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원제 : The Hucksters
1947년 미국영화
감독 : 잭 콘웨이
출연 : 클라크 게이블, 데보라 커, 에바 가드너
시드니 그린스트리트, 아돌프 멘주, 키난 윈
에드워드 아놀드
'Huckster' 라는 단어는 '상인, 행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다소 생소한 이 단어의 제목을 우리나라에서 상영시에는 알기 쉽게 '샐러리맨' 이라는 제목으로 상영했습니다.
제목이 상인, 판매원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마케터'나 '광고대행사'가 더 맞습니다. 그럼에도 좀 더 고상하지 못한 단어인 'The Hucksters' 라는 제목을 사용한 이유는 영화를 보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판매를 위해서 비굴한 광고대행사, 즉 광고주에게 설설 기며 복종해야 하는 광고대행사의 '을'로서의 비굴함을 지적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빅터 노먼(클라크 게이블)은 원래 호텔에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영업인으로 과감히 진로를 바꿉니다. 그는 킴벌리 광고대행사의 대표 킴벌리를 찾아가서 연봉 2만 5천달러를 주면 그 이상의 업적을 보이겠다고 야심있게 이야기합니다. 킴벌리는 비누업계의 거물 에반스라는 회장의 뷰티 비누라는 제품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었는데 에반스에게 벌벌 기는 킴벌리의 모습을 본 빅터는 기분이 씁쓰레합니다. 광고모델로 선정된 여러 인물 중에서 전쟁 미망인인 케이(데보라 커)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케이는 어린 남매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에반스 비누의 광고에 응하면 원하는 기부단체에 5천달러를 지급하기로 되어있는데 케이를 찾아간 빅터는 광고제안을 하고 케이는 기꺼이 응합니다. 광고사진을 찍으러 간 케이는 다소 야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포즈가 부담스러웠는데 빅터는 즉석에서 컨셉을 바꾸어 아이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는 포즈로 대체합니다. 에반스에게 불려간 킴벌리와 빅터, 빅터는 비누가 특수한 여성이 아닌 보편적인 소비자들에게 많이 팔아야 하는 상품임을 역설하고 에반스의 신뢰를 얻는 반전을 이루어냅니다.
대뜸 광고회사에 찾아가
대표를 만나겠다고 하는 빅터
킴벌리 광고회사 사장에게 야심차게
계획을 말하는 빅터
당시 26세의 데보라 커
영국영화에만 출연하다가 모처럼
할리우드 영화에 본격 출연한 작품
자신이 제안한 야한 설정으로 광고를 하지 않아
못마땅한 대 광고주
이렇게 해서 성공적인 성과를 올린 빅터는 케이와 가까워지고 에반스 부부와 함께 클럽에서 축하하는 자리를 즐깁니다. 클럽의 가수인 진 오길비(에바 가드너)는 빅터와 가까운 사이였고, 진과 케이 사이에 빅터를 두고 묘한 경쟁심리가 흐릅니다. 빅터는 케이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호수가의 호텔을 예약하지만 상황이 묘하게 되면서 케이의 오해를 사게 됩니다. 빅터는 상심한 마음으로 다음 광고일을 하기 위해서 할리우드로 향하는 열차에서 진과 재회하게 됩니다. 진은 저녁식사에 빅터를 초대하고 빅터는 응하지만 마음속에는 케이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냘 케이가 빅터를 만나러 예고없이 찾아오는데....
1930-40년대 할리우드 최고 인기 배우였던 클라크 게이블은 세번째 아내였던 캐롤 롬바드가 비행기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몇년간 영화출연을 쉬게 되는데 종전 후 복귀한 뒤 두 번째 영화가 이 작품입니다. 공백기간이 잠시 있었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의 최고 인기 배우 답게 데보라 커와 에바 가드너라는 두 전설적 미녀를 사이에서 행복한 연기를 하는 주인공 역할입니다. 당시 데보라 커는 '흑수선'이라는 대표작을 남기며 이미 정상급의 여배우였고, 에바 가드너는 떠오르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의 비중도 데보라 커가 훨씬 높았고, 에바 가드너는 클라크 게이블과 데보라 커의 사랑을 위한 임시도구 정도의 역할입니다. 두 배우의 평생의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데보라 커는 정숙하고 세련된 여성이고, 에바 가드너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역할입니다. 전쟁 미망인과 클럽의 가수라는 캐릭터가 말해주듯이. 이 작품만 볼 경우는 데보라 커의 지적인 미모가 에바 가드너의 관능미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40-50년대 할리우드의 대표 미녀중 한 명인 에바 가드너가 다른 영화에 비해서 덜 돋보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빅터는 광고출연으로 인연을 맺었던
전쟁 미망인 케이와 가까워지고
클럽 가수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에바 가드너
빅터와 잘 나가다가 삐끗하게 되는 케이
클라크 게이블이 영업인으로 직업을 바꾼 야심있고 도전적인 주인공을 연기하지만 비굴한 사장 킴벌리와 달리 대고객, 즉 갑 중의 갑에게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다운 캐릭터였지요. 물론 후반부에 그런 거만한 광고주의 마음에 드는 성과를 올리지만 영화는 의외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아이가 딸린 미망인과 결혼을 결심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할 상황을 맞이하지만 능력을 인정받고 본인이 원하는 액수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될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굴한 '을' 보다는 당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의 기회를 걷어차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아가는 뭐 그런 결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할 상황이지마 비굴하게 돈을 벌기 보다는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더라도 당당하고 싶다... 뭐 이런 설정. 주인공을 멋지게 포장한 듯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맞지 않는 결말이지요.
'붐타운' '홍키 통크' 등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 했던 잭 콘웨이 감독의 영화에 클라크 게이블이 다시 출연한 것이고 영국영화에만 출연했던 데보라 커가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사가 무척 많고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과정이 다소 밋밋해 보이는데 방영이나 출시가 되지 않은 초희귀작으로 분류되었떤 작품이었지만 최근에 '헉스터'라는 제목으로 DVD출시가 되었습니다. 그련데... 못 봐줄 수준이더군요. 번역이 별로 매끄럽지 않고 많은 대사 중에서 생략된 번역도 많고, 무엇보다 오타 투성이에 심지어 싱크조차 제대로 맞지 않습니다. 이 DVD를 보고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무리입니다. 더구나 중간 부분에서 사운드의 싱크조차 틀리는 구간이 있을 정도입니다. 희귀작 출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주 상태가 엉망인 DVD입니다.
관계회복을 시도하는 빅터와 케이
빅터가 케이와 소원해지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관능적인 여인 진
오늘은 에바 가드너와
내일은 데보라 커와.....
데보라 커, 에바 가드너, 40-50년대 지성미와 관능미를
대표하는 두 미녀 사이를 넘나드는 클라크 게이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만
그런 비굴한 유혹 대신 당당한 길을 선택한 빅터
광고계의 전쟁과 현실, 그리고 남녀간의 로맨스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비교적 평범한 편입니다. 더구나 엄청나게 많은 대사의 이해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의 자막으로 보니 더 평범한 느낌이고, 두 남녀의 로맨스 과정에 대한 설정이 다소 무성의하게 느껴진 작품입니다. 그냥 유명한 스타 배우가 주인공이니 두 미녀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많은 작품중 평타 수준의 영화라고 분류할만 합니다. 광고대행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유사 소재의 전문 영화들만큼 깊이가 있지 못하고, 클라크 게이블, 데보라 커, 에바 가드너라는 초인기 배우 세 명의 얼굴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의미 정도가 있었던 작품입니다.
ps1 : 사랑하는 여자를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가 노래하는 클럽에 데려가는 설정 자체가 많이 황당한 느낌입니다.
ps2 : 배우를 정해놓고 스토리를 억지로 맞춘 내용처럼 느껴지는데 놀랍게도 원작 소설이 있네요. 아마 각색이 많이 들어갔을 것 같지만.
[출처] 샐러리맨(The Hucksters 47년) 영업세계의 갑과 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