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이번 주에는 다른 약속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아내의 엄명을 거역할 수 없어 이유는 묻지 않고 “그려 알았어!”라고 대답을 했다. 매주 휴일이면 걸망을 메고 산으로 들로 싸다니는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소리 안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모처럼 부탁하는데 무슨 수로 거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매스컴을 통하여 함초의 성분과 활용방법을 듣고 지인으로부터 함초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을 염탐을 한 모양이다. 토요일 일찍 일어나 만만의 준비를 하고 목적지를 향하였다. 한 낮에는 너무 더워 아침 일찍 잠깐 뜯어야 한다는 사전지식을 인지한 결과였다. 전에 다녀 본 길이라 어렵지 않게 현지에 도착하였는데 아직도 여명이라 어디에 함초가 있는지 모르겠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단독무장을 하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조건 있을만한 곳으로 들어가니 함초가 이곳저곳에 자라고 있었다. 어린 싹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뜯어가고 남은 잎을 칼을 이용하여 적당히 잘라 채취했다. 잠깐 동안인데 마대에 가득하다. 나는 부드러운 윗잎만 선별하여 깨끗이 자르는데 아내는 이왕 온 것, 많이 채취하려고 마구 잘라 담고 있다. 집에 가지고 가서 다시 고르면 된다고 하지만 채취하는 것 보다 고르는 작업은 짜증이 나는 일이라 별로 내키지 않는다.
간단히 요깃거리로 아침을 해결하고 건너편에 있는 소의 울음소리 섬이라는 우음도(牛音島)로 갔다. 시화호 방조제 공사로 육지가 되었는데 화성시에서 송산그린시티로 지정하여 개발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저주하는 사람들은 보상비를 받아 이주하고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곧 없어질 섬의 모습을 담고자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입구도로도 정비가 되어있지 않고 마을입구에는 개발을 반대하는 각종 구호가 적힌 컨테이너가 빛바랜 모습으로 남아있고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장승과 솟대가 나를 반기는 것 같은데 이건 나만의 착각이다. 주민들이 “자기를 버리고 떠난 곳을 무엇 하러 오는 거여?” 마치 누가 “한 대 때려주면 속 시원히 울기나 하게 한 대 때려줘?”하고 목메어 하소연하는 모습이다. 진짜 반겨주는 것은 빈집을 지키는 해바라기가 나를 향하여 가뭄에도 이렇게 잘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고 으스대는 모습이다. 옆에는 돼지감자도 잘 자라고 있고, 주인을 잃어 돌보지 않은 포도나무도 가냘픈 열매를 달고 받침대도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 놓아 옛 주인을 애타게 부르는 모습이다.
마을로 접어드니 반파된 집과 완파된 집도 있고 ‘철거’라는 붉은 글씨로 벽에 써 놓은 보습은 처량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성업 중인 곳은 자원수집 역할을 하는 고물상뿐이다. 섬 끄트머리에는 자기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우들이 바닷물이 없는 바닷가를 한가롭게 바라보며 사료를 먹고 있다. 높은 쪽으로 올라갔다. 제법 살았을 법한 번듯한 기와지붕의 마당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문짝은 누가 뜯어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한 때는 온가족이 모여 오손도손 정답게 살았던 집 같은데 그 분들은 지금쯤 어디에 정착을 하고 잘 살고 있을까?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정든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이 어디 이곳 분이랴! 고정초등학교 우음 분교터에는 교문이었던 콘크리트 문주만 서 있고 2칸의 교실이었던 작은 건물과 손바닥 만 한 운동장과 화단자리였던 곳에는 무궁화와 참나리가 피어 있다. 이곳을 지키는 개 한 마리가 짓지도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이곳에 분교터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집이 산불로 모두 불타 없어져 새로 신축을 하여 나의 과거가 송두리째 없어진 경험과 내가 다닌 초등학교가 1개면 1개 초등학교로 통합되어 지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고향에 내려가면 나의 과거를 되살리는 추억거리가 없어져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도 똑 같은 현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공룡알 화석산출지를 보려고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간단한 설명과 모형을 보았다. 화성 고정리 공룡화석 산출지는 중생대 백악기 9약 8300만~ 8500만년 전으로 추정에 형성된 퇴적층으로 시화호 간석지가 조성되기 이전에는 섬이었던 6~7지점에서 공룡알 화석 및 알둥지가 발견되었다. 세계적으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곳은 대부분 중국과 몽고 지역이었으나 시화호처럼 많은 공룡알 화석이 한꺼번에 발견된 곳은 드문 경우라고 설명되어있다. 어린들의 자연학습체험실습으로 많이 관람하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현장을 안보고 갈 수는 없잖은가? 아내는 덥다고 안가겠다고 하여 혼자 가기로 했다. 탐방코스를 목제 데크로 만들어 놓아 걷기가 아주 편안하다. 1.5Km정도여서 40분이 소요되며 자세히 살펴본다고 하여도 1시간이면 족하다. 화석산출지를 가보니 공룡의 알이 화석으로 남아있고 화석이 발견된 돌들의 모습이 마치 수석 같은 느낌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기도 하고 괴상한 모습들이다.
점심을 해결하러 대부도로 갔다. 날씨는 무척 더워 에어컨을 켜도 더웁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두 「원조바지락 칼국수」의 간판을 내 걸었는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부도 원주민인 할머니가 직접 하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선제도, 영흥도 일주 드라이브를 하고 마도면 재래시장으로 가본다. 언제나 재래시장에 오면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가꾼 농산물을 가지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한평생 농사일에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적셔진다. 그래서 농산물을 구입할 땐 달라는 금액대로 그냥 구입하게 된다. 직접 아침에 도정을 했다는 한 할머니의 말씀을 믿고 쌀과 약간의 채소도 구입하여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채취한 함초의 선별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잘 한 것이 모두 헛것이 될 것 같아 밤늦게 까지 선별작업을 도와줬다 다음 공정은 순전히 아내 몫이다.
함초 채취와 차량운행을 하고 늦게 까지 선별 작업을 했더니 피로가 밀려온다. 효소도 만들어 먹고 건조시켜 분말로도 마시면 건강에 좋아진다고 하니 오늘 하루는 '가재잡고 도랑 친 격'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아내와 모처럼 함께한 오늘은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은 행복한 토요일이었다.
첫댓글 와아~~ 옆지기님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지셨군요. 사실 우음도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유명한 출사지입니다.
저도 여러번 갔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아시아에서 제일큰 유니버셜수튜디오가 들어선답니다.
후리맨님
우음도를 다녀가셨군요. 저는 처음 가 보았습니다. 정든고향을 떠나는 주민들 심정을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네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빨리 들어섰으면 합니다, 제가 사는곳이 화성시 병점인데 화성에도 새걔적인 기업이 유치되어 도시가 발전되길 바라고 있지요. 감사합니다.
대부도에서 구봉도 들어가는 입구에 "배터지는 집"이라는 바지락 칼국수집이 있는데 막걸리는 그냥 원하는대로 공짜로 퍼마실수 있습니다.
담에 대부도 가시거든 이집을 한번 들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