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A부동산경제연구소 논단
노대통령 발언의 진의(眞意) - 부양인가? 균형인가?
8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에 단행된 금리인하 조치와 충청권 5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부산 등 지방도시 7개 지역에 대한 주택투기지역 해제 조치와 관련하여, “부동산 경기부양이 아니다. 주택가격 안정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논조로 비판 일변도이고,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정책일관성과 안정성에 대한 (경제주체에게 주는) 경고 메시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일한 발언에 대해 언론 보도 방향은 180° 상반된 반응이다. 한쪽은 혼란을 조장한다는 논지이고, 다른 한쪽은 일관성을 강조한 내용이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언론의 입장이 이렇게 상반되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정말 혼란스럽다.
국가 통수권자인 대통령 발언의 진의(眞意)를 확인하는 일은 향후 국민경제 전개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발언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해 발언원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아래는 발언 원문)
노 대통령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대해선 주택 부문의 부양책은 쓰지 않되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을 조기 집행하는 등 건설경기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상과열 상태의 거품이 빠지는 것인지, 장기적 추세에서 건설 경기 자체가 위축되는 것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부문이 건설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볼 때 주택부문 부양으로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건설경기 침체는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각 부처에서는 국민복지 확대를 위한 SOC 투자와 관련된 수요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동아일보 2004년 8월 24일자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상기 발언 원문으로 볼 때 노대통령의 논지는 “주택부문 부양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다만 건설경기(주택 부문을 제외한) 부양은 내수경기의 더 이상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A 신문의 비판적 논지는 분명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부양이냐? 아니냐?” 라는 혼란을 조장하는 발언이 아니라, 향후 정책방향을 분명하게 밝힌 내용이다.
지난 3~4년 동안 지나치게 과열되었던 주택(아파트와 분양권, 주상복합) 시장 부양이 아니라, 내수 진작과 시중 자금을 국민경제적 선순환(善循環)을 위해 이를 제외한 부동산(건설)시장 부양이라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논점을 바꾸어 2004년 8월 현재 한국 주택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는 대통령의 관점이 잘못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 보자. 필자는 한국 주택가격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2004년 7월~8월에 일본과 호주를 4주간 4차례에 걸쳐 방문하여 이들 국가의 주택가격을 직접 중개업소를 방문하여 시장 조사를 하였다.
이들 국가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주택인 32평형 아파트와 동일한 주택규모(전형적인 중상층 주택)를 선정하여 시장 조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일본 오사카(한국의 부산) 지역은 3억원 수준이고, 요코하마(한국의 분당)는 3억 5천만원 수준이었으며, 동경(한국의 서울)은 5억 내외었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한국의 서울)는 4억 내외 수준이었다.
서울 수도권의 왠만한 32평형 아파트는 평당 1,000만원으로 3억 내외이다. 문제는 일본은 국민소득이 32,000달러 수준이고, 호주는 25,000달러 수준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10,000달러 수준이다. 단순히 국민소득 대비 집값을 분석해 본다면 한국이 일본의 2.5배~3배 수준이고, 호주의 1.8배 수준이다.
부동산가격(특히 집값)은 중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 지불능력 수준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과 자금유동성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는 그 이상으로 형성될 수는 있다. 한국의 집값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분명 2배 이상 거품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04년 8월 현재 노대통령의 주택시장에 대한 인식이 과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주택 외 건설시장의 부양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자.
부동산시장도 투기장판이라고는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엄연히 생산재(生産財) 겸 자본재(資本財)로서 국민경제에서 가장 큰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경제의 필수요소이다. 부동산소득이 투기(投機)냐 투자(投資)냐 하는 관점은 국민경제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부동산에서 창출된 소득이 경제에 선순환(善循環)을 유발시키는가, 아니면 악순환(惡循環)을 유발시키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이미 모든 경제주체들이 실감하고 있듯이 2004년 8월 현재 한국경제는 작년 10.29조치 이후로 극심한 내수부진과 시중 자금의 유동성 상실 상태에 있다. 방치하게 되면 경제 악순환(惡循環) 골이 더 깊어질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4년간 지나치게 과열되었던 부분(주택-그 중 특히 아파트)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 시장 부문에 부분적 부양조치를 선택한다고 한다고 해서 일관성 없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을 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옛 말에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있듯이 국민경제도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 같다. 병을 제 때에 치료하지 못하면 더 큰 병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소득을 국민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투기적 소득으로만 몰아부쳐 이를 거시정책의 수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는 “똥은 더러운 것이니까 인체에서 똥집을 아예 제거해 버리자”는 논리와 같다. 부동산시장도 국민경제의 일원으로서 기능(경기부양)을 수행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2004년 8월 현재 노대통령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국민경제적 인식이 결코 잘못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표현을 더 정밀하게 가다듬자면 “정책방향이 부양이 아니라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균형”이란 그동안 비과열되었거나 또는 덜 과열된 부문을 활용하여 내수시장의 자금선순환(資金善循環)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2004년 8월 26일 새벽...
LBA부동산경제연구소 김점수 소장..... www.lba21.com
(본 논단은 특정언론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사 내용의 일부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부적절할 수 있다는 논지를 전달하기 위함 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