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 꽃피는 양지
원제 : A Hole in the Head
1959년 미국영화
감독 : 프랭크 카프라
출연 : 프랭크 시나트라, 에드워드 G 로빈슨, 엘레노 파커
캐롤린 존스, 델마 리터, 키난 윈
에디 호지스(아역)
사막은 사람을 갈증나게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막에 있으면 목이 타고 물이 필요하게 되죠. 사막에 물이 있는 곳을 오아시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아시스를 찾기가 참 힘들다죠. 사막을 헤매는 사람들은 늘 오아시스를 찾을 겁니다. 너무 간절하게 오아시스를 찾다 보면 헛것이 보인다는데 그게 바로 사막의 '신기루' 이죠. 신기루란 가짜 오아시스, 즉 헛것이 보이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사막에 가본 일이 없어서 말로만 들은 이야기지만.
이런 신기루는 과연 사막에만 있을까요? 우리의 현실에도, 우리가 사는 이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에서도 신기루를 오아시스 인줄 알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막에서는 간절하게 물을 찾다가 물이 아닌 신기루를 보는 것이고, 현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간절하게 돈과 욕망을 쫓다가 이룰 수 없는 헛된 희망, 즉 신기루속을 헤매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지요. 개미를 비웃으며 사는 베짱이들, 그들은 평생 현실속의 신기루를 오아시스인줄 알고 찾아 헤매다가 파산도 하고 파멸도 합니다.
1959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이 만든 '애정이 꽃피는 양지'는 이런 일확천금이라는 신기루를 쫓는 남자의 좌절을 다룬 영화입니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굉장히 따뜻하고 인간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어온 인물입니다. 대표작인 '어느날 밤에 생긴 일'을 비롯하여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멋진 인생' '포켓에 가득찬 행복' 등 훈훈하고 인간적인 이야기의 대가입니다.
'애정이...' 뭐 이렇게 시작하는 제목의 고전영화로 유명한 작품은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애정이 꽃피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 영화와 제목이 흡사한 작품이고 3년 더 늦게 나온 영화가 바로'애정이 꽃피는 양지'입니다.
이 영화에는 가수 겸 배우로 유명한 프랭크 시나트라가 주인공이며 30년대 갱스터 무비, 40년대 필름 느와르, 50년대 이후에는 감초같은 조연배우로 맹활약한 거물배우 에드워드 G 로빈슨도 출연합니다. 40-50년대 여배우 중 미모로 따지면 몇 손가락에 꼽힐 엘레노 파커도 조연으로 등장하고, 그 외에 '건힐의 결투'와 '납인형의 비밀'에서 인상적 모습을 보여준 캐롤린 존스 등이 등장합니다.
1950년대 플로리다 주 휴양지 마이애미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는 미국 동남부 최남단에 위치한 따뜻한 지역으로 4계절 내내 따뜻한 곳이라서 겨울철 휴양지로도 유명합니다. 해안가에 위치하여 멋진 바다 풍경과 휴양을 즐길 수 있지요. 이곳에서 '에덴동산'이라는 호텔을 운영하는 41세 남자 토니(프랭크 시나트라)는 매우 한량같은 인물로 여성편력이 심하고 늘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성공지향주의자 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호텔 운영은 적자이고 몇 달째 건물세를 내지 못하여 퇴거 명령까지 받은 상황입니다. 며칠내로 수천달러를 마련하지 못하면 쫓겨나서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입니다. 토니는 아내와 사별했고, 11살난 아들 앨리가 있습니다. 앨리를 위해서 큰 돈을 벌고 싶은 토니,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런 토니와 전혀 상반된, 정말 개미처럼 평생 열심히 일하고 사는 형 마리오(에드워드 G 로빈슨)가 있습니다. 마리오는 뉴욕에서 큰 상점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고 토니를 여러번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일확천금과 성공을 꿈꾸는 토니와는 달리 피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인물입니다 토니는 마리오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하고 토니와 조카 앨리를 걱정한 마리오는 아내 소피(델마 리터)와 함께 마이애미로 오게 됩니다. 토니는 그동안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형에게 적당한 거짓말과 허풍으로 허세를 부렸는데, 이번에도 변한게 없습니다. 마리오는 이런 토니를 단단히 바로잡아 줄 생각으로 호락호락 돈을 빌려줄 생각을 안합니다. 토니에게 허황된 호텔 사업을 접게 하고 자신의 동네로 와서 점포 하나를 운영하며 소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형수인 소피가 오히려 더 토니를 걱정하고 이해합니다. 형수의 주선으로 마이애미에 사는 아름다운 과부 로저스 부인(엘레노 파커)을 소개해 주고 마리오도 토니가 재혼하여 안정적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토니의 곁에는 관능적이고 자유분방한 셜(캐롤린 존스)이라는 여자가 붙어있었고, 토니는 형의 마음을 달래서 돈을 얻어낼 생각으로 로저스 부인을 만나기로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형, 자유분방하고 바람끼가 넘치며 매력적이지만 한탕만 꿈꾸는 철없는 동생, 돈 많은 삼촌이 있지만 가난하게 살더라도 아빠와 헤어지기를 원치 않는 아들....그리고 철없는 어른인 시동생을 걱정해주는 형수....형제들의 이야기이며 아빠와 아들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호텔운영에 대한 미련을 절대 버리지 못하는 토니는 어떻게든 크게 성공하기를 원하고 아들과도 떨어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는 해안가에 디즈니랜드를 지을 꿈까지 꾸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도움을 주지 않으려는 마리오, 조건부로 동생을 도와줄 생각입니다. 과연 토니는 형의 도움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파산의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요?
이 영화가 아름다운 판타지가 되려면 토니가 결국 크게 성공하여 일확천금의 사나이가 되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그런 판타지 보다 현실적이고 소박한 이야기로 구성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신기루는 있어도 일확천금 이라는 오아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주고 있지요. 토니의 '마이애미 드림'은 그래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좀 의외로 비중이 적은 역할이 엘레노 파커가 연기한 로저스 부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불운하게도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쫓겨난 백작부인으로 가장 강하게 기억되는 여배우지만 40-50년대 메이저 영화에 주연으로 많이 출연한 눈부신 미모의 인물이지요. 주연급 여배우인데 당시로서는 예쁜 여배우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서서히 역할이 줄어들던 시기라서 그런지 조연입니다. 그래서 정작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것도 1시간이 지나서 입니다. 오히려 토니의 관능적인 연인으로 등장한 캐롤린 존스의 출연분량이 더 크죠. 물론 엘레노 파커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롤린 존스는 퇴장하는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엘레노 파커의 비중이 후반부에 무척 크지도 않습니다. 등장 자체는 굉장히 품위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라서 엘레노 파커의 역대 출연작 중에서 손꼽히게 좋은 이미지인데 기대 이하로 로저스 부인의 역할이 계속 지속되지 못합니다. 토니 가족의 이야기속에서 그냥 보기 좋은 들러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 물론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품위있고 착한 여성 역할이긴 합니다. 토니의 아들 포함해서 주요 출연배우중에서는 가장 적은 분량의 등장입니다.
일확천금을 쫓는 허상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고 형제, 가족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다 뭐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둘도 없이 친한 친구도 결국 비지니스나 금전적언 관계가 될때는 냉정해진다는 현실적인 부분 등이 와닿는 영화입니다. '어느날 밤에 생긴 일' '멋진 인생' '포켓에 가득찬 행복' 등에서는 모두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의 판타지 같은 행운을 묘사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이지만 '애정이 꽃피는 양지'는 철저히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하긴 토니 같이 대책없는 한량이 일확천금을 얻는 성공을 보인다면 좀 무의미한 내용이 되겠죠.
프랭크 시나트라가 본인의 이미지에 잘 맞게 매력적인 한량이지만 민폐도 많이 끼치는 주인공을 어울리게 잘 연기합니다. 에드워드 G 로빈슨은 겉으로는 깐깐해 보이지만 속은 여리고 동생을 걱정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고, 토니의 형수로 출연한 델마 리터는 매우 인간적이고 착한 아줌마 역할입니다. 토니의 아들로 출연한 아역 배우는 재미있고 뭉클한 역할을 하는데 41세 아버지보다 더 어른스런 11살 소년의 모습입니다. 각 캐릭터별 개성이 두드러진 영화입니다.
거장 프랭크 카프라의 후기 작품에 속하고 그의 작품중에서는 완성도가 평균보다 낮은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따뜻하고 훈훈한 내용이 담겨 있고, 드라마틱한 판타지 보다는 가족애를 강조한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프랭크 시나트라가 아들역할의 아역배우 애다 호지스와 함께 부르는 'High Hopes' 라는 노래가 인상적입니다. 물론 제목처럼 거대한 꿈은 꾸지만 이룰 수 없는 신기루 같은 희망이긴 하죠.
1961년 국내 개봉된 작품이고 개봉 이후 완전 잊혀진 영화이지만 최근 놀랍게도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한량기 넘치는 연기와 에드워드 G 로비슨의 완고한 연기가 절묘한 대조를 이루었고, 관능미의 캐롤린 존스, 품위있고 지적인 모습의 엘레노 파커, 선량하고 이해심있는 연기를 보여준 델마 리터, 그리고 아빠를 늘 응원하며 꿋꿋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 아역배우 에디 호지스 등 배우들의 두드러진 개성이 잘 돋보인 가족영화입니다.
ps1 : 이 영화속 토니 처럼 제대로 성실하게 일은 안하고 늘 큰소리만 치고 한탕만 노리는 남자는 현실적으로 '가정의 민폐'지요. 누군 성공하고 한탕이 싫어서 성실하게 일하고 실까요. 세상에 요행이란 없답니다.
ps2 : 프랭크 시나트라와 엘레노 파커는 '황금의 팔을 가진 사나이'라는 작품에서도 공연했는데 엘레노 파커는 그 영화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를 옥죄는 악녀 역할로 이미지가 완전 달랐지요.
ps3 : 토니와 앨리, 극중 아버지와 아들이 부르는 듀엣 'High Hope' 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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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애정이 꽃피는 양지(A Hole in the Head 59년) 일확천금이라는 신기루|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