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츠카 홀랜드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여성감독. 자아형성에 영향을 주는 정신적 상처를 거치는 성장영화의 형식이나 극한 상황과 운명에 처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사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보여준다. 유대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홀랜드는 유대인과 폴란드인 양쪽에서 모두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다. 홀랜드의 아버지는 공산당만이 반유대주의에 물들지 않은 곳이라 생각해 입당했으나 결국 시오니즘운동 혐의로 경찰서에 붙들려가 의문의 자살을 했다. 홀랜드는 폴란드의 영화학교가 유대인을 거부했기 때문에 체코로 건너가 프라하의 영화학교 FAMU에서 공부했다. 크쥐시토프 자뉘시의 조감독으로 영화일을 시작했고, 밀로스 포먼에게 사사하면서 체코 자유화운동의 정점인 ‘프라하의 봄’을 직접 체험했다.
72년 폴란드로 돌아와서는 77년 <스크린 테스트 Screen Tests>란 영화를 공동연출했고, 안제이 바이다 감독과 함께 <대리석의 사나이 Without Anaesthesia>(1978)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했다. 79년 마침내 단독 장편 데뷔작 <지방 배우 Provincial Actors>(1979)를 선보였고, 칸영화제에서 해외비평가상을 수상했으나 자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당시 폴란드사회의 모순이 반영된 때문인지 홀랜드는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고, 결국 <지방 배우>와 <열기 Fever>(1980), <혼자뿐인 여자 A Lonely Woman>(1981) 등 초기작 3편은 모두 폴란드 내에서 공개되지 못했다.
81년 홀랜드가 외국에 나와 있는 동안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자유노조의 공공연연한 지지자였던 그는 입국을 금지당했다.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홀랜드는 <전쟁의 로망스 Angry Harvest>(1985), <암살의 그림자 To Kill a Priest>(1988), <유로파 유로파 Europa Europa>(1991) 같은 문제작을 차례로 내놓았다. 이 작품들은 전체주의와 인종차별, 나치즘, 가톨릭, 노동문제 등 폴란드사회의 환부를 다뤘다. 특히 나치즘 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족적 정체성을 바꾸는 유대인 소년을 소재로 유럽 전체의 민족주의와 이데올로기를 공격한 <유로파 유로파>는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유럽 평단에서 악평을 듣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는 <올리비에 올리비에 Olivier, Olivier>와 더불어 명실상부한 홀랜드의 대표작. 93년 홀랜드는 첫 영어영화이자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을 찍었다. 95년 랭보의 생애를 담은 <토탈 이클립스 Total Eclipse> 역시 배급을 고려해 영어로 찍었다. 이는 특정지역 사람들의 현실과 문화적 언어를 표현하는 작업에 의미를 뒀던 홀랜드에게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b>
자료출처 [씨네21 영화감독사전]</b>
'마스터 존스' 씨네21 리뷰
우크라이나에서 40만명이 사망한 사건 '홀로도모르'를 아시나요
1933년 히틀러가 유럽에서 세력을 넓혀갈 무렵, 사람들은 소비에트 경제의 기적에 관해 궁금해한다. 비슷한 시기, 히틀러와의 인터뷰로 시선을 끈 영국의 초보 기자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가 ‘스탈린 인터뷰’를 목표로 모스크바로 떠난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그가 느낀 분위기는 기이하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특파원인 월터 듀런티(피터 사스카드)는 밤문화에 빠져 하릴없이 지내고 있으며, 사회주의국가의 감시 시스템은 그의 손발을 묶어버린다. 그러던 중 동료 기자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가 준 힌트를 토대로 가레스는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거기서 스탈린이 주도한 ‘대기근’의 비극을 목격한다.
폴란드 영화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이미 여러 차례 유럽의 현대사에 대해 영화화한 적이 있다. 이번 영화 <미스터 존스>에서 그녀는 우크라이나에서만 무려 400만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정치적 아사 사건 ‘홀로도모르’를 조명한다. 소재에서 느껴지듯 영화의 내러티브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감독은 실제 사건을 매우 시네마틱한 방식으로 전달하며, 그 과정에서 독재의 폭력을 반성적이고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속 주인공 ‘존스씨’와의 연관성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것이지만, 다소 허구적임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경쟁작으로, 같은 해에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되었다. 글 이지현(영화평론가) 2020-12-29
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