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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uerite
구리뱅뱅
"곧 결혼 앞둔 신부가 얼굴이 그게 뭐예요, 좀 웃어요."
선으로 만난 남자와의 결혼.
9번의 만남으로 나는, 쉽게 결혼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그치만 정말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건지,
정말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이제 돌이킬 방법은 없지만.
"정말 왜그래요, 수빈씨? 어디 아픈거예요?"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보던 그는 조심스럽게 내 얼굴에 손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입맞춤.
싫지 않지만, 좋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만남에는 흔히들 말하는 설렘이 없습니다.
이런 뜨뜨미지근한 만남이 결혼으로 발전해도 되는걸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의 마음이 다 그렇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투둑-. 투둑-.
기분도 안 좋은데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 우산이 없습니다.
딱히 비를 피할 생각도 없습니다.
가끔은 비오는 거리를 그냥 이렇게 걷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때, 바로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감기걸려요. 이 우산 쓰세요."
내게 우산을 내민 건,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자.
무슨 이유에선지 내게 우산을 건네며 환하게 웃어보입니다.
"자, 여기요. 저는 빨리 짐 날라야되니까 우산 필요없어요."
선해보이는 인상에, 건장한 몸.
목에는 땀에 젖은 수건을 두르고 있는 이 남자의 뒷편에는 이삿짐센터 트럭이 보입니다.
남자는 내 손에 우산을 꼭 쥐어주고,다시 트럭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 가슴도 조심스럽게 뛰기 시작합니다.
이 것이, 그와 나의 첫만남.
*
그리고 다시 그를 보게 된 건,
결혼이 두어 달쯤 남은 어느 주말이였습니다.
"어, 저번에 우산…, 그 분 맞죠?"
기분전환 좀 할 겸 꽃화분 하나를 사려고 꽃집에 들어서는 제게,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비 오는 날, 내게 우산을 주었던 그 남자였습니다.
가슴이 또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아, 이 꽃 집에서 일하시나봐요? 우산 다음에 가져다 드릴게요."
그는 괜찮다고 호탕하게 웃더니,
무슨 꽃을 사러 왔냐고 내게 묻습니다.
"그냥 키울만한 꽃 추천해주세요."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저 쪽 구석에서 새로 들여온 듯한 꽃을 꺼내옵니다.
"이 꽃, 마가렛이라는 꽃이에요. 예쁘죠?
당신한테 아주 잘 어울려요."
아름다운 꽃입니다.
하얀 꽃잎이 은은한 매력을 풍기고
가녀리면서도 굳세 보이는 그 꽃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냥 가져가세요. 제 선물입니다."
나는 당황스러워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붉어진 얼굴로 그가 다시 입을 엽니다.
"마음 속에 감춰둔 사랑, 이게 마가렛 꽃말이예요.
이 동네에 사시죠? 꽃 집에 자주 오셔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와 만나주시겠어요?"
가슴이 미친듯 방망이질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거 아주 잘 알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있으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랑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하늘의 선물,
그러나 나에게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 하늘이 내린 숙제.
나는 어쩌면 좋을까요.
결혼식도 잊은 채, 나는 그를 그리고 그는 나를.
우리는 서로를 미친듯이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랑이 독이 될 줄 모르고.
그와 나는 짧은 시간동안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제가 늘 기다려온 이상적인 연인이였고
그를 대할 때는 언제나 머리보다는 마음이 먼저 반응하곤 했습니다.
그를 사랑하지만 현실은 그리 달갑지 못했습니다.
그와 만나면서도 결혼준비는 차곡차곡 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그와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고싶었지만
그는 내가 곧 결혼할 여자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젠 나는 어찌해야 좋을까요?
결혼을 되돌리기에도, 그와의 사랑을 되돌리기에도
지금은 너무나 늦어버렸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라고 속으로 다짐하고 그를 만나러 간 어느 날이였습니다.
15분이나 일찍나와서, 먼저 커피를 주문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에 달린 종이 딸랑- 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아주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얼굴,
제 약혼자였습니다.
그는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는 듯 자리를 둘러보다가 이내 내 얼굴을 발견합니다.
그는 뚜벅뚜벅- 기계적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누구 기다려요?"
마치 기계같은 그의 음성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흐트러짐없이 빗어넘긴 머리도,
답답하기까지한 넥타이 색깔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친구요."
어쩔수없는 거짓말을 하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그가 내 앞자리에 앉으며 말합니다.
"나도 약속시간 일찍나왔는데, 30분이나 남았어요.
친구분 소개 받아도 되죠? 그럼 여기 앉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저 뒤에 막 도착한 그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는 내 약혼자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아, 우리 웨딩드레스 고르러 가야죠. 언제가 좋을까요?"
바보같은 남자.
멍청한 남자.
이 남자의 말에 그의 얼굴 표정은 놀라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버립니다.
다른 남자들이였으면,
내게 달려와 뺨이라도 한대 때리겠지요.
그치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 앞에 있는 남자 앞에서 그런다면,
내가 곤란할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일겁니다.
그의 눈가에 고여 있는 것은 눈물이겠지요.
그리고 그는 뒤돌아 나갑니다.
내 약혼자는 내 안색을 살피더니 뒤를 돌아봅니다.
그는 이미 나가고 난 뒤입니다.
그를 쫓아 따라가고싶지만,
그 순간 나는 사랑보다는 현실을 택했습니다.
그의 뒷모습이 며칠 밤을 계속 아른거렸지만.
*
결혼식 날입니다.
아직도 그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 후로는 전화도 한 적없고, 꽃집에서도 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약혼자, 아니 이제 내 남편이 될 남자는 내가 예쁘다며,
이런 신부를 맞은 건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도, 정말 단 한개도 기쁘지 않습니다.
결혼식 시작하기 전,
아직도 내 마음은 혼란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그가 나타나 준다면,
나는 그와 도망가버릴지도 모릅니다.
탈칵-.
그 때, 예식장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신부대기실에 들어옵니다.
그녀는 마가렛 꽃을 들고있습니다.
"이거, 결혼축하한다며 어떤 남자분이 전해드리래요. 행복하라고 하시던데요?"
그입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나 모르겠습니다.
나는 일어섭니다.
그리고 밖을 향해 달립니다.
"신부님! 이제 곧 예식입니다!"
주변의 말은 윙윙거리는 소음이 되고,
나는 그를 찾아 달립니다.
그는 예식장 밖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예식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찬 공기가 턱 하고 숨을 막히게 합니다.
나는 그래도 그를 찾습니다.
횡단보도 저 건너 편에 드디어 그가 보였습니다.
그는 나를 보더니 당황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도 이내 내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어서 그에게 달려가렵니다.
더이상 그 밖에 보이지 않게된 나는 무작정 달려갑니다.
빨간불이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미처 내눈에 들어오지 못한 트럭.
끼익-!!!!!!!!!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나를 밀치고 대신 치인 그 남자.
"민재씨!!!"
"수빈씨, 당신은 오늘 정말 아름다워요…부디 행복하세요.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
나는, 지금 내 목숨과 당신을 바꾼거예요. "
말하기가 힘겨워 보이는 그였지만,
그는 다시 입을 엽니다.
눈물로 마스카라가,그리고 화장이 번져 그의 얼굴이 얼룩져보입니다.
"그러니까, 슬퍼하지말아요. 난 , 지금 행복하니까."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다시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내 웨딩드레스가 피로, 그리고 눈물로 얼룩집니다.
사랑합니다,너무나.
*
드디어 등업이 됐어요!
ㅠ_ㅠ축하해주세요!
다른곳에 썼었던 소설 가지고 왔어요.
ㅜㅜ실력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앞으로 많이 올테니깐 사랑해주셔요!ㅠ_ㅠ
꼬리주시면감사해요!
첫댓글 진짜슬퍼요.ㅜㅜ그후이야기부탁드려도되요?
네, 기회되면 꼭 들고 올게요ㅠ_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하루 되세요^^
글씨 안보여요 ㅠㅠ
엥??ㅠ_ㅠ글씨가요??왜그럴까요?! 제겐 잘보이는데...태그쓰지도않았는데...!! 흑흑다시한번확인하고 계속그러면 다시 말씀주세요..ㅠ_ㅠ
테디:) 잘봤어요, 진짜 슬프네요. 그후이야기 보고싶은데요? ^^ 그리고 등업되신거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ㅠ_ㅠ그후이야기가지고또올테니깐 또읽어주셔야해요~ 히히그럼 좋은하루되세요!
잘 읽었어요 근데.. 제 눈이 나빠서 글씨가 잘 안보였어요 ㅠㅠ 읽는데30분 걸렸음 ㅠ
헉정말요?ㅠ_ㅠ죄송해요...
보기 - 텍스트크기 - 보통으로 해주시고 글자크기 수정해주세요^^; 진짜 잘 안 보이네요.. 사람들은 보통.. 텍스트크기 보통으로 해두거든요;ㅅ;
아정말요??ㅠㅠ!!감사해요전고민했었는데..히히이제고쳤어요
글씨가 너무 작아요; 깍쟁이님 말대루 해주셧슴 ㅠ_ㅠ..;;
고쳤어요ㅠ_ㅠ이제보는데지장없으시죠??
하나도안보여요;읽고싶어요ㅠㅠ !
수정했어요!ㅠ_ㅠ제가뭘모르고...흑흑
으아ㅠㅠ....너무불쌍해요!!이어지는거보고싶엇는데..헤헤번외써주세요~!
네네 히히지금쓰구있어요 ! 번외쓰면 읽어주실꺼죠??ㅠㅠ 좋은하루되세요 ♥
아아- 너무너무 가여웠어요ㅜㅜ 번외 꼭써주세요!!!
네네읽어주셔서감사해요!ㅠㅠ
너무슬퍼요 ㅠ_ㅠ !! 잘보고가요 ♡
ㅠ_ㅠ꼬릿말감사해요! 히히좋은하루되세요!
전번에 보구 바빠서 답글을 몬 달 았네요//ㅋㅋ 그래서 번외편보고 달려구 날라왔따구요//ㅋㅋㅋ 완전완전 조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외도 좋았아요//ㅋㅋㅋㅋ
감사해요! ㅠㅠ히히 과분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