 가속되나
- 한편, 콜롬비아 에너지 기업 카나콜에너지(Canacol Energy Colombia)도 볼리비아 YPFB와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볼리비아 정부가 차라구아 X-1 개발 협력을 발표한 것과 비슷한 시기, YPFB는 카나콜에너지의 기술팀이 볼리비아 내 유전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볼리비아를 방문했다고 알렸다. 카나콜에너지는 콜롬비아 에너지 개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업체들 중 하나로, 만약 YPFB와 카나콜에너지가 손을 잡게 되면 앞으로 대형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협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 중남미는 오랜 기간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기술력으로는 선진국에, 자원 외교력에 있어서는 중동에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제는 세계 경제에서 큰 발언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볼리비아 역시, 리튬을 볼리비아의 경제 성장과 국가 위상 제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리튬 보유 국가인 볼리비아가 지금처럼 자국 이익을 위해 중남미 지역 블록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자원 정책을 새로 도입할지 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Bolivia president calls for joint Latin America lithium policy, 2023.03.24.
Mining.com, Bolivia pushes for Latin America-wide lithium policy, 2023.03.24.
Mining Weekly, Bolivia President calls for joint Latin America lithium policy, 2023.03.24.
Mining.com South America looks at creating “lithium OPEC”, 2023.03.06.
Reuters, Bolivia taps Chinese battery giant CATL to help develop lithium riches, 2023.01.21.
Mining Technology, Bolivia selects CATL-led consortium to develop lithium reserves, 2023.01.23.
The Guardian, Bolivia’s dream of a lithium future plays out on high-altitude salt flats, 2023.01.25.
America Economia, Governments of Bolivia and Argentina associate to invest in oil exploration, 2023.04.04.
Prensa Latina, Bolivia and Argentina strengthen energy cooperation, 2023.04.04.
DW, Bolivia begins hydrocarbon exploration in a well in a nature reserve, 2023.04.01.
Pagina Siete, Canacol Energy of Colombia makes technical visit to Bolivia for exploration, 2023.04.04.
[관련 정보]
1.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협력하여 유전 개발 추진 (2023. 4. 6)
2. 볼리비아,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 개발 정책 공조 제안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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