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14바둑대상 시상식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지난 12/22 우연히 인터넷 검색하다가 2015 바둑대상시상식 공지를 봤습니다.
공지에 나온 한국기원 기전사업국에 전화를 걸어 가겠다고 하니까 전화 받으신 분이 친절히 예약해주시면서 마지막으로 "혹 함께 오실 분들 없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아 제가 바둑 카페 회원인데 한 번 공지하면 엄청 많이 갈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근데 오늘 좀 가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날 카페 바둑뉴스 게시판에 휴대폰 카메라로 캡쳐한 공지를 올려볼까 하고 카페에 들렀더니 자유게시판 19147 게시물에 울집개짱님께서 이미 올려놓으셨더군요. 게시판 성격이 좀 안 맞다고 생각했지만 댓글만 달고 말았네요.
1/29 일단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PC방으로 갔습니다. 제가 간 PC방은 집 주위의 PC방 중에서도 제가 업무를 거의 100% 처리할 수 있는 고마운 PC방입니다. 빠른 인터넷, Email, MS Word 문서 중 doc확장자 (docx는 안 됨)의 문서 편집, pdf 가상인쇄 등이 가능한 PC방으로 저의 분신인 휴대폰과 USB만 가져가면 거의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오후 2시쯤 일을 마치고 상가내에 있는 PC방을 나와 건물 정문을 나오는데 우연히 건물로 들어가려고 저와 마주친 낯익은 얼굴. "양사범님"하고 불러보자 뒤돌아보신다. 양상국사범님이더군요. "혹시 오늘 바둑대상시상식 안 가십니까? 저 거기 갑니다." 했더니, 거기 가기 전에 이 건물내에 있는 서실에 뭐 좀 갖다주고 가셔야 한다면서 여기 1층에서 기다려라고 하시길래 기다렸더니 잠시후 내려오셨다. 이렇게 양상국 사범님을 뵙는 것도 참 뜻밖이었다.
근처에 사시는지, 요즘 근황 등 몇가지 여쭤보았고, 이런 저런 얘기 하시면서 명함도 한 장 주신다. 성균관대 사회교육원에서 강의하신다고 하신다. 20명 정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에는 등산다니시고. 요즘 바둑TV에 나오는 바둑교실은 (더 이상 출연료는 없이) 예전 촬영분을 재방하는 거라고 하시면서 아쉬워 하신다. 사실 저도 예전에 기자시절에 TV에서 강의하시는 분들 인터뷰 많이 했는데 그분들도 본방 촬영할 때는 출연료를 받지만, 재방할 때는 돈 한 푼 안 받고 방영되니 불만이 많더라며 맞장구 쳐드렸다. 사범님이 "회사가 이 근처에요?" "아뇨, 오늘은 회사 일을 PC방에서 USB로 했죠...." 아, 순간 USB를 PC방 PC에 꽂아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넣어두는 주머니 속에 없다. "사범님 먼저 가세요. 제가 PC방에서 USB를 갖고 와야 해서요." 하고 사범님만 타시고 전철 문에서 헤어졌다.
다행히 USB는 무사했다. 겨우 시간 맞춰 행사장인 호암아트홀에 도착했다.
제가 앉은 자리 옆에는 미모의 젊은 여자분이 앉아 있고 그 옆에 이지현4단(男)이 앉아 있다. 서로 허물없이 얘기하는 걸로 봐서 교제중인 연인사이 같기도 하고. 주위에 젊은 기사분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내 의자에도 국가대표석인지 "국가대표"라는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인사말 끝나고 본격적인 수상시간이다. 상을 수상하면 수상 즉시 간단한 소감을 말하는데, 유일한 예외가 기록부문 시상 때 다승상, 승률상, 연승상을 수상한 박정환9단이다. 박정환9단이 탈 상은 연속해서 수상하고 마지막에 박9단의 소감이 이어졌다.
다승상 수상 후 최유진 캐스터가 "박정환9단의 소감은 잠시후로 미루겠습니다." 엥?
승률상 수상 후 이번에도 최유진 캐스터가 "박정환9단의 소감은 잠시후로 미루겠습니다. 왜그런지 이유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이게 뭐지?
계속해서 박9단이 연승상을 수상한 후에야 박9단의 소감이 이어졌다.
저는 여류기사상, 신인상, 시니어기상, 최우수기사상 수상후보를 각각 최정, 신진서, 서봉수, 이세돌로 예상했는데 정답은 최정, 신진서, 유창혁, 김지석이었다.
최정5단의 시상 직후 소감발표를 막 하려는 찰나, 새내기 입단자인 박진영초단이 꽃다발을 전해주러 나왔다. 최유진캐스터와 함께 Co-MC를 보던 JTBC 아나운서가 최정5단에게 "혹시 애인이세요?" "애인은 아니고..."
신인상 후보는 신진서2단, 박창명 초단, 김명훈 초단 중에 신진서2단이 수상했다. 올해 성적도 성적이지만, 올해가 신인(입단 3년이내) 마지막이니까 수상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신진서2단 소감,
신진서 "~~~ 내년엔 더욱 열심히 해서..."
(잠시 뜸을 들이고 있자) 사회자 "내년에 열심히 해서요 ~"
신진서 "앞으로 5년 후에 이자리에 다시 나오겠습니다" 굿~~
5년후에 다시 나오려면, 기록 부문 상 내지 세계대회 우승하여 최우수상 받을 때가 아니면 못나올 텐데 기대해 봅니다.
시니어기사상은 서봉수9단, 조훈현9단, 유창혁9단, 최규병9단의 4명의 후보 중에 유창혁9단이 수상했는데, 사실 다른 사람이 받고, 유창혁9단은 공로상 같은 거라도 줬으면 했는데 아무튼 유9단이 무슨 상이든 받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최우수기사상은 타이젬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던 걸로 알고 있고 저는 이세돌9단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는데, 이세돌9단도 받을만했지만, 김지석9단도 올해 국제대회 성적(17승2패)도 좋았고, 아직까지 최우수기사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행사가 끝나니 대충 오후 4시 20분 정도. 나오니 로비에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정장차림에 쾌활해보이는 이세돌사범에게 다가가 "Let's Run Park배 우승 인터뷰에서 밝히셨듯이 내년에 꼭 세계대회 우승 최소 2개 이상 하십시오"하니 밝게 웃으신다.
프로기사분께는 일단 "사범님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다. 박창명초단 옆으로 다가가 "박사범님, 내년에는 꼭 신인상 타세요. 올해 신진서2단이 신인 마지막 해니까 동정표도 좀 있었을 겁니다"했더니,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ㅋ
김명훈 초단에게는 KB리그 플옵에서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씀드리면서 쥬스 한 캔 먹고 있으니, 옆에서 누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한다. 돌아보니 지난 번 서울 정모 1주일 전에 저를 강남역 카페로 데려가서 지도기 한 판을 선사해 주셨던 조혜연 사범님이다. 사실 어제 "The 바둑" 대표로 선임되었다는 기사를 사이버오로에서 보고 즉시 축하 문자를 날렸는데, 바로 고맙다는 답문자를 받았던 터였다. 동료 여류기사들에게 The바둑 대표 명함을 나눠주시면서 이내 수다쟁이 같은 명랑한 모습...ㅋ. 기사 속에 현재 조9단이 대표이자 사원이라고 되어 있었기에 어떤 분이 "직원 필요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는데 조사범님은 싱긋이 웃기만 하신다.
오늘 시상식 도중에 프로기사들로 구성된 밴드 그린라이트(?)가 나와 2곡을 연주했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프로기사 밴드가 연주하는 거 봤는데 거기서 강다정 사범이 키보드를, 박지연 사범이 싱어였었다. 그걸 떠올리며, 강다정사범에게 다가가 "오늘 그린라이트 공연 있었는데, 강사범님은 거기 단원 아니세요?"라고 물어봤다. "저도 단원 맞는데요 실력이 부족해서 못나왔어요.ㅠ"
좀 있으니 양상국 사범님이 절 보시더니 "USB 찾았어요? 무사히 잘 오셨네." 하신다.
기념품으로 국가대표연구회 리포트 1권과 2015 바둑달력을 받았다.
아무튼 프로기사분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바둑실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착각 속에 빠진 하루였습니다.
최우수기사상으로 순금 메달을 걸고 계신 김지석 사범님과 사진 한 컷 (머리 안깎고 찍어 단정한 김지석사범님께 죄송).
국가대표연구회 리포트 (발간 소식을 들었는데 살까 했는데 안 산 게 오히려 잘 된 것 같음)
국가대표연구회 리포트 책 속에 해주신 이세돌사범님의 친필 사인
첫댓글 엇.. 파천신공님 글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 최정사범님 썸타나요? 으... 우리 귀요미사범님...흐흐..
썸타지는 않고요, JTBC 사회자가 행사 시작때 자신의 소개를 하면서 자신은 바둑을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꽃다발을 건네주러 나온 사람이 새내기 박진영초단인줄 알았다면 "애인"얘기 하지 않았을 겁니다.
파천형님 부럽습니다.~ ^^
부러우면 지는겨~. 와보지 그랬어.
와 정말 부럽네요 ㅎㅎ
감독님 말씀대로 우주의 기운과 바둑의 기운을 좀 받은 것 같습니다. 힘이 솟습니다.
저보고 프로기사랑 사진찍는 선수라고 하시더니 그런말씀하실거 못됩니다~~ ㅋ 부럽습니다!!
허 그런가. 글치만 넌 여류 사범님들하고 사진 잘 찍던데 그게 부럽더라 ~
참관기 잘 읽어보았습니다^_^
감사합니다.
평일만 아니었어도.. 후기 잘 봤습니다. ^^ 득템도 하시고 아주 좋은 참관이었네요.
느림보님, 늦게 나마 반천 감독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담 시즌 반천의 도약을 기원드립니다. 하지만, 영건스와 할 때는 오더 대충 내시길^^
기자님 출신이시라서 그런지 맛깔 나는 후기 잘 보았습니다. 마지막엔 사진까지 투척하셔서 감흡할 따름입니다. 충성
트레이드 마크 '충성', 김영재님 그립습니다. 요즘 실력 많이 느셨죠. 최근에 보니 아직 급이시던데 빨리 단에 도달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