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은 분명 3차원이지만, 인류는 탄생 이후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
간을 2차원적으로 살아왔다. 사냥감을 쫓아 드넓은 벌판을 끊임없이 달렸
고, 정착된 삶을 위해 시작한 논과 밭도 인구 증가에 따라 수평으로만 끊임
없이 확대되었다.
누군가 지구의 표면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눈에
비친 인류의 영토는 커다란 종이위에 끊임없이 옆으로 옆으로만 처져나가
는 면(面)의 삶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같이 2차원적이었던 인간의 범위를 비로소 3차원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
로 계단, 사다리, 경사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과 같은 각종 승강
장치들이다.
2층 이상의 집이 생겨나고 중세부터 시작된 수많은 성체와 도시가 가능했
던 것은 바로 계단과 사다리의 덕이며, 현대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주거ㆍ
활동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층 빌딩 속에도 바로 엘리베이터가 숨어 있
는 것이다.
실제로 1900년 이전까지 모든 건물이 4층 이하일 정도로 별 볼일 없던 미
국 뉴욕의 맨해튼이 그 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구를 수용하며 세
계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기 때
문이다.
엘리베이터는 잘못된 상식의 보고이기도 하다.
'다이하드', '스피드' 등 각종 영화에서 보듯, 엘리베이터만큼 영화나 TV에
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도 없다. 바닥은 있지만 그 아래는 허공이고, 그래
서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고소공포증과, 갇히면 빠져나갈 수 없는 밀폐
된 공간이라는 폐소공포증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는 고장난 엘리베이터 속에 갇힌 인간 군상의 심리, 줄이 끊어진 엘리베
이터가 추락하는 사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미스터리 등등의 장면으
로 이어지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흥미를 위해 과장된 것들이 많고, 또 엘리베이터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 중에는 막연한 추정이 실제 사실로 뒤바뀌어 있는 경
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줄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다. 엘리베이터가 조금만
이상한 소리를 내도 우리는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을 연상하게 되지만, 지금
까지 우리나라에서 엘리베이터 줄이 자연히 끊어져 바닥에 추락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공식 보고된 바가 없다.
오히려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사고의 대부분이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빨
리 탈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문을 열고 빠져 나가려다 끼이거나 발을 헛디
뎌 발생하고 있다.
또는 건물관리인 들이 밤새 엘리베이터 가동을 중단시켰다가 아침에 다시
가동시킬 때, 작동 이상으로 엘리베이터가 제 위치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습관적으로 발을 들여놓다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실제로 엘리베이터를 지탱하고 있는 강철 케이블은 1개의 케이블이 엘리베
이터 무게의 2배이상을 견디기에 충분할 정도의 인장 강도를 갖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법규정에 따라 4개 이상의 강철 케이블이 함께 설치되어 있
다. 설사 4개의 줄이 동시에 모두 끊어진다 해도 스프링이나 유압을 이용
해 엘리베이터의 걸쇠들이 순간적으로 엘리베이터의 레일에 고정되도록 하
는 각종 안전장치들이 6~8종류나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엘리베이터 바닥에는 충격 완화를 위한 스프
링 장치가 되어 있다. 곳에 따라서는 피스톤의 원리를 이용,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면서 바닥 부분에 설치된 공기상자 속의 공기를 압축시키도록 해 큰
충격 없이 서서히 내려오도록 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줄이 끊어져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사람들이 모두 선 채
로 괴성을 지르는 영화의 장면도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 사람이 떨어지는
속도와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속도가 똑같은 상황 아래에서는 엘리베이터
가 우리의 몸무게를 전혀 지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중력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바닥에 떨어진
끔찍한 순간 대신에 떨어지기 직전까지의 엘리베이터 안의 모습을 묘사해
보자면, 사람들이 제자리에 서 있지 않고 이리저리 마구 날아다니면서 뒤엉
키는 모습이 될 것이다. 흔히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닿는 바로 직전 순간
에 공중으로 점프하면 살 수 있겠지."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로 이
러한 이유 때문에 이 또한 어디까지나 '상상' 일 뿐이다.
최근 수년 전부터 국내의 많은 엘리베이터에 '닫힘' 버튼이 폐쇄되고 대
신 "버튼을 누르면 전력이 5% 더 소모됩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
만, 이 또한 넌센스다. 자동으로 닫히든, 손으로 버튼을 눌러 닫는 문을 닫
는 데 소비되는 전력은 마찬가지다. 다만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때문에 하루에 20번 오르내릴 것을 19번 정도만 오르내리면 되기 때문
에, 전체적으로 볼 때 전력 소모가 다소 덜하다는 소리일 뿐이다.
물체의 이동에 소모되는 힘만으로 따져 보면 수평이 가장 쉽고, 그 다음이
경사, 그 다음이 수직 상승이다.
높은 위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야 기원전의 세상에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
에는 높게 오르거나 올리는 데 소모되는 힘에 비해 그 필요성은 매우 약했
다. 불가피하게 높은 위치에 대한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비록 그 속도
는 느리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적게 드는 경사로, 즉 계단을 선택했고, 이
는 근세까지 이어졌다. 시간 단축이 산업이나 사회 활동에서 경쟁의 주요
요소로 등장한 것은 그 이후부터였기 때문이다.
물론 수직 상승의 장치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원전 236년 아르
키메데스는 도르래에 줄을 매달아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원시적인 형태의 엘
리베이터를 만들기도 했고, 실제로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이를 활용해 노예
들이 줄을 잡아당기면 자신은 반대 쪽 줄에 매달린 의자를 타고 2층으로 올
라가는 '나르는 의자' 라는 장치를 사용했었다. (티베트 지방에서는 지금
도 대형 두레박에 사람을 실어 옮기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이후 개량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인력을 이용해야 하는 근
본적인 단점 때문에 발전에 한계를 갖다가, 최초의 인공적인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1835년 영
국 런던에서 선을 보인 '증기기관식 화물 엘리베이터' 가 그것이다. 이 엘
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칸에 줄을 매단 뒤 증기 터빈으로 돌아가는 중심축
에 줄이 감기도록 하는 방식인데, 줄이 그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 화물에만 주로 사용됐다.
이같은 발전은 증기기관이 영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탓이라고 볼 수도 있
다. 하지만 당시 런던의 경우 산업혁명의 심장부 답게 극도록 밀집된 도시
환경에 처했었고, 이는 자연히 2층 공장, 3층 공장으로 이어지며 '수직 운
송' 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점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1845년 영궁의 윌리엄 톰슨 경은 이 화물 엘리베이터를 개량, 수압을 이용
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기다란 원통 아래에 물을 채워 넣고 펌프로 물을 밀
어 넣으면 그 압력으로 원통 윗부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올라가
고, 내려갈 때는 다시 물을 빼는 방식이었는데, 비효율성 때문에 널리 사용
되지는 못했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원리를 '로
프감기식' 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현재 아파트나 직장 건물의 엘리베이터
는 대부분 '평형추식' 이다.
평형추는 중심점을 기준으로 양쪽의 무게가 똑같을 경우 약간의 힘만으로
도 어느 한쪽을 오르내리게 할 수 있는 원리로, 놀이기구인 시소를 연상하
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어 시소 한쪽 끝에 몸무게 100kg의 사람이 앉아 있
을 때, 이 사람을 들어올리려면 100kg 이상의 큰 힘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
쪽에도 몸무게 100kg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서 평형을 이루고 있을 경우,
단 1kg의 힘만 가해도 어느 한쪽을 움직일 수 있는 원리로 보면된다.
즉, 엘리베이터의 경우도 위쪽에서 줄을 감아올리면서 끌어올리려면 '엘리
베이터가 떨어지지 않게 잡고 있는 힘' 과 '엘리베이터를 위쪽으로 들어올
리는 힘' 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공간의 가장 위쪽에 고정
도드래를 설치하고 줄의 한쪽 끝에는 엘리베이터, 또 한쪽 끝에는 엘리베이
터 무게와 같은 평형추를 매달아 두면 '들어올리는 힘' 만으로도 충분하
다. 즉, 중심점이 된 도르래를 엔진의 ??에 연결해 조금만 돌려 주면 그 무
거운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평형추식으로의 전환은 1853년 미국인 엘리샤 오티스에 의해 이루어
졌는데, 그는 줄이 끊어져도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함께 개발했
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엘리베이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 때문에 오티스는 1854년 열린 뉴욕 박람회에서 자신이 직접 엘리베이터
에 탄 채 로프를 끊어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오티스는 이후 뉴욕에 엘리베이터 공장을 설립해 1857년 마침내 뉴욕의 호
지(E.V. Hauch) 사 건물에 사람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데 성공하고, 1889
년에는 최초의 전기식 엘리베이터 ⑴ 를 설치하는 위업을 달성해 냈다.
⑴ 전기식 엘리베이터의 설치는 오티스 사가 처음 했지만 개발은 독일의 지
멘스 사가 최초이며, 지멘스 사는 독일 만하임에서 열린 박람회에 이를 출
품, 실제 시운전 해 보이기도 했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엘리베이터 회사가 된 오티스 사의 성공은 바로 여기
서 시작됐으며, 보통명사가 된 '엘리베이터' 라는 단어도 오티스 사의 최
초 상표였던 '엘리베이터' 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오티스의 엘리베이터 또한 5층을 올라가는 데 약 1분이 걸릴 정도여
서 이후 엘리베이터의 개발은 속도 향상에 집중됐다. 오티스의 이같은 노력
은 1930년대에 들어서야 결실을 맺기 시작했는데, 이 당시 뉴욕 맨해튼에
몰아닥친 '마천루 열풍' ⑵ 은 바로 이 작업의 완성으로 인해 가능했다.
⑵ 맨해튼이 상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토지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십 층
의 건물이 잇달아 건설되던 현상을 가리키는 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도 이 당시 건설됐다.
국내의 경우는 1940년 화신백화점이 동관을 새로 개축하면서 넉대의 엘리베
이터 (일본 히타치로부터 수입) 를 설치한 것이 최초인데, 이후 기술 부족
으로 일본 수입에 의존해 오다 68년 LG산전(당시 금성사)이 일본 히타치와
기술 제휴로 삼풍상가에 최초의 국산 1호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엘리베이터를 줄로 매달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오르내리게 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중력이라는 자연법칙에까지 위배되는
그야말로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리니어 엘리베이
터'로 불리는, 21세기쯤에는 충분히 실현화가 가능한 엘리베이터 운영방식
이며, 실제로 국내외 주요 엘리베이터사들이 이의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
고 있다.
가장 앞서간 회사는 오티스 사 (오늘날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에 각각 본
사를 둔 다국적 회사로 변모) 로서, 1983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이미 유리
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 90년 여전히 줄은 사용하지
만 동력원으로 전자석을 이용하는 '1단계 리니어 엘리베이터' 를 일본에 설
치하는 데 성공, 편안하고 조용한 승차에다 1분에 750m라는 엄청?속도를
과시했다. 이는 일본의 미쓰비시 등 세계 주요 엘리베이터 사들의 맹렬한
추격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LG 산전 등이 자체 기술로 리니어
엘리베이터의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리니어 엘리베이터의 원리는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에 전기 코일을 설치, 전
류를 흘려보내면 엘리베이터의 벽체에 설치된 특수 레일 사이 (레일과 엘리
베이터는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음) 에 형성되는 전자장을 이용하고 있
다. 즉. 전자장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와 특수 레일 사이에 서로 밀치고 당기
는 전자석의 힘이 생겨나는데, 이때 전류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바꿔 주면
원하는 방향으로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레
일 위를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가 수평 대신에 수직으로 이동한다고 생
각하면 된다.
이 경우 리니어 엘리베이터는 기어나 모터 레일과 전혀 맞닿지 않고 허공에
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마찰 등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과 소음이 전혀 없게
된다. 조용하고 미끄러지는 듯한 승차감 아래서 분당 최고 1km의 속도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착오 없는 컴퓨터의 통제로 추락의 걱정도 없
다.
하지만 전자석만으로 엘리베이터의 엄청한 무게를 이길 수 있기 위해서는
강력한 자력과 고도의 통제기술이 필요해 당장의 실현은 힘든 상태다. 오티
스 사 등 각 업체들이 줄과 평형추는 그대로 두면서 움직이는 힘만을 전자
석으로 이용하는 '1단계 리니어 엘리베이터' 를 먼저 개발한 것도 이 때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