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금년(2008)을 International Year of Planet Earth(‘지구의 해’)로 정하고 2007년에서 2009년까지 각국 정부로 하여금 지구를 위한 행사를 하게 독려했다. 직역하면 ‘行星지구의 國際年’이다. 강조가 국제년(國際年)에 있다. 전 지구상의 나라와 민족들이 ‘어머니 지구’의 축제에 들어간다. 한국정부에서는 ‘지구의 해’ 기념행사를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할당했다.
한국정부에서는 대한지질학회를 행사의 주역으로 지정했다. 동 학회의 3인의 중진이 추진위원장, 조직위원장 그리고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국내의 지구과학자들을 모아 ‘지구의 해’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에는 서울 무역센터(COEX)에서 ‘지구의 해’ 선포식과 학술행사가 있었다.
23일 오전 행사는‘지구의 해’의 의의와 다짐 그리고 ‘지구과학도들의 노고’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격려, ‘축사’ 그리고 건배 등이 있었다. 선포식 때에는 ‘지구의 해’ 한국위원회 조직위원장이 단상에 오르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를 둘러서서 “‘지구의 해’임을 선포합니다” 하고 크게 외쳤다.
오찬 후의 오후에는 여러 방으로 나뉘어 지구과학 각 분야의 논문 발표회가 있었다. 필자도 ‘한반도의 (지질학적) 발달’에 관해 40분간 기조강연을 했는데 내 순서는 오후 5시부터 있은 마지막이었으므로 마치고는 대구행 기차를 타기가 바빴다.
‘지구의 해’ 행사를 위해 유엔 본부는 (1) 지하수, (2) 자연재해, (3) 환경의 안전, (4) 기후변화, (5) 지하자원, (6) 지하 공간, (7) 지구심부, (8) 해양과 (9) 토양, 그리고 (10) 지구와 생명의 기원 등 10개의 주제를 정부에 권고하면서 (10)은 순수히 학술적인 주제이므로 지구의 해 행사에는 9개 주제에 주력하라고 권고했다. 이를 정리해보면, 재해와 안전, 기후와 자원, 지하공간의 개발, 지구 심부, 해양, 토양, 지하수 등 9개 항목이다.
지구과학 각 분야는 전 세계가 당면한 위의 문제들을 자연히 다루게 되어 있다. 유엔은 그것을 독려하고 후원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를 보존하고 지혜롭게 개발하자는 유엔의 노력은 타당하나 미흡하다. 지구과학만으로는 속수무책이다. 지구과학은 지구에 대한 이해를 돕고, 환경파괴를 밝히 보여주고 치료책 혹은 미봉책을 보여주는 정도이다. 과학은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
위에서 필자는 지구의 해 행사가 ‘어머니 지구’의 축제라 했는데, ‘어머니 지구’란 말은 아놀드 토인비가 그의 말년 작 세계문화사의 책 이름을 ‘어머니 지구’(Mother Earth)라 했던 일을 연상시킨다. 토인비는 인류문화의 발전 무대인 지구를 ‘어머니’라 했으니 생태계를 가진 지구야말로 문화역사의 배경이요 출처(出處)란 말이다. ‘지구의 해’는 모든 문화인들의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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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우리 어머니가 죽을 지경이 되었다. 환경이 파괴되어가고 있음이다. 지금의 세계체제가 이대로 있는 한 무한경쟁과 경제전쟁으로 파괴에 가속도가 붙을 뿐이다. 국가간의 경쟁은 생산과 개발이라는 파괴행위의 경쟁이다. 세계체제가 바뀌어야 다소나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므로 ‘지구의 해’ 행사는 지구과학이 주최자는 될 수 있어도 참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지구를 구출해야 할 당사자는 全지구인들이다. 정치, 사상, 문화, 도덕, 종교의 모든 분야가 전지구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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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고 (訃 告)
장기홍 회장님의 모친(母親)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발인 - 2008년 5월 3일 (토) 10시
식장 - 대구 가톨릭대학병원 장례식장 특5호
장지 - 경북 칠곡군 청구공원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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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기와 진화론
강 병 조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은 다른가? 여자의 사랑은 한 곳에 쏟아지는 폭포수와 같은 사랑이고, 남자의 사랑은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지는 개천 물과 같은 사랑인가?
인간도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유전인자의 지배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수컷은 여러 암컷과 교배하여 자기의 정자를 많이 퍼뜨리라는 것이 유전인자의 명령이다. 암컷은 여러 수컷 중에서 가장 강하고 마음에 드는 수컷을 선택하여 그 씨를 받아 새끼를 낳고 돌보라는 것이 유전인자의 명령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사회생물학의 권위자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최근작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및 울산의대 아산중앙병원 신경과 교수인 김종성 교수의 <춤추는 뇌> 중에서 짝짓기와 관련된 내용을 추려서 옮겨보겠다. 동물의 짝짓기에는 일부다처제(polygyny), 일처다부제(polyandry) 그리고 일부일처제(monogamy)가 있다.
인류 집단의 여러 종족의 번식 구조를 조사해보면 일부다처(一夫多妻)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처다부(一妻多夫)제는 정말 귀하다. 기록에 따르면 약 네 종족만이 일처다부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티베트인데 그곳에서는 여자가 귀해서 형제가 한 여인과 결혼해서 산다고 한다.
일부다처제를 하고 있는 집단은 종교적인 집단인 경우가 많다. 이슬람교에서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고 있고 모르몬교에서도 부인을 일고여덟 명씩 거느리고 살기도 한다(최재천. 인간과 동물. 277쪽). 이와 같은 일부다처제가 생긴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모르몬교도들은 미국의 기독교인들과 전쟁을 하면서 많은 남자들이 사망하였기 때문에 그 종교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다처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일부다처제도 아마 이와 비슷한 역사적인 배경이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2008년 4월 11일자에 보도된 미국 텍사스 서부 엘도라도에 있는 일부다처 종교단체‘원리주의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FDLS)’의 일부다처제는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라 병적인 집단이라고 생각된다.
현대 기계문명 사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따르고 있다. 여기는 법적인 강제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구로 따지면 일부일처제가 가장 많고, 종족수로 보면 일부다처의 종족이 많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동물들은 대부분 다 일부다처제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이를 가져도 수컷은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 먹이나 날라다주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또 다른 암컷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경향이 많아진다. 그래서 인간은 지극히 동물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일부다처제의 성향을 지닌 동물이다.
영장류 중에서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할 수 있는 성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는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체외 생식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냄새를 풍기고 돌아다닌다. 그러면 수컷들이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도록 되어 있지만, 인간은 여성이 언제 배란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배란기가 되었다고 뭔가 다른 특징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포유류나 조류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 중에도 일부다처제를 하는 동물이 많다. 양서류인 개구리나 맹꽁이, 두꺼비는 번식기가 되면 한 연못에 모여 짧은 시간 동안 짝짓기를 한다. 이들은 체내수정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교미를 하지는 않는다.
일부다처제를 하는 포유동물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한테 매력적으로 보여야 되니까 몸도 더 커지고 색깔도 화려해지고 뿔도 더 크게 나고 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새들은 그럴 이유가 없어 몸 크기의 차이가 별로 없다. 최근 90%의 새들이 일부일처제를 따른다는 믿음에 문제가 생겼다. 학자들이 한 둥지에서 태어나는 새끼들의 피를 조금 뽑거나 조직을 조금 떼어내 DNA를 조사해보니 아빠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암컷이 의외로 여러 수컷을 상대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결혼한 사람들에게 금실이 좋으라고 선물하는 원앙도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새가 아니다. 원앙 수컷은 아내랑 함께 다니다가 다른 암컷을 보면 그냥 아무 때나 아내가 보는 앞에서 겁탈을 한다. 수컷들은 자기 아내는 지키면서 남의 아내는 겁탈을 하려고 한다. 원앙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오리 종류의 새들이 대부분 다 그렇다. 북아메리카의 유리멧새의 새끼 40%는 의붓자식이라고 한다. 우리가 일부일처제를 하고 있다고 믿었던 많은 새들이 사실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얘기이다(최재천. 인간과 동물. 284쪽).
영국 셰필드 대학교의 Tim Birkhead에 따르면 암컷 새가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반드시 남편보다 몸집이 크거나 매력적인(예컨대 꼬리깃이 화려한) 새라고 한다. 즉 바람을 피움으로써 얻는 암컷의 이득은 뛰어난 유전자를 갖춘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암컷의 정부인 수컷들 가운데에는 이미 자신의 가정(암컷과 새끼)을 가진 경우가 많다. 즉 암컷은 짝이 없는 수새보다는 가정을 이룰만한 능력이 있는 수컷에 관심을 둔다는 말이다. 결국 일부일처제를 이룬 새 세계에서도 암컷은 가장 유리한(지배적이며 뛰어난 자의 아이를 낳고 가정적인 수컷과 함께 키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김종성. 춤추는 뇌. 121쪽).
자연계에서 대놓고 일처다부제를 하는 대표적인 새로는 연각(Jacana)을 들 수 있다. 연꽃 위를 걸어 다니는 새인데,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고 힘도 세며 여러 수컷을 자기 영역 안에 거느린다. 각각의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아주면 수컷이 알을 품고 키운다.
암수 각각 어떤 번식 구조가 더 유리한지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일처다부제 쪽으로 갈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수컷의 입장에서 보면 일부다처제 쪽으로 갈수록 자기 유전자를 전파시키는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동물이건 수컷은 일부다처제 쪽으로 밀고 가려 하고, 암컷은 일처다부제 쪽으로 밀고 가려는 성향이 조금씩은 다 있다(최재천. 인간과 동물. 285쪽).
바소프레신(vasopressin) 호르몬(혈압상승, 항이뇨작용 있음)이 바람기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선일보 2005년 6월 8일자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일부일처제인 프레리 들쥐(prairie vole)에는 vasopressin이 있어서 암컷에 헌신하며 새끼를 정성껏 돌본다. 일부다처제인 초원들쥐(meadow vole)에는 vasopressin이 없어서 암컷에 대한 헌신과 새끼에 대한 헌신이 없다. 이 수컷 쥐의 뇌에 vasopressin을 넣어주니 한 마리 암컷에만 애정을 가졌다.
인간은 어떤 異性을 좋아할까?
스코트랜드의 세인트앤드루 대학교의 Penton Voak 교수팀의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그들은 컴퓨터를 교묘하게 합성해서 여성다운 여성, 중성적 여성, 남성다운 여성의 얼굴을 만들고, 역시 여성다운 남성, 중성적 남성, 남성다운 남성의 얼굴을 합성했다. 그리고 성인 92명에게 이중 가장 매력 있는 얼굴을 선택하도록 했다. 남성이 여성의 얼굴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백했다. 그들은 여성다운 모습의 여성을 선택했다. 일부만이 중성적 여성’의 모습을 매력이 있다고 선택하였다. 여성이 선택한 남성의 얼굴은 다양했다. 여성다운 남성에서 남성다운 남성까지 골고루 분산되어 있었다. 남성다운 얼굴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들의 이유는 어쩐지 폭력적일 것 같고 남을 속이거나 바람을 피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남성다운 생김새와 남성호르몬의 증가는 사기, 폭력 등 부정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한편 남성다운 얼굴의 남성은 면역학적 기능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회적으로는 여성다운 남성의 얼굴이, 진화론적으로는 남성다운 남성의 얼굴이 더 매력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 여성다운 남성을, 또 어떤 여성이 남성다운 남성의 얼굴을 선택하는가?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세인트앤드루 대학교의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를 시행했다. 이번에는 똑같은 상황에서 시간차를 두고 여러 차례 선호하는 얼굴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배란 주기를 이용해 그 여성의 생리 주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배란기 때에는 유별나게 씩씩하고 지배적인 남성적 얼굴을 선호하며, 배란기가 아닐 때에는 여성다운 남성의 얼굴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성의 우세성과 친밀성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배란기에 남성의 우세성을 택하는 것은 이 결정이 진화론적으로 더 근본적인 선택임을 알 수 있다(김종성. 춤추는 뇌. 119-121쪽).
남자가 좋아하는 여성의 아름다움도 진화의 산물이다.텍사스대 Devendra Singh의 연구에 의하면 큰 유방, 큰 엉덩이 그리고 날씬한 허리(S-line, 허리:엉덩이=0.7:1)를 가진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여자들이 2세를 더 잘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커야 출산을 잘 할 수 있고, 유방이 커야 아이에게 젓을 잘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조건에 적합한 여자들이 더 많이 살아남고 더 많이 번식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김종성, 춤추는 뇌. 2005. 118쪽).
조선일보 2008년 4월 11일자 신문에서는, 얼굴 첫인상으로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사랑의 유형을 짐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하였다. AFP통신은 10일“영국의 더럼, 세인트 앤드루스, 애버딘 대학 공동연구팀의 실험결과, 첫인상으로‘장기적 관계’를 원하는지, 아니면‘하룻밤 사랑(one night stand)' 같은 ’일시적인 쾌락’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20대 남녀 700명에게 남녀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이들의 性的 태도를 알아 맞히도록 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의 성적 태도는 질문지를 통해 미리 조사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이 얼굴만으로 性的 태도를 알아맞힌 정확도는 72%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남성의 네모난 턱, 큰 코, 작은 눈을 가졌을 때 남성적으로 느끼고, 그 사람이‘단기적인 육체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팀은“턱의 모양, 코와 눈의 크기에서 미묘한 性的 신호가 방출된다”며 “얼굴로 건강이나 성격의 특징 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는 많지만, 그 사람이 즐기는 romantic한 관계의 방식도 알아볼 수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얼굴만 보고도 상대방의 사랑의 종류까지 알 수 있게 된 것은 인간이 자손을 퍼트리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뇌가 진화된 결과일 것이다.
참고문헌:
최재천 :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궁리출판사. 서울. 2007년
김종성: 춤추는 뇌. 사이언스 북. 서울. 2005년
조선일보. 2005년 6월 8일자. 2008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