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석령 지나거냐
봉림대군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溝) ㅣ 어듸메오
호풍(胡風)도 참도 찰샤 구즌 비는 무슴일고
뉘라셔 내 행색(行色) 그려 내여 님 겨신 듸 드릴고
♣어구풀이
-청석령(靑石嶺) : 평안북도 의주 근처의 고개 이름. 심양으로 가는 도중의
만주 지명임.
-지나거냐 : 지났느냐
-초하구(草河溝) ㅣ : 청석령보다 조금 남쪽에 있는 지명. ‘ㅣ’는 한글문에
스이는 주격조사
-호풍(胡風) : 북녘 바람. 북풍
-참도 챨샤 : 차기도 차구나
-행색(行色) : 차림새
-님 : 여기서는 부친인 동시에 군왕이시 인조(仁祖)를 가리킴
♣해설
-초장 : 이제야 청석령을 지났느냐? 그렇다면 초하구는 어디쯤에 있느냐?
-중장 : 북녘 바람은 차기도 차구나. 더군다나 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종장 : 그 누가 있어 이 초라한 내 차림새를 그려다가 저 멀리 고국에 계신
아바마마께 알려 드릴 것인가?
♣감상
이 시조는 병자호란 뒤 소현세자와 함께 볼모로 잡혀 갈 때의 처참한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곡구은 한발 한발 멀어져만 가고, 낯선 이국 땅에는 찬 바람이
불고 궂은 비가 내리는데, 기약을 알 수 없는 볼모살이에의 절망감과 함께 부왕
(父王)에 대한 생각에 작가의 가슴은 저미기만 하는 것이다.
♣작가소개
봉림대군(鳳林大君, 1619~1659) : 이름은 호(淏), 자는 정연(靜淵), 호는
죽오(竹吾). 조선 17대 임금 효종(孝宗), 인조의 둘째 아들로 소현세자
(昭顯世子)가 돌아감에 1649년에 왕위에 오름. 병자호란 당시는 봉림대군이
었는데 패전하자 인질(人質)이 되어 소현세자(昭顯世子)와 함께 심양으로
끌려가 9년간의 고초를 겪었다. 왕위에 오른 뒤는 병자호란의 국치를 설욕하고
자 송시열(宋時烈), 송준길(宋浚吉) 등과 북벌을 꾀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재위 10년 만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