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내가 고2때 길거리에 나앉았다. 아버지는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을 다니셨고 형에게는 영장이 나와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되었으며 평생 전업주부로만 계셨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큰 충격을 받고 신경쇠약으로 들어 누우셨다. 우리는 살던 집에서 도망나와 허름한 연립 지하에 있는, 겨우 누울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가진 단칸방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막내였던 나는 순식간에 집안의 가장이 되었고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공장을 다니며 다시 야간고등학교를 입학하여 졸업하였다. 회사를 다니며 느낀 것은 노동을 통해서는 아무리 천년만년을 일해봤자 우리가족이 처한 상황에서 절대로 벗어날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에겐 절망이였다. 몇번이고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실행에 옮기려고 할때마다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펑펑울다 포기하곤 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이때 나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그때는 이게 병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였다. 대학을 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다른 할 일을 찿아 볼 것인가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서울대에 수석합격한 장승수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이 출간 되었다. 나는 우리집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뭔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무언가 모험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물리적으로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물론 이것은 핑계일 것이다.) 나는 세상이 요구하는 잣대보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것이 무엇인지 찿아 보기로 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은 커녕 PC도 보급화가 되기 전이였던 시절이여서 남자들의 오락거리는 당구장, 오락실, 만화방등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나는 책읽기를 좋아했을 뿐 아니라 만화책도 좋아했는데 그때까지는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만화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 할 수 있는 그런 곳이라면 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만화계에 처음 입문했을때 우리나라 만화시장은 최고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진짜 사나이, 소마신화전기, 미스터 부, 굿모닝 티쳐, 야후, 노노보이등 기라성 같은 작가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만화의 질이 높아지자 독자들의 폭도 한층 넓어져 시장자체가 엄청나게 확장되어 가고 있었던 시절이였다... 그러나.....1997년 IMF가 터졌다. IMF가 터지자 잡지들이 줄줄히 폐간 되기 시작했고 실직자 구제정책이라는 명목아래 도서대여점이라는 자영업이 적극권장되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막 피어 나려던 한국만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나라의 위기앞에서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IMF때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였다. 독자가 직접 사 보진 않았을 지언정 그나마 만화책방과 대여점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수요는 있었고 시장은 돌아갔다. 그러나 1999년, 스타크래프트와 인터넷의 보급 활성화로 안그래도 힘들었던 상황에서 출판만화시장은 완전한 암흑의 시대가 도래 하게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회생을 기다리며 집중치료를 받던 사람이 더이상 가망을 잃고 영안실로 내려 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한국만화가 아직 살아있는줄 아는데 사실 한국출판만화시장은 이 때 죽었다. PC와 인터넷의 등장은 스캔과 다운로드를 일상화 시켰고 이는 만화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창작영역을 초토화 시켰다.
사람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단죄하려 하자 예수께서 말씀 하셨다.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이미 지나간 이야기지만 그래도 한때는 만화계에 종사했던 한사람으로써 만화책을 다운 받는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이 과연 내게 있을까? 또 만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만화책을 다운 받은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을까? 만화계뿐 아니라 모든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과연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있기나 한 걸까? 잘 되는 집안이라면 상황을 탓하기 보다 전적으로 자기자신을 탓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의 여지를 찿을수 있으며 개선의 여지가 보여야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 탓으로는 영원히 발전할수가 없다. 왜냐하면 남 탓은 말그대로 남 탓이기 때문에 자신은 개선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일본야동을 존나게 다운로드 받으며 생각한다. 아...존나게 살기좋은 세상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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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웹툰으로 전향
학창시절때는 만화방가서 300원 신작 500원에 만화책 빌려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새는 비디오만화방이 없더라 ㅋㅋ
빅뱅이라는 프랜차이즈 회사는 잘나가던데
저중 문정후랑 김수용은 웹툰으로 작품활동 하고 나머지 작가는 모르겠네
바람의나라라는 만화가 있었다는 것만 게임해서 알지 하나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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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노동이 무한 반복되니까 희망보다는 앞이 깜깜한 절망적인 느낌임.. 발전이 없다는 거지..
표현 잘했네
한두개 빼고 다 아네
단 하나도 모른다
헐ㅋㅋ 바람의 나라빼고 다 봣엇는데.. 특히 체인지가이랑 천랑열전은 존나 빨면서 봣던 기억이 나네ㅋㅋ
나도 바람의나라 빼고 다봄 ㅠㅠ 하아
굿모닝티쳐모르냐진짜?ㅜㅜ세대차이 격하게느껴지는구만
굿모팅 티쳐,, 진짜 자극적인 내용 하나 없이 존나 평범한 스토리로 소소한 웃음을 준 만화
ㅇㅇ왠지 감동적임
12지 전사 체인지 가이
다이어트 고고 모르냐 ㅋㅋㅋ
우와...매주 화요일에 나오는 소년만화잡지 아이큐점프 샀던 기억나네...
바람의나라 힙합 헬로우티처
난 천랑열전 진짜 재밌게 봤는데.
팡팡인가 뭐지? 암튼 초딩때 그거 사서 만화 존나 봤는데
럭키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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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억남.. ㅋㅋ 소재는 신선했던거 같은데/... 내용은 별로 였던거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