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슈트를 입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단추’다. 언제 끌러야 하고 언제 채워야 하는가. 또 채운다면 몇 개의 단추까지 채워야 하는가. 물론 이 질문들에 대한 완벽한 정답은 없다. 굳이 답을 찾자면 ‘옷의 디자인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기본적으로 자리에 앉아 있을 땐 단추를 끌러도 좋지만 서 있거나 걸을 때는 단추를 채우는 것이 예의다. ‘싱글 브레스티드(single-breasted·단추가 한 줄로 달린 스타일)’ 재킷은 단추가 2개라면 맨 위 단추만 채우면 된다. 3개라면 가운데 단추만 잠그고 4개인 경우 모두 채우는 것이 일종의 ‘법칙’이다. 다만 재킷 안에 조끼를 입었다면 단추는 모두 끌러도 된다.
단추가 4개 혹은 6개 달린 ‘더블 브레스티드(double-breasted·단추가 두 줄로 달린 스타일)’ 재킷은 보통 맨 위 단추는 채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법칙은 영국 윈저 공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켄트 공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단추를 모두 꽉 잠그는 게 유행이었던 당시 켄트 공은 처음으로 맨 위 단추 하나를 끄른 채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보수적이던 당시 영국 귀족 사회도 이에 대해 ‘의외로 키가 커 보여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다. 실제 단추를 채우지 않으면 목선부터 가슴까지 내려오는 ‘브이 존’이 드러나 키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조끼는 보통 맨 아래 단추는 채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법칙에는 넥타이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보 브러멜의 영향이 컸다.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절친한 사이였던 브러멜은 살이 쪄 조끼 맨 아래 단추를 잠그지 못한 루이 16세를 놀리는 귀족들에게 “진정한 신사는 조끼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워낙 패션리더로 유명했던 브러멜의 말이다 보니 그 이후로 조끼 맨 아래 단추를 채우지 않는 것이 유행이 돼 유럽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다만 양 갈래로 갈라지지 않고 끝까지 직선으로 디자인된 조끼라면 단추를 모두 채우는 것이 좋다.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않으면 마치 깜빡 잊고 안 채운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턱시도라고 부르는 ‘디너재킷’은 더블 브레스티드인 경우 모두 채우는 게 깔끔해 보인다. 다만 싱글 브레스티드 스타일은 대부분 안에 조끼를 갖춰 입기 때문에 서 있을 땐 관례상 단추를 채우지 않아도 좋다. 조끼를 입은 채 재킷 단추까지 모두 다 채우면 답답해 보일 수 있기 때문. 요즘 유럽 남성들은 날씬해 보이는 뒤태를 위해 걸어 다닐 때도 단추를 풀고 다닌다고 한다.
단추를 채우고 아니고는 아주 사소한 차이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유래와 법칙을 알고 있다면 자신에게 꼭 맞는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