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분노는 마음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2022/3/11/사순 제1주간 금요일
마태오 복음 5장 20ㄴ-26절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분노의 자리는 아주 먼 곳에
우리가 쓰는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의 오장육부는 온갖 감정의 도가니처럼 보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운에 질투가 나면 ‘배가 아픕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분노로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면 ‘간이라도 빼서’ 줄 수 있습니다. 슬픔이 너무 커서 참기 어려울 때는 ‘창자가 끊어지는’ 느낌입니다. 또 예로부터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은 콩팥과 창자에 머문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사람의 장기에 다양한 감정의 자리를 준 본래 이유야 너무 까마득해 알 도리가 없지만, 비슷한 원리를 활용해 감정의 자리를 구체적으로 마련해두면 고삐를 잃기 쉬운 감정, 특히 분노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을 생각해봅시다.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물건은 아주 높은 선반에 보관합니다. 가끔 손님이 와서 그 물건을 찾으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꺼내오면 됩니다. 그런 물건을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은 제한된 공간을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처사입니다. 이처럼 분노의 자리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두어 아주 가끔, 정말 필요할 때만 꺼내 써야 합니다. 형제에게 성을 내지 말고, 사이가 틀어지면 재빨리 화해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면 우리 마음에도 현명한 공간 구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경민 신부(제주교구 서귀복자성당)
생활성서 2022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