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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는! 신선이 돼 볼까요
2024년 7월 두발로학교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걷기와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
7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86강으로, 청정 고을인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계곡은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오전에는 시원하게 물길 걷기로 걸어보겠습니다. 오후에는 전국 최고의 술도가로 통하는 오미나라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체험합니다. 오미자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만큼이나 풍광이 빼어나다.Ⓒ문경시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86강, 2024년 7월 6(토)일, 당일로 준비하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트레킹과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길 놔두고 물로 걷기
물길 걷기는 말 그대로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멋진 계곡을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걷는 요령은 튼튼한 등산화나 아쿠아슈즈를 신은 채, 발목이나 종아리쯤 차는 물길을 걷는다. 계곡은 미끄럽기 때문에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게 정석이다. 물길 트레킹은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걷고, 위험 구간은 오솔길을 따른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며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문경시
고은 최치원이 머물던 선유동계곡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동서로 흐르는 계곡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선유동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자연스레 포개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시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첨벙첨벙 물길을 걷는 건,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진우석
선유동천 물길 걷기는 선유구곡 중 가장 아름답고 걷기 쉬운 코스만 걷는다. 출발점은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9곡 옥석대(玉舃臺)는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아래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난생뢰에서 오솔길 좀 걸으면 제7곡 영귀암(詠歸岩), 6곡 탁청대(濯淸臺), 5곡 관란담(觀爛潭)이 차례로 나온다.
관란담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떡 버티고 있다. 누구의 별장인지 장소가 기가 막히다. 별장 앞 잔디밭을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가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잠시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장군손바위 맞으편 계곡에 희고 큰 반석이 놓여 있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영사석에서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안개에 싸인 바위’란 뜻인 1곡 옥하대(玉霞臺)가 나온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9곡 옥석대 일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선유구곡이 끝나면, 선유칠곡이 시작된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점심식사는 <다온정> 식당의 다온정식. 푸짐하게 한상 받을 수 있다.Ⓒ진우석
우리나라 술의 자존심, 오미나라
오미나라는 백두대간 청정자연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2008년 설립된 오미나라는 친환경 생산 농가와 연계해 오미자와 사과를 주원료로 한 토종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다. 연간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의 양이 400톤 이상이라 하니,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바람직한 기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오미나라를 만든 사람이 ‘한국 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종기 대표다. 대한민국 1세대 양조대표로서 다수의 국산 명품 위스키를 개발하며 증류주 전문가로서의 일가를 이룬 이종기 마스터는 은퇴 후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오미자의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술은 관능적 매력을 가져야 하며, 오미자의 색과 향기, 맛은 그에 적합했다.
와인 발효실과 병 숙성고, 증류시설 등을 견학하다 보면 막바지로 갈수록 술이 고파지기 마련이다. 대망의 시음장으로 들어서면 쾌재가 절로 난다.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오미로제 ‘연’으로 연을 맺고, 2022 한미정상회담 만찬주인 오미로제 ‘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25도 증류주 ‘문경바람’을 타고 이름도 예쁜 52도 ‘고운 달’에 착륙하면 어느새 볼 빨간 술꾼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는! 신선이 돼 볼까요
2024년 7월 두발로학교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걷기와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
7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86강으로, 청정 고을인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계곡은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오전에는 시원하게 물길 걷기로 걸어보겠습니다. 오후에는 전국 최고의 술도가로 통하는 오미나라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체험합니다. 오미자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만큼이나 풍광이 빼어나다.Ⓒ문경시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86강, 2024년 7월 6(토)일, 당일로 준비하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트레킹과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길 놔두고 물로 걷기
물길 걷기는 말 그대로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멋진 계곡을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걷는 요령은 튼튼한 등산화나 아쿠아슈즈를 신은 채, 발목이나 종아리쯤 차는 물길을 걷는다. 계곡은 미끄럽기 때문에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게 정석이다. 물길 트레킹은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걷고, 위험 구간은 오솔길을 따른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며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문경시
고은 최치원이 머물던 선유동계곡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동서로 흐르는 계곡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선유동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자연스레 포개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시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첨벙첨벙 물길을 걷는 건,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진우석
선유동천 물길 걷기는 선유구곡 중 가장 아름답고 걷기 쉬운 코스만 걷는다. 출발점은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9곡 옥석대(玉舃臺)는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아래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난생뢰에서 오솔길 좀 걸으면 제7곡 영귀암(詠歸岩), 6곡 탁청대(濯淸臺), 5곡 관란담(觀爛潭)이 차례로 나온다.
관란담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떡 버티고 있다. 누구의 별장인지 장소가 기가 막히다. 별장 앞 잔디밭을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가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잠시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장군손바위 맞으편 계곡에 희고 큰 반석이 놓여 있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영사석에서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안개에 싸인 바위’란 뜻인 1곡 옥하대(玉霞臺)가 나온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9곡 옥석대 일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선유구곡이 끝나면, 선유칠곡이 시작된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점심식사는 <다온정> 식당의 다온정식. 푸짐하게 한상 받을 수 있다.Ⓒ진우석
우리나라 술의 자존심, 오미나라
오미나라는 백두대간 청정자연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2008년 설립된 오미나라는 친환경 생산 농가와 연계해 오미자와 사과를 주원료로 한 토종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다. 연간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의 양이 400톤 이상이라 하니,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바람직한 기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오미나라를 만든 사람이 ‘한국 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종기 대표다. 대한민국 1세대 양조대표로서 다수의 국산 명품 위스키를 개발하며 증류주 전문가로서의 일가를 이룬 이종기 마스터는 은퇴 후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오미자의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술은 관능적 매력을 가져야 하며, 오미자의 색과 향기, 맛은 그에 적합했다.
와인 발효실과 병 숙성고, 증류시설 등을 견학하다 보면 막바지로 갈수록 술이 고파지기 마련이다. 대망의 시음장으로 들어서면 쾌재가 절로 난다.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오미로제 ‘연’으로 연을 맺고, 2022 한미정상회담 만찬주인 오미로제 ‘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25도 증류주 ‘문경바람’을 타고 이름도 예쁜 52도 ‘고운 달’에 착륙하면 어느새 볼 빨간 술꾼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는! 신선이 돼 볼까요
2024년 7월 두발로학교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걷기와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
7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86강으로, 청정 고을인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계곡은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오전에는 시원하게 물길 걷기로 걸어보겠습니다. 오후에는 전국 최고의 술도가로 통하는 오미나라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체험합니다. 오미자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만큼이나 풍광이 빼어나다.Ⓒ문경시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86강, 2024년 7월 6(토)일, 당일로 준비하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트레킹과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길 놔두고 물로 걷기
물길 걷기는 말 그대로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멋진 계곡을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걷는 요령은 튼튼한 등산화나 아쿠아슈즈를 신은 채, 발목이나 종아리쯤 차는 물길을 걷는다. 계곡은 미끄럽기 때문에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게 정석이다. 물길 트레킹은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걷고, 위험 구간은 오솔길을 따른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며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문경시
고은 최치원이 머물던 선유동계곡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동서로 흐르는 계곡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선유동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자연스레 포개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시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첨벙첨벙 물길을 걷는 건,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진우석
선유동천 물길 걷기는 선유구곡 중 가장 아름답고 걷기 쉬운 코스만 걷는다. 출발점은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9곡 옥석대(玉舃臺)는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아래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난생뢰에서 오솔길 좀 걸으면 제7곡 영귀암(詠歸岩), 6곡 탁청대(濯淸臺), 5곡 관란담(觀爛潭)이 차례로 나온다.
관란담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떡 버티고 있다. 누구의 별장인지 장소가 기가 막히다. 별장 앞 잔디밭을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가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잠시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장군손바위 맞으편 계곡에 희고 큰 반석이 놓여 있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영사석에서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안개에 싸인 바위’란 뜻인 1곡 옥하대(玉霞臺)가 나온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9곡 옥석대 일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선유구곡이 끝나면, 선유칠곡이 시작된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점심식사는 <다온정> 식당의 다온정식. 푸짐하게 한상 받을 수 있다.Ⓒ진우석
우리나라 술의 자존심, 오미나라
오미나라는 백두대간 청정자연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2008년 설립된 오미나라는 친환경 생산 농가와 연계해 오미자와 사과를 주원료로 한 토종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다. 연간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의 양이 400톤 이상이라 하니,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바람직한 기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오미나라를 만든 사람이 ‘한국 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종기 대표다. 대한민국 1세대 양조대표로서 다수의 국산 명품 위스키를 개발하며 증류주 전문가로서의 일가를 이룬 이종기 마스터는 은퇴 후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오미자의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술은 관능적 매력을 가져야 하며, 오미자의 색과 향기, 맛은 그에 적합했다.
와인 발효실과 병 숙성고, 증류시설 등을 견학하다 보면 막바지로 갈수록 술이 고파지기 마련이다. 대망의 시음장으로 들어서면 쾌재가 절로 난다.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오미로제 ‘연’으로 연을 맺고, 2022 한미정상회담 만찬주인 오미로제 ‘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25도 증류주 ‘문경바람’을 타고 이름도 예쁜 52도 ‘고운 달’에 착륙하면 어느새 볼 빨간 술꾼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는! 신선이 돼 볼까요
2024년 7월 두발로학교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걷기와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
7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86강으로, 청정 고을인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계곡은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오전에는 시원하게 물길 걷기로 걸어보겠습니다. 오후에는 전국 최고의 술도가로 통하는 오미나라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체험합니다. 오미자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만큼이나 풍광이 빼어나다.Ⓒ문경시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86강, 2024년 7월 6(토)일, 당일로 준비하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트레킹과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길 놔두고 물로 걷기
물길 걷기는 말 그대로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멋진 계곡을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걷는 요령은 튼튼한 등산화나 아쿠아슈즈를 신은 채, 발목이나 종아리쯤 차는 물길을 걷는다. 계곡은 미끄럽기 때문에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게 정석이다. 물길 트레킹은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걷고, 위험 구간은 오솔길을 따른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며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문경시
고은 최치원이 머물던 선유동계곡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동서로 흐르는 계곡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선유동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자연스레 포개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시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첨벙첨벙 물길을 걷는 건,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진우석
선유동천 물길 걷기는 선유구곡 중 가장 아름답고 걷기 쉬운 코스만 걷는다. 출발점은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9곡 옥석대(玉舃臺)는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아래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난생뢰에서 오솔길 좀 걸으면 제7곡 영귀암(詠歸岩), 6곡 탁청대(濯淸臺), 5곡 관란담(觀爛潭)이 차례로 나온다.
관란담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떡 버티고 있다. 누구의 별장인지 장소가 기가 막히다. 별장 앞 잔디밭을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가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잠시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장군손바위 맞으편 계곡에 희고 큰 반석이 놓여 있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영사석에서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안개에 싸인 바위’란 뜻인 1곡 옥하대(玉霞臺)가 나온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9곡 옥석대 일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선유구곡이 끝나면, 선유칠곡이 시작된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점심식사는 <다온정> 식당의 다온정식. 푸짐하게 한상 받을 수 있다.Ⓒ진우석
우리나라 술의 자존심, 오미나라
오미나라는 백두대간 청정자연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2008년 설립된 오미나라는 친환경 생산 농가와 연계해 오미자와 사과를 주원료로 한 토종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다. 연간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의 양이 400톤 이상이라 하니,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바람직한 기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오미나라를 만든 사람이 ‘한국 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종기 대표다. 대한민국 1세대 양조대표로서 다수의 국산 명품 위스키를 개발하며 증류주 전문가로서의 일가를 이룬 이종기 마스터는 은퇴 후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오미자의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술은 관능적 매력을 가져야 하며, 오미자의 색과 향기, 맛은 그에 적합했다.
와인 발효실과 병 숙성고, 증류시설 등을 견학하다 보면 막바지로 갈수록 술이 고파지기 마련이다. 대망의 시음장으로 들어서면 쾌재가 절로 난다.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오미로제 ‘연’으로 연을 맺고, 2022 한미정상회담 만찬주인 오미로제 ‘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25도 증류주 ‘문경바람’을 타고 이름도 예쁜 52도 ‘고운 달’에 착륙하면 어느새 볼 빨간 술꾼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는! 신선이 돼 볼까요
2024년 7월 두발로학교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걷기와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
7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86강으로, 청정 고을인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계곡은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오전에는 시원하게 물길 걷기로 걸어보겠습니다. 오후에는 전국 최고의 술도가로 통하는 오미나라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체험합니다. 오미자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만큼이나 풍광이 빼어나다.Ⓒ문경시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86강, 2024년 7월 6(토)일, 당일로 준비하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트레킹과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길 놔두고 물로 걷기
물길 걷기는 말 그대로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멋진 계곡을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걷는 요령은 튼튼한 등산화나 아쿠아슈즈를 신은 채, 발목이나 종아리쯤 차는 물길을 걷는다. 계곡은 미끄럽기 때문에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게 정석이다. 물길 트레킹은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걷고, 위험 구간은 오솔길을 따른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며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문경시
고은 최치원이 머물던 선유동계곡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동서로 흐르는 계곡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선유동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자연스레 포개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시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첨벙첨벙 물길을 걷는 건,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진우석
선유동천 물길 걷기는 선유구곡 중 가장 아름답고 걷기 쉬운 코스만 걷는다. 출발점은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9곡 옥석대(玉舃臺)는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아래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난생뢰에서 오솔길 좀 걸으면 제7곡 영귀암(詠歸岩), 6곡 탁청대(濯淸臺), 5곡 관란담(觀爛潭)이 차례로 나온다.
관란담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떡 버티고 있다. 누구의 별장인지 장소가 기가 막히다. 별장 앞 잔디밭을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가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잠시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장군손바위 맞으편 계곡에 희고 큰 반석이 놓여 있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영사석에서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안개에 싸인 바위’란 뜻인 1곡 옥하대(玉霞臺)가 나온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9곡 옥석대 일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선유구곡이 끝나면, 선유칠곡이 시작된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점심식사는 <다온정> 식당의 다온정식. 푸짐하게 한상 받을 수 있다.Ⓒ진우석
우리나라 술의 자존심, 오미나라
오미나라는 백두대간 청정자연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2008년 설립된 오미나라는 친환경 생산 농가와 연계해 오미자와 사과를 주원료로 한 토종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다. 연간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의 양이 400톤 이상이라 하니,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바람직한 기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오미나라를 만든 사람이 ‘한국 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종기 대표다. 대한민국 1세대 양조대표로서 다수의 국산 명품 위스키를 개발하며 증류주 전문가로서의 일가를 이룬 이종기 마스터는 은퇴 후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오미자의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술은 관능적 매력을 가져야 하며, 오미자의 색과 향기, 맛은 그에 적합했다.
와인 발효실과 병 숙성고, 증류시설 등을 견학하다 보면 막바지로 갈수록 술이 고파지기 마련이다. 대망의 시음장으로 들어서면 쾌재가 절로 난다.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오미로제 ‘연’으로 연을 맺고, 2022 한미정상회담 만찬주인 오미로제 ‘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25도 증류주 ‘문경바람’을 타고 이름도 예쁜 52도 ‘고운 달’에 착륙하면 어느새 볼 빨간 술꾼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는! 신선이 돼 볼까요
2024년 7월 두발로학교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걷기와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
7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86강으로, 청정 고을인 경북 문경으로 떠납니다. 우리 국토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한 문경은 산수가 아름답고 선비의 전통이 잘 남아 있는 고을인데요.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계곡은 평탄하고 풍광이 빼어나 느긋하게 걷기 좋습니다. 여름철을 맞아 오전에는 시원하게 물길 걷기로 걸어보겠습니다. 오후에는 전국 최고의 술도가로 통하는 오미나라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체험합니다. 오미자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신라의 고은 최치원이 머물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만큼이나 풍광이 빼어나다.Ⓒ문경시
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86강, 2024년 7월 6(토)일, 당일로 준비하는 <문경 선유동계곡 물길 트레킹과 오미나라 와이너리 탐방>에 대해 들어봅니다.
길 놔두고 물로 걷기
물길 걷기는 말 그대로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멋진 계곡을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걷는 요령은 튼튼한 등산화나 아쿠아슈즈를 신은 채, 발목이나 종아리쯤 차는 물길을 걷는다. 계곡은 미끄럽기 때문에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게 정석이다. 물길 트레킹은 비교적 안전한 구간만 걷고, 위험 구간은 오솔길을 따른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며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문경시
고은 최치원이 머물던 선유동계곡
괴산과 문경에 걸쳐 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동서로 흐르는 계곡 따라 1.7km에 걸쳐 있는 선유동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자연스레 포개져 장관을 이룬다.Ⓒ문경시
정경세의 시구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 크다면, 문경 선유동은 아기자기하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에는 퇴계 이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 선유동의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복 정경세, 도암 이재, 손재 남한조, 병옹 신필정 등이 즐겨 찾아 자취를 남겼으며, 근세에 이를 발견하고 시를 남긴 유학자는 외재 정태진(1876~1956)이다.
▲첨벙첨벙 물길을 걷는 건,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다.Ⓒ진우석
선유동천 물길 걷기는 선유구곡 중 가장 아름답고 걷기 쉬운 코스만 걷는다. 출발점은 도암 이재(1680~1746)를 기리는 학천정(鶴泉亭)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새겨진 ‘산고수장(山高水長)’ 글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9곡 옥석대(玉舃臺)는 ‘옥 같은 돌’이란 뜻이 아니라 ‘옥으로 만든 신발’을 말하며, 이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고 한다.
옥석대 아래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는데, 여기가 8곡 난생뢰(鸞笙瀨)다. 여울 흐르는 물소리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인 생황(笙簧)이 연주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난생뢰에서 오솔길 좀 걸으면 제7곡 영귀암(詠歸岩), 6곡 탁청대(濯淸臺), 5곡 관란담(觀爛潭)이 차례로 나온다.
관란담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가 한 채가 떡 버티고 있다. 누구의 별장인지 장소가 기가 막히다. 별장 앞 잔디밭을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여기가 반석인 4곡 세심대(洗心臺)다. 발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가기 그만이다. 바위에 전서체로 쓰인 ‘洗心臺’ 글씨는 춤을 추듯 아름답다.
펜션 앞의 계곡이 3곡 활청담(活靑潭)이다. 긴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휘파람을 불며 흘러내리는 듯하다. 잠시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길섶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큰 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쿡 찍어 놓은 듯하다. 이것이 ‘장군손바위’로 선유구곡에서 수련하던 선인의 자취라고 한다.
장군손바위 맞으편 계곡에 희고 큰 반석이 놓여 있다. 수십 명이 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여기가 2곡 영사석(靈槎石)이다. ‘신령한 뗏목 바위’라는 뜻으로 반석을 뗏목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영사석에서 호젓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안개에 싸인 바위’란 뜻인 1곡 옥하대(玉霞臺)가 나온다. 신선놀음의 시작점으로 절묘한 이름이다.
▲9곡 옥석대 일대는 문경 선유동천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진우석
선유구곡이 끝나면, 선유칠곡이 시작된다. 한말 가은의 선비 7명은 서로 깊은 우정과 학문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의친왕 이강은 ‘칠우정(七愚亭)’이라는 이름을 정자에 내렸다. 칠우정을 중심으로 수려한 계곡 풍경 7곳 즉, 칠우대(七愚臺)‧망화담(網花潭)‧백석탄(白石灘)‧와룡담(臥龍潭)‧홍류천(紅流川)‧월파대(月波臺)‧칠리계(七里溪)를 선유칠곡이라 부른다.
▲점심식사는 <다온정> 식당의 다온정식. 푸짐하게 한상 받을 수 있다.Ⓒ진우석
우리나라 술의 자존심, 오미나라
오미나라는 백두대간 청정자연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세계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2008년 설립된 오미나라는 친환경 생산 농가와 연계해 오미자와 사과를 주원료로 한 토종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다. 연간 사용되는 오미자와 사과의 양이 400톤 이상이라 하니,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바람직한 기업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오미나라를 만든 사람이 ‘한국 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종기 대표다. 대한민국 1세대 양조대표로서 다수의 국산 명품 위스키를 개발하며 증류주 전문가로서의 일가를 이룬 이종기 마스터는 은퇴 후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다.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오미자의 주산지인 경북 문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술은 관능적 매력을 가져야 하며, 오미자의 색과 향기, 맛은 그에 적합했다.
와인 발효실과 병 숙성고, 증류시설 등을 견학하다 보면 막바지로 갈수록 술이 고파지기 마련이다. 대망의 시음장으로 들어서면 쾌재가 절로 난다. 세계 유일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오미로제 ‘연’으로 연을 맺고, 2022 한미정상회담 만찬주인 오미로제 ‘결’의 부드러운 결을 따라 25도 증류주 ‘문경바람’을 타고 이름도 예쁜 52도 ‘고운 달’에 착륙하면 어느새 볼 빨간 술꾼이 돼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