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여기까지 온 것이다/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그 어떤 쓰라린 길도/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아침 어느 인터넷기사에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 눈에 띄었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모르고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젊은시절 세상을 향하여 '일갈'하였던 , 오늘날 우리사회의 가진자들 대부분이 제일 싫어하는 자중 하나인, 그의 큰일을 마치고 나서 마지막 무슨 소감을 물었더니, '슬픔과 분노'를 또 세상에 조용히 던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