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 스포츠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골프에 대한 애착이 세간의 화제다.
취임 1년도 안된 오바마가, 일요일에 골프장을 찾은 기록이 전임인 부시가 8년 동안 기록한 주말 라운딩 횟수를 능가했다고 하니 얼마만큼 골프를 좋아하는 건 지 짐작할 만하다.
골프가 정 재계 인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현상은 동서양의 공통된 풍경인 것 같다.
어느 땐가 미국 역대 대통령의 골프 실력과 매너를 소개한 책자가 출간된 적이 있는데 거길 보면 오바마 말고도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이 골프를 좋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케네디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뛰어난 골프 실력의 소유자였고 루스벨트는 전쟁에 관한 보고들이나 복잡한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장소로 골프장을 가장 잘 활용한 대통령이었다. 골프사랑에 부전자전의 유전성을 과시한 부시 대통령 父子의 얘기도 있다. 아버지 부시는 미국 골프협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였고 아들 부시는 부인과의 첫데이트 장소를 골프장으로 정할 만큼 골프 매니아 다운 면모를 보였다. 최악의 골프 매너로 불명예를 남긴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기록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클린턴은 스코어를 자기만음대로 적거나 멀리건(mulligan.첫 샷이 잘못됐을 경우 벌타없이 다시치는 샷)을 많이 받기로 유명해서 ‘빌리건’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우리의 짧은 골프 역사를 돌아봐도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이 골프를 좋아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골프를 즐겼다.
집권 과정의 무리수로 물의를 빚기도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골프를 좋아하고 실력도 뛰어났다. 특히 그는 앞뒤 홀을 하나씩 비우게 한 뒤 라운드를 해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청남대에 대통령 전용 골프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가장 극심한 골프 혹한기는 공무원 골프 금지령 등으로 족쇄를 채웠던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이 아닐까 싶다. 골프 회동을 주 무기로 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그의 전력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조치인 셈이다. 반면 골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DJ가 골프 활성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일은 아이러니컬하다. DJ는 ‘골프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골프산업을 육성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인맥형성과 사업추진을 위한 비즈니스 도구로 으뜸으로 평가되는 골프의 특징 때문인지 재계의 골프 예찬론 역시 정치권 인사들의 호감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외 유수의 많은 CEO 들이 골프 예찬론을 펴고 있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골프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골프를 인생의 필수과목으로 규정하고 삼성 임직원들에게 골프를 거의 강요하다시피 했던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건희 회장 말고도 존 록펠러, 잭 웰치, 도널드 트럼프, 워렌 버핏 그리고 빌 게이츠 등 전설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세계의 경영 대가들이 '골프를 통해 인생의 성공을 찾으라'고 권하기를 망서리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이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골프장을 찾을만큼 골프를 가까이 하고 있는 것도 골프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맥을 키우고 회사의 사활이 달린 협상을 성공리에 끝내게 될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혜안을 얻기도 하는 골프장의 18번 홀이 그들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 허브’가 되는 이유다.
개인적인 경우만 해도 골프에 대해 지극히 우호적이다. 공부가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 혼자 골프를 치면서 숲속을 걸으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었거나 몇 몇 친구들과의 두터운 우정을 유지시키는 중간재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유학시절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허리가 아파서 중단한 테니스는 동네 챔피언급이었고 한참 시절엔 하버드, MIT, 스탠포드를 석권한 실력이었다. 중고등학교 땐 탁구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급 실력이었다. 반면 당구, 스케이트, 수영 등은 꽤 일찍 접했고 좋은 여건이었는데도 빛을 보지 못한 종목 중 하나다. 그러나 골프는 그 어떤 운동보다 가까이에서 나를 보필해주는 동반자 같은 개념으로 남아있다. 그러니 골프 예찬론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걸 보면 운동에도 궁합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접대성 골프는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적발될 경우 엄벌하겠다’고 강도 높게 경고하고 나섰다.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이재오 위원장도 ‘공무원이 골프를 칠 수는 있겠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면서 치는 골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접대골프에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전대표도 사석에서 ’시간이 많이 들어서...‘라는 식으로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다.
이들의 우려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골프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100% 동의한다.
시간이 소요되는 골프의 특성 상 근무시간에 필드에 나오면 업무지장은 당연할 것이고 또 게임비와 부대비 등 고비용은 일정 월급에 의존하는 공무원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럽다. 좋은 기록을 위해 연습에 매달려야 할테니 이 또한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운동이건 각자의 여건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든 간에 일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이면 안되지만 영육의 건강을 위해 각자의 기호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보장되는 게 맞다. 각자의 운동 기호가 ‘옳고 그른’ 잣대의 기준재가 될 수 없음이다.
솔직히 골프는 사람들과의 교분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이긴 하지만 예상치 않은 구설수에 시달리게 만들 소지도 있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은 미국과는 달리 우리는 여전히 특정 계층을 위한 귀족스포츠라며 경원시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 당시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준 박세리 골프가 가져다 준 환희를 기억한다면 관점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박세리 이후 최경주 김미현 박지은 양용은, 미쉘 위, 신지애 등 세계적인 골퍼들이 하얀 골프 공 하나로 대한민국을 전세계로 알린 게 우리 골프의 현주소다. 이를 감안한다면 골프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점은 많이 달라져야한다.
골프도 테니스나 수영, 메드민턴 처럼 저마다의 형편에 맞게 선택하는 운동 종목 중 하나로 간주돼야 한다. (고비용 등 대중성이 떨어지는 골프의 특성 상 나의 직설적인 화법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자체적 문제가 없는 한 골프를 자신의 선호 운동으로 정한 골퍼들에 대한 존중도 성숙한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나친 규제나 경원시 하는 풍토가 골프에 대한 인식을 그르치게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회적 압박 때문에 편법이 동원될 수도 있고 자칫 골프가 도박과 같은 반열의 음성 종목으로 대우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자신 못한다.
이는 21세기 대한민국 국위 선양의 선두에 서 있는 골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처럼 골퍼들이 주눅들어 눈치를 살피는 나라는 없다. 막연한 사회적 감정에 휩쓸려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우를 우리가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내 돈갖고 내 맘대로 친다는 무분별한 의식을 변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국력이 일정수준에 올라가 있는 만큼 건전하게 신체를 단련하고 건전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으로서 골프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눈을 돌려보자는 얘기다.
우리가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주역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2009.10.28)
.....홍문종 생각
첫댓글 전에 어떤분이 골프는 마약과 같아서 다음날 골프칠 생각을 하면 아프신 것도 없어진다고요....마약 중독은 문제겠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러게요.....저는 골프는 문외한이라.... 지인분이 골프는 너무 미치게 하는 부분이 있서 부득 끊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하루종일 골프 생각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더라는....... 계속 하고 싶어서요
마자여 골프를 칩시다~ㅎㅎ
골프 18홀에 없는게 없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