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김세명
'애호박 손대면 도둑. 주지' 수필가 일행과 문학기행중 사찰에 입구에 도착하자 베니아 판에 검정 메직으로 써 말목으로 세워놓은 간판이 눈에 띤다. 얼마나 애호박을 도둑 맞앗으면 절 입구에다 써 놓았을가? 생각하며 유심히 보니 돌담 사이로 노란 호박꽃을 맺은 앙증 맞은 애호박이 보이고 풀섭을 자세히 보니 서너개의 애호박이 잡초 사이로 수줍은 듯 있다.차마 놈 자를 않써서지 '애호박 손대는 놈은 도둑놈' 이란 뜻일게다.사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일주문을 들어서 돌계단을 올라 절마당에 들어서니 똑같은 글씨체로 '개조심' 이라 써 있어 돌아보니 커다란 황구 한마리가 어슬렁 거리는데 절 공양을 받아서인지 짖지는 않고 늘어진 귀가 순해 보인다. 절은 조용했다. 요사체에 들어서니 남자 처사 한 분이 마당을 쓸고 있어 내용을 물어 본즉 이 절은 비구니 사찰로 여승 들만이 기거 하고 있어 처사인 자신이 절살림을 한다고 한다.요사체 안에는 10여명의 여승이 있고 앳띤 얼굴로 보아20대 전후가 분명 했다.우리 일행과 눈이 마주치자 얼굴에 홍조를 띠운채 피한다. 그래서 였구나 ! '개조심'이란 글씨는 분명 여승들에게는 안심을 주고 나쁜 마음으로 접근 하려는 자에게는 겁을주는 효과가 있으리라. 그 처사의 글씨임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렇지! 이 큰 사찰의 주지가 중생구제에 전념 할 터인데 하찮은 애호박에 무슨 연이있어 그런 간판을 쓸가 ? 스님들의 공양을 위해 재배한 애호박을 요리 재료로 쓰기 위해서 일거다. 호박은 호박잎국과 잎을쩌 쌈으로 먹고 애호박요리와 호박죽등 요리재료로 친숙하고 생명력이 왕성하여 가느다란 실손을 뻗어 지붕이나 담장을 타기도 하고 밭가에 억센 잡초나 나무도 가릴 게 없이 타고 올라가 열매를 맺어 생명력을 과시한다.호박죽은 이뇨제로 다이어트나 웰빙식품으로 인기지만 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호박죽으로 연명하기도 한 추억이 있는 식품이다.나와 호박에 관한 인연은 이 처럼 깊고 애호박에 대한 남다른 추억이 있다.
젊은시절에 공군사병을 지원하여 친구와 함께 대전의 공군 기술교육단에 입교 하였다.군대는 치루어야하고 막연한 기대지만 비행기를 타 보고 싶었고 청운의꿈이 파란 하늘처럼 싱그러워 고생이라기 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과 희망을 가지고 지원 입대하였다. 그런 기대는 희망사항이고 악전고투를 하며 훈련을 받는데 매일 사역으로 비행장 부근 공터에 호박을 심고 애호박을 따 부식조달을 한다.그 당시에는 새마을사업 열풍으로 전군이 자급자족 열풍이 불었다. 이건 전부 훈련병 몫이다. 비행기를 타 본다는 꿈은 창공에 날려버리고 하루 빨리 훈련소를 떠나는게 희망이었다.이런 사역도 일과시간에는 교육을 받고 일과후의 일이다.매일 달력에 하루가 가면 가위표로 지운다.똥통을 메고 사역을 가면서도 군가를 불렀다. '대전서 유성간에 젊은 청춘이 모여드는 우리 항공병 학교...' '학교 좋아 하네! 대전 쪽에다는 오줌도 않싼다!'고 푸념이 나오고 매일 호박국에 호박반찬 일색이다. 저녁이면 비행장 주변 초소막에서 보초를 서는 것도 훈련병 몫이다. 동기생중 한명이 야간에 보초를 서다 철조망에다 총을 걸어 놓고 철조망을 넘어 인근 삼관구사령부 육군 여군 막사로 줄행낭을 처 여군들의 점호 모습을 훔처 보다가 여군초병에게 들켜 타군 헌병에게서 이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훈련병들에게는 애호박때문에 쌓인 불만에 얽힌사연이라고 예단하고 있었지만 말 할 수도 없고 당사자는 물론 같은 훈련병인 우리는 '죽었다'고 복창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당시는 훈련병중 한 사람이 잘못하면 가차없이 단체기압이 있었기에 각오를 하고 명에 따라 전원 연병장에 집합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인가 ?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할 탈영병과 사단장은 나란히 찝차를 타고 열병을 받는게 아닌가? 별이 번쩍이는 사단장의 양어께에 비하여 그는 의기소침한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모두가 눈이 휘둥굴 하여 보는데 사단장은 훈화를 통해 영창을 가야할 탈영병의 어깨를 두드리며 ' 귀관의 행위는 잘못되었지만 대한민국 공군으로 대단한 용기를 높이 치하? 한다며 특별휴가를 명하는 게 아닌가 ? 금일봉 휴가비와 함께 은전을 베풀었다. 허를 찔린 거라 훈련병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수가 우뢰 같이 쏟아 젔다. 한 사람을 처벌 하는 것보다 격려함으로써 훈련병의 사기를 올려 주었다. 동병 상련 이랄가 ? 모든 훈련병들은 애호박 사역과 고된 훈련과 보초 때문에 불평이 많았으나 단장의 훈화 한마디에 눈이 녹듯이 여론이 반전되있고 그동안의 불평은 사라지고 감동이 연출되었다.많은 훈령병을 배출하는 사단장은 군법으로 처벌 할 수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멋진 결단은 고생하는 훈련병들에게는 정을 주었고 공군을 사랑하는 사기를 충전 시켜 주었다.
상전벽해라 할가 지금은 훈련소자리는 자취를 감추었고 아파트 촌과 도시 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나의 뇌리에는 추억의 장소로만 기억되지만 나는 까끔 '호박 같은 세상 둥글 둥글` 하다가도 살기 어려워 고통받는 서민이 어려울 때는 드라마 같은 멋진 결단을 해주는 지도자 들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런 청량제 같은 연출로 사기를 올려 준 다면 서민도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라고 생각 하면서 어려운 사람에게 질책 보다는 격려가 훨신 좋다는 걸 알았다.애호박에 관한 추억을 접고 사찰을 나 설때는저녁노을이 흘러온 세월 만큼 긴 그림자를 남기고 있었다.(2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