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탈출
원제 : Blood Alley
1955년 미국영화
DVD 출시제 : 블러드 앨리
감독 : 윌리암 A 웰만
출연 : 존 웨인, 로렌 바콜, 조이 킴
폴 픽스, 마이크 마주르키, 베리 크뢰거
아니타 에크버그
예전에 중국을 '중공'이라고 불렀고 대만을 '자유중국'이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북한, 소련 등과 함께 중공은 적대국이었고, 대만과는 우호적 관계였습니다. 그런 중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1992년 한중수교를 맺고 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중공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중국이라고 불렀습니다. 대신 대만과는 단교를 해서 대만 대사관이 눈물의 철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와 외교는 역시나 힘의 원리라는 것을 느끼게 한 부분입니다. 작은 국가 대만대신 수출입을 크게 할 수 있어서 경제협력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국과의 수교선언은 대만과의 단교라는 조건거래가 병행된 것이니까요.
아무튼 지금은 중국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대였지만 1980년대까지도 중국은 죽의 장막이라고 불리 정도로 적대적인 국가였습니다. 북한, 소련, 중국 이렇게 3개 국가를 대표적인 빨갱이 국가로 부르기도 했고. 1950년 발발된 한국전쟁과 중국인들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1.4 후퇴 등의 큰 악연도 많은 영향을 미쳤지요.
1955년 존 웨인 주연의 중공탈출'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Blood Alley 라는 원제목의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시 '중공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도 실제로 중공을 탈출하는 내용이니 제목이 나름 잘 맞았습니다. 존 웨인은 1950년대에 아시아권 영화에 무슨 이유인지 관심을 가졌고 1955년 중국을 무대로 한 '중공탈출' 그리고 1년뒤인 1956년 '칭기스칸'에서 직접 칭기스칸 역을 연기했습니다. 그나마도 어울리지 않았던 칭기스칸과는 달리 '중공탈출'에서는 미국인역할이니 무리는 없었지요.
중국의 치쿠산 이라는 마을에 도착한 와일더 선장
존 웨인과 로렌 바콜
중공군의 기습 수색때문에 매트리스 밑에 숨는 와일더
배를 타고 항해하는 직업을 가진 와일더 선장(존 웨인)은 중국 해안에서 조난을 당해서 공산당에 붙들려 감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년동안 감금되어 있는 상황에서 탈옥을 돕는 쪽지가 전달되고 그 덕분에 무사히 탈옥에 성공하고 빅 한 이라는 거구의 인물의 인도로 치쿠산이라는 마을에 오게 됩니다. 치쿠산 마을의 장로의 집에 묵게 된 그는 그곳에서 7년을 살아온 캐시(로렌 바콜)라는 젊은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캐시는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그곳에 와서 살고 있었습니다. 와일더는 장로로부터 그를 탈옥시킨 이유를 듣게 되는데 다름 아닌 '중공탈출'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치쿠산 마을에 살고 있는 180명의 주민들은 중국 공산당 체제가 싫어서 홍콩으로 대대적인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탈출할 배를 몰아줄 선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난당하여 감금당한 와일더를 탈출시키고 그가 홍콩까지 배를 몰고 가줄 것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큰 배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수시로 지나다니는 순찰선을 피해서 시속 6노트 속도로 300마일을 항해하는 것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들은 밤과 안개를 이용하여 이동하며 순찰선이 오기 힘든 블러드 앨리 라는 좁은 수로를 타고 이동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난파의 위험, 해도도 없이 안개와 어둠을 뚫고 항해애야 하는 위험, 여자와 어린이들까지 200여명이 가까운 사람들을 움직여야 하는 계획, 와일더 선장은 이 미친계획에 결국 동참하기로 합니다.
음흉하게 로렌 바콜을 쳐다보는 중국 빨갱이(?)
'진홍의 날개'에서 한국인으로 나왔던
조이 킴 이라는 배우가 여기서도 비중있게 등장
180명을 싣고 중공탈출 여정 출발!
마오쩌뚱(모택동) 치하의 중국을 배경으로 공산당 정권이 싫어서 홍콩으로 탈출하려는 자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모험영화입니다. 중국 마을 사람들의 공산주의 탈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주인공은 미국인인 존 웨인과 로렌 바콜 입니다. 딱딱한 탈출이야기만 하기 그래서인지 존 웨인과 로렌 바콜의 감질나는 로맨스도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직설적 로맨스가 아닌 은근한 밀당을 통해서 느릿느릿 로맨스가 이루어집니다. 앞의 절반은 와일더 선장이 탈옥하여 치쿠산이라는 마을에 머무르면서 탈출계획도 세우고 아름다운 미국여인 캐시와의 로맨스도 펼쳐지고 그런 내용이고, 후반부 절반은 배를 탈취하여 마을 사람들을 싣고 대대적인 엑소더스를 벌이는 내용입니다. 엑소더스 이야기는 다소의 모험이 벌어지긴 하지만 그런 부류의 대작들과 비교하면 소품 수준입니다. 식량문제, 폭풍우 문제, 순찰선과의 충돌, 연료문제, 반란자 문제 등이 매우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이야기에 끼어든 미국인들이 주인공인데 그걸 좀 더 합리화하기 위해서 로렌 바콜이 연기한 캐시라는 여성의 아버지인 의사가 고위급 정치인을 치료하러 갔다가 살리지 못하고, 정치인이 죽자 석살(돌팔매질 처형) 당하는 설정을 하여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적개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로렌 바콜이 중국 인민군에게 겁탈당할 위기에서 존 웨인이 구해주고 그 군인을 죽이는 내용 등을 가미시켜 '중공탈출'에 대한 당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노골적으로 지향을 보여준 영화지요.
중국여인을 쌩뚱맞게 연기한 아니타 에크버그
눈매가 매서운 개성파 여배우 로렌 바콜
존 웨인과 로렌 바콜의 감질나는 밀당 로맨스
필사의 탈출
아니타 에크버그의 모습
존 웨인, 로렌 바콜을 제외한 출연진 모두가 중국인들로 설정되었는데 물론 실제로는 중국인이 아닌 배우들이 대거 나오고 있지요. 존 웨인을 도와 탈출에 많은 공을 세우는 빅 한 이라는 배우는 존 웨인 보다 키가 더 큰 거구의 중국인 역할인데 마이크 마주르키 라는 서구 배우입니다. 육체파 여배우로 널리 알려진 아니타 에크버그까지 탈출하는 중국여인 역으로 별 의미없는 출연을 하고 있습니다. (몇 장면 안나옴) 장로의 조카로 등장한 조이 킴 이라는 배우는 존 웨인 주연의 '진홍의 날개'라는 영화에서 어색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며 한국여자로 나온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중국인으로 출연합니다. 귀엽고 아담한 배우인데 '진홍의 날개'와 '중공탈출' 딱 두 편만 출연한 배우입니다. 마을 주민중 유일한 공산당 지지 집안의 가장 펭 이라는 노인도 미국배우가 출연합니다. 비중이 매우 높은 마을 장로 역할도 미국배우가 연기했고, 주요 비중있는 역할은 대부분 가짜 중국인들입니다.(하긴 그 시대에 중국계 배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테니)
존 웨인은 서부극과 전쟁물에 많이 나온 배우지만 '절해의 폭풍'을 비롯해서 항해 영화도 몇 편 출연했는데 이 작품이 그 중 하나입니다. 눈매가 매서운 개성파 여배우 로렌 바콜이 존 웨인의 상대역으로 밀고 당기는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 개봉된 작품인데 당시 6.25 전쟁 휴전협정 몇년 후였고 중공군에 대한 적대심이 높았던 시대라서 많이 응원받았을 것 같습니다. 59년 1월에 재개봉한 것을 감안하면 나름 당시 인기를 모았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해양 모험물인데 개봉광고가 존 웨인과 로렌 바콜의 평온한 항해장면만 넣은 것을 보면 당시 두 배우의 스타성에 많이 의존한 마케팅을 한 영화입니다. 모험과 로맨스에 당시 반공 정서 시대에 중공탈출 이라는 소재 등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무난히 잘 먹혔을 영화입니다.
ps1 : 서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놀라울만큼의 의연함.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타지에서 하나뿐인 혈육인 아버지의 죽음 소식에 너무 의연한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ps2 : 영화만 보면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이지만 오래 살던 고향땅을 버리고 홍콩으로 짐싸들고 이주하면 새로운 고생길이 펼쳐지겠죠. 자본주의 국가에서 낯선 이방인이 호락호락 살기는 쉽지 않으니까.
[출처] 중공탈출(Blood Alley 55년) 존 웨인 주연 중공탈출 모험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