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 도금동 느티나무 이상증상 주민 "구에 알렸지만 적절한 조처 없어" 시 '찔금 예산'..관련 업무 이양 안 해
“나뭇가지는 말라가고 잎들은 벌겋게 변해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민선(54)씨는 한가위 때 남구 도금동 고향을 찾았다가 터동네 앞 느티나무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높이 15m, 둘레 6m에 달하는 700여 년 나이의 이 느티나무는 터줏대감처럼 동네를 지켜봐 온 고목이다.
주민들이 지난 달 말 남구에 고목의 이상증상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김씨는 “나무가 죽어가는데 구에선 ‘관련 예산이 없어 시에 별도로 예산을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답변해 답답했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고목이어서 낙엽이 되는 속도가 더 빠른 편이라고 보여 일단 영양제를 주입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수가 이상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보호수 관리 업무를 구로 위임하지 않아 현장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광주시 쪽의 말을 종합하면, 5개 구엔 모두 75그루의 보호수들이 있다. 보호수란 ‘산림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노목·거목·희귀목 등이다. 2010년 7월 보호수로 지정된 도금동 느티나무는 광주시 보호수 중 가장 오래된 노목이다. 광주시도 2015년 다른 자치단체처럼 ‘보호수 및 노거수 보호관리 조례’를 지정해 관리 체계의 틀은 갖췄다.
하지만 광주시는 보호수 관련 업무를 구에 위임하지 않고 있고, 관련 예산은 4천만원에 불과하다. 125그루의 보호수를 관리하고 있는 대전광역시가 보호수 관리 업무를 5곳 구에 위임한 뒤 시비 2억원을 나눠 지원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4078그루의 보호수를 관리중인 전남도도 2014년 22곳 시·군에 업무를 이양한 뒤 일부 예산을 보조하고 있다. 장혜경 전남도 산림보존과 주무관은 “보호수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군 자체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운 뒤 나무의사를 통해 상태를 진단해 외과수술이나 영양주사 투입 등의 조처를 신속하게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문화·생태적 자원인 보호수들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현장 중심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동범 전남대 교수(조경학)는 “광주 관내 보호수와 노거수, 희귀목들의 실태 조사는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늘리고 업무를 구로 위임해 보호수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쪽은 “구에서 예산을 신청하면 지원해주고 있다. 다만, 5곳 구에서 보호수 관련 예산을 단 한푼도 세우지 않아 업무를 위임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