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청강에 비 듯는 소리
봉림대군
청강(淸江)에 비 듯는 소리 긔 무어시 우습관대
만산홍록(滿山紅綠)이 휘들르며 웃는고야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웃을 대로 웃어라
♣어구풀이
-청강(淸江) : 맑은 물이 흐르는 강
-긔 : 그것이
-우습관대 : 우습기에, 우습길래
-만산홍록(滿山紅綠) : 봄철 산을 덮은 초목, 꽃이 뒤섞여
울긋불긋 하기에
-휘들르며 : 흔들면서, ‘휘듣다’는 ‘흔들다’의 옛말
-웃는고야 : 웃는구나
-두어라 : 시조 종장 첫마디에 흔히 쓰이는 감탄사
-춘풍(春風) : 봄바람
♣해설
-초장 : 맑은 강물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그것이 무엇이 그리도 우습기에
-중장 : 산을 뒤덮은 울긋불긋한 꽃과 나무들이 몸을 흔들며 웃고 있구나
-종장 : 내버려 두려무나. 이제 봄바람인들 며칠이나 더 불겠느냐. 만산홍록
아, 네 마음껏 웃으려무나
♣감상
이 시조는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으 때의 심경을 노래한 작품
으로 청나라에 대한 원한에 찬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를 우의적으로 해
석한다면 ‘청강’은 청나라로, ‘비 듯는 소리’는 볼모가 된 처량한 신세로, ‘만산
홍록’은 청나라 사람으로, ‘춘풍’은 청나라 세력으로 볼 수도 있다.
♣작가소개
봉림대군(鳳林大君, 1619~1659) : 이름은 호(淏), 자는 정연(靜淵), 호는
죽오(竹吾). 조선 17대 임금 효종(孝宗), 인조의 둘째 아들로 소현세자
(昭顯世子)가 돌아감에 1649년에 왕위에 오름. 병자호란 당시는 봉림대군이
었는데 패전하자 인질(人質)이 되어 소현세자(昭顯世子)와 함께 심양으로
끌려가 9년간의 고초를 겪었다. 왕위에 오른 뒤는 병자호란의 국치를 설욕하고
자 송시열(宋時烈), 송준길(宋浚吉) 등과 북벌을 꾀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재위 10년 만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