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수가 있으리
신학기 옮겨온 학교에서 첫 주를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았다. 지난날 5년간 다닌 출퇴근 동선과 사뭇 다른 길을 오간다. 아침 출근길은 집을 나서 교육단지를 향해 걷는다. 창원 폴리텍대학 캠퍼스를 관통해 창원기공 창원도서관 경원중 내동초 경일고 경일여고를 지나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다. 교육단지 일대 많고 많은 벚나무 가로수들에서 벚꽃이 피면이 꽃구름 일어 장관일 테다.
동료들이나 학생들의 인적 구성이 달라지고 건물 구조도 낯설다. 나흘 동안 교실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내가 수업에 들어가는 3학년 일곱 학급 가운데 여섯 학급은 학생들과 첫 대면을 마쳤다. 교사들은 교과수업은 기본이고 각자 일정 분량의 업무도 주어진다. 올해 내게 주어진 일들이 좀 난감하긴 해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갈 참이다.
개학 첫날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였다. 이튿날 일과 후엔 내가 맡은 별탑원 – 방과후 자기주도 학습실 – 청소를 했다. 출근하면서 아예 등산복 바지와 청소포를 준비해 갔다. 지난날 6년간 내리 별탑원을 맡아온 분은 마산 어느 학교로 옮겨갔다. 그분은 학생들이 밤 11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 뒤 아예 별탑원 사감실에서 잠을 자고 학교에서 다음날 일과를 바로 시작했단다.
별탑원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되어 넉넉한 예산이 내려온 모양이었다. 그 가운데 일부를 여학교면 으레 있는 예절 생활관을 독서실로 개조했다. 생활관은 본관 뒤뜰에 2층 양옥으로 건물 면적이 제법 되었다. 학생 개인용 전기스탠드와 서가를 비치하고 편안한 의자도 들여놓았다. 잠만 자지 않을 뿐 기숙사와 같은 학습실이었다.
올해부터 별탑원 운영에 변화가 감지된다. 나는 주말도 없이 매일같이 별탑원에 묶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성적 우수자들을 굳이 학급에서 골라내어 별도 공간에서 선민 우월 의식을 불어넣지 않아도 되지 싶다. 학급에서 담임이 그 학생들을 맡아 챙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학년부장들과 관리자가 머리를 맞대어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아준다면 나한테 더 없이 고마운 일이다.
시업식이 있던 첫날 3학년 한 학생이 교무실 내 앞에 나타났다. 별탑원 담당교사를 물어 찾아왔던 것이다. 언제부터 별탑원 공부방을 개방하느냐고 물어와 조만간 학년부장으로부터 안내가 있을 것이라 했다. 이후 나는 내리 이틀 동안 일과 후 별탑원과 별마루 청소를 했다. 별마루는 무슨 소리인가? 그곳은 별탑원과 이웃한 부속 건물로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으로 개방한 학습실이었다.
지난 주 이틀은 일과 후 별탑원 별마루 청소를 했다. 이번 주 일과 후엔 별탑원 운영 계획을 세워보려고 마음먹었다. 나는 그간 전임지에선 담임이나 업무부장을 맡지 않아 시간 외 근무를 한 번도 하질 않았다. 연구부장에게 시간외 근무 신청은 어떻게 하는지조차 물어서 해결했다. 내 자리 바로 뒤편 교감을 찾아 연구부장과 초안을 잡은 별탑원 운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교감도 나와 같이 올봄 근무지를 옮겨왔고 교장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관리자도 학생들이 최적의 학습 분위기에서 학업에 전념해 좋은 입시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학년부장과 담임들도 같은 입장이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학교 시설을 밤늦은 시각까지 학습공간으로 개방하길 원한다면 기꺼이 따를 생각이다. 이런 의견을 수렴하고 분위를 살피려고 나는 귀가를 미루었다.
우리 지역은 그렇다. 고3은 밤 10까지, 고1·2는 밤 9시까지 학교에 머문다. 그 뒤 1시간 또는 2시간은 희망 학생에 한해 밤 11시까지 별탑원에서 공부하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평일 밤 11시까지는 맡을 용의가 있다. 일요일은 뺀다고 치자. 토요일이 마음에 걸린다. 총선일, 개교기념일, 정기고사, 한 달 한 번 가정의 날도 있는데…. 누군가 지원해 줄 동료가 있지 싶다. 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