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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극장
원제 : Ziegfeld Girl
1941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Z 레너드, 버스비 버클리
출연 : 라나 터너, 주디 갈랜드, 헤디 라마
제임스 스튜어트, 재키 쿠퍼, 에드워드 에버렛 호튼
토니 마틴, 이안 헌터, 필립 돈
폴 켈리, 찰스 위닝거, 이브 아덴
제임스 스튜어트, 라나 터너, 주디 갈랜드, 헤디 라마, 이 배우들이 한 자리에 다 모인 영화가 있습니다. 배우들의 특성이나 유형을 보면 도저히 같은 영화에 함께 모이기 어려운 조합이며 모두 한 시대에 각자의 개성과 특징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대 스타들입니다. 이들이 모두 함께 공연한 영화, 그것도 우리나라 개봉작, 배우들 얼굴만 봐도 본전은 충분히 뽑는 영화, 그럼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이고 고전영화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 외에는 기억조차 못하는 영화입니다. 무슨 작품일까요?
바로 '미인극장' 입니다. 원제는 'ziegfeld Girl' 입니다. 1941년 흑백 고전입니다. 더구나 이 영화에 출연한 빅4 는 모두 한창 나이의 젊디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국내에 방영, 출시가 안된 오래된 개봉작이지요.
'지그펠드 걸'이라는 제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쇼 비지니스의 황제 플로렌즈 지그펠드 라는 인물을 알면 많은 참고가 됩니다. 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위대한 지그펠드(게봉제는 거성 지그펠드)' 였고 그 작품은 1936년에 발표되었고,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았습니다. 지그펠드가 죽은 뒤 4년뒤에 만들어진 작품이었고, 그 작품 이후에 5년뒤에 등장한 작품이 바로 '미인극장' 즉 지그펠드 걸들의 이야기입니다.
벡화점 엘리베이터 걸인 쉴라와 그의 애인 길
쉴라는 지그펠드에게 발탁되어 쇼걸의 기회를 얻는다
아버지와 함께 작은 공연을 해오던 수잔은
지그펠드에게 전격 발탁되어 지그펠드 폴리스 무대에 서게 된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남편따라 지그펠드 극장에 왔다가
졸지에 전격 발탁되는 산드라
27세 우아한 미모의 헤디 라마
'위대한 지그펠드'는 로버트 Z 레너드 감독의 연출작인데, 그는 이 영화를 크게 성공시키자 다시 '미인극장'을 직접 연출했습니다. 즉 '위대한 지그펠드'를 연출한 같은 감독이 바로 '미인극장'을 연출한 것입니다. 그만큼 지그펠드 라는 인물에 대해서 빠삭한 감독이라는 이야기죠. '미인극장'은 단독 연출은 아니고 뮤지컬 분야는 버스비 버클리 라는 뮤지컬 전문 감독에게 맡겼습니다. 즉 공동 연출인 셈이죠.
'위대한 지그펠드'가 쇼 비지니스 연출자인 플로렌즈 지그펠드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미인극장'은 지그펠드 쇼의 단원인 지그펠드 걸, 즉 쇼 비지니스 무대에서 공연하는 여배우들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두 영화를 각각 보고 비교해보면 재미가 더 있지요. 제작자 입장, 출연자 입장에서 만든 각각의 영화인 셈입니다.
'미인극장'이라는 개봉제목에 걸맞게 대단한 미인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지구 최고의 미녀 라는 호칭을 들었던 40년대의 전설적 미모의 여배우 '헤디 라마', 우리나라에 단지 '삼손과 데릴라'로만 기억되는 여배우지만 최근 개봉된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타리 '밤쉘'을 통해서 좀 더 많이 알려졌고, 여러번 개봉된 유명작품 '삼손과 데릴라' 이외에도 그녀의 미모를 많이 활용한 '붐타운' '미인극장' '연애 진단서' '네바다의 동굴' 등 다른 개봉작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국내에 '삼손과 데릴라'만 알려졌을 뿐이지. 20대 중반 시절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오드리 헵번을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미모를 과시했던 여배우입니다.
라나 터너와 토니 마틴
인기 쇼걸이 되어 여러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는
쉴라가 영 못마땅한 길
유부녀인 산드라를 유혹하는 프랭크
프랭크는 지그펠드 폴리스의 인기 가수이다
산드라와 수잔
또 한 명의 40년대의 미인배우 라나 터너, 헤디 라마 와는 달리 미모외에도 연기력과 배우로서의 가치도 꽤 높았던 인물로 40년대는 물론 30대가 된 50년대에 더욱 세련된 연기력으로 오히려 더 유명한 작품들을 남긴 장수배우였습니다. 미모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더 성장한 배우인 것이죠. 그래서 나이가 조금 들어서 출연한 '슬픔은 그대 가슴에' '페이톤 플레이스' '마담 X' 등 연기파로 변신한 작품들을 남기며 명배우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주디 갈랜드, 10대에 이미 유명해진 아역배우 출신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청순한 소녀로 40년대 성인 배우로서 여러 뮤지컬 영화에서 활약한 유성영화 초기 뮤지컬 스타입니다. 다만 아역시절의 앳된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여 성인 시절에도 성숙한 여인 역에는 한계를 보였고 그로 인하여 슬럼프를 겪다가 32살에 '스타탄생'으로 멋지게 재기하며 인생의 영화를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이후 불우한 삶을 보내다가 47살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 뚱뚱한 중년의 모습이 된 '뉘른베르크의 재판'이나 '기다리는 아이' 같은 영화에서의 모습은 요정같은 풋풋한 시절의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낯선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각자 사연 많은 3인 여배우들의 3색 연기를 만나는 것만도 상당한 행운이되는 영화입니다. 세 여배우 중 얼핏 배우의 경력만 보면 라나 터너가 가장 순탄한 것 같지만 라나 터너는 총 8번이나 결혼하는 등 역시나 굴곡진 삶을 살아간 여배우였습니다. 아무튼 세 여배우는 각각 지그펠드 걸 역할이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인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20살의 라나 터너, 아직 젖살이 덜 빠진 모습이다
쉴라와 길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지고....
당시 19세의 주디 갈랜드의 청순한 모습
왼쪽부터 주디 갈랜드, 라나 터너, 헤디 라마
소녀와 여인과 여신의 3인 3색 매력
헤디 라마가 연기한 산드라, 바이올리니스트와 결혼하여 어렵게 살던 여성이었는데 지그펠드 극단에 바이올린 오디션을 보러 온 남편을 따라 왔다가 전격 쇼걸로 발탁됩니다. 그로 인하여 남편과 갈등을 일으키고 냉각기를 갖게 됩니다. 라나 터너가 연기한 쉴라, 트럭운전사인 길(제임스 스튜어트)과 사귀는 엘리베이터 걸 출신인데 지그펠드에게 전격 발탁되어 꿈의 무대인 지그펠드 쇼에 출연하게 됩니다. 역시 그로 인하여 애인과 갈등을 빚지요. 주디 갈랜드가 연기한 수잔, 두 여배우와는 달리 아버지를 따라 일찌감치 공연무대에 선 뼈속까지 무대연기자 집안의 딸인데 아버지와 함께 공연하다가 역시 지그펠드 쇼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되고 자신은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아버지는 쇠락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는 착한 효녀 입니다.
세 여배우 모두 이렇게 지그펠드 걸 역할이지만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우선 노래와 안무에 능한 전문 뮤지컬 배우 주디 갈랜드와는 달리 헤디 라마와 라나 터너는 일반 연기자입니다. 그래서 두 여배우의 이야기는 로맨스와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고 주디 갈랜드는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헤디 라마는 여신같은 미모가 특징인 만큼 우아하고 품위있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라나 터너는 멜러드라마의 퀸으로서의 재능을 이 영화에서 일찌감치 보여줍니다. 하루 아침에 변한 삶 때문에 처음에는 호사를 누리지만 결국 자신을 감당못하여 파멸해가는 안타까운 역할이지요. 사실상 가장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헤디 라마는 무대스타가 갖는 여러 유혹을 용케도 이겨내고 결국 남편과 화해하고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남편을 따라 쇼걸을 그만두고 부부의 삶을 살게 되는 역할입니다. 주디 갈랜드는 본인의 정체성에 맞게 쇼 비지니스계의 스타로 성장해가는 역할이지요. 후에 아버지도 다시 불러오게 되고 가장 행복한 결말을 맞는 셈이지요.
그럼 제임스 스튜어트는 뭘까요? 사실 제임스 스튜어트가 연기한 쉴라의 연인 길 역할은 굳이 그가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조연 비중입니다. 아마도 흥행을 위해서 스타급 남자배우 한 명 정도는 넣어야 했는지 당시 꽤 잘 나가는 젊은 스타배우 제임스 스튜어트가 굳이 출연했습니다. 타이틀에는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왔지만 사실상 세 여배우들의 보조 역할입니다. 그가 등장하는 바람에 라나 터너의 로맨스 스토리 비중이 높아졌고, 라나 터너에게 가장 비중있는 역할이 주어진 셈입니다.
헤디 라마의 그윽한 유혹
그녀를 보고 반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에 있을까
인기 쇼걸이 된 연인 쉴라에게 질투를 느끼다가
갱단의 불법 주류 운반책이 된 길
길과 쉴라는 재회를 했지만 오히려
엘리베이터 걸과 트럭 운전사 시절과는 너무 달라진
각자의 모습에 실망을 한다
인기 가수 프랭크의 집요한 유혹
하지만 산드라의 마음은 굳건히 남편에게 향한다
지그펠드 폴리스 라고 불리운 지그펠드 쇼, 지금 우리나라에 대입한다면 지그펠드 폴리스의 쇼걸이 되는 것은 이수만의 SM그룹에 스타웃되어 걸그룹에 데뷔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그펠드 쇼에서의 여성 쇼걸의 역할은 별거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화려하게 치장하고 노출도 심한 옷을 입고 무대에서 걸어 내려오며 포즈를 취하는 정도, 물론 좀 재능있는 배우들은 노래도 하고 춤도 추지만 노래와 안무의 완성도 보다는 볼거리와 눈요기에 많이 치중하는 지그펠드 쇼 였습니다. 특히 지그펠드는 엄청나게 높고 깊은 무대를 십분 활용하여 아주 판타지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쇼를 기획하였고, 그 쇼는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기 전인 1920년대까지 아주 성행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경제 대공황을 맞게 되면서 몰락했고, 그로 인하여 지그펠드도 사실상 파산했고, 65세의 나이로 쓸쓸히 사망했습니다. 지그펠드의 곁을 끝까지 지킨 그의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빌리 버크는 원래 지그펠드 폴리스의 쇼걸이었지만 그와 결혼해서 내조를 했고, 훗날 말년의 지그펠드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생계를 위해서 다시 연기를 했고, 지그펠드 사망후에도 올래도록 연기생활을 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나 '버팔로 대대' 등 국내 개봉작에서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변 이야기를 알고 보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위대한 지그펠드' 그리고 지그펠드 폴리스의 스타 배우중 한 명인 패니 브라이스의 삶을 다룬 '화니 걸' 같은 영화를 예습하고 볼 경우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미인극장'입니다. (패니 브라이스는 영화 '위대한 지그펠드'에서 본인 역으로 잠깐 출연하기도 합니다.) 재미난 것은 '미인극장'에서 지그펠드는 단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언급은 수도 없지 되지만, 대신 그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노블 세이지 라는 인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주디 갈랜드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 무대
길다란 막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의존하여
펼치는 주디 갈랜드의 멋진 공연
결국 자기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멸의 길을 걷는 쉴라
아버지의 성공에 기뻐하는 수잔
결국 수잔만이 쇼단에서 스타로 성공한다
다양한 모습으로 세 여배우중
멜로 연기의 달인임을 과시한 라나 터너
쇼걸에 발탁되어 결국 스타로 성공하는 인물(주디 갈랜드), 아직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남편과의 재결합과 가정의 행복을 더 추구하며 당당히 은퇴하는 인물(헤디 라마), 엘리베이터 걸에서 인기 쇼걸로 신분 상승하여 화려한 삶을 살지만 감당못하고 파멸하는 인물(라나 터너) 이렇게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세 여인, 지그펠드 쇼단에 전격 합류하여 뭇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인극장의 미녀들, 출발은 비슷했지만 서로 다들 결말을 갖게 되는 세 여인의 삶과 사랑과 우정을 다룬 재미난 드라마입니다.
헤디 라마는 '붐 타운'에 이어서 여전히 여신같은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출연 당시 27살의 절정기였습니다. 그렇지만 라나 터너나 주디 갈랜드와 공연하면서 다소 손해를 본 느낌입니다. 아무리 예쁜 여성이라도 20살 라나 터너와 19살 주디 갈랜드와 함께 화면에 잡히다 보니 확연히 더 나이가 든 모습이 역력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27세면 노처녀였습니다.) 라나 터너는 특히 젖살이 아직 안빠진 모습으로 나이에 비해서 성숙한 미모를 보여주었고, 주디 갈랜드는 라나 터너와 불과 1살 차이지만 훨씬 어려 보이는, 아직 청소년같은 느낌을 주는 풋풋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성숙한 여성과 자라다 만 소녀의 극명한 차이랄까요. 여신, 여인, 소녀 이렇게 3인 3색의 연기와 역할이 돋보이는 영화로 그런 설정이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보다 더 볼거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소 아쉬운 것은 올라와 있는 영자막에 뮤지컬 가사 자막이 없어서 꽤 많이 등장하는 공연 장면에서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뮤지컬 장르이니 공연장면에서의 가사를 음미하면 훨씬 더 재미있을 영화인데. 후반부 수잔의 아버지가 친구와 함께 하는 공연에만 자막이 붙었습니다.
무려 3시간여나 되는 긴 러닝타임의 '위대한 지그펠드' 만큼은 아니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1941년 작품임을 감안하면 제법 긴 영화입니다. 세 명이 공동 주인공이니 그만큼 할 이야기도 많고 대사도 많고 춤과 노래도 많습니다. 1936년 작품에서 보여준 여러 공연들이 다시 재현되고 있으며 후반부 몇 장면에서는 1936년 영화의 주요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와 안무에 대한 재능, 헤디 라마의 눈부신 미모, 라나 터너의 연기 등 세 여배우 모두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며 윈윈한 연기입니다. 멀대 같이 마르고 키가 큰 제임스 스튜어트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추가적인 보너스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조연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영화가 오래도록 희귀작으로 꼭꼭 감추어져 있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ps1 : 주디 갈랜드와 라나 터너가 1살 차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정말 실감나지 않습니다
ps2 : 지그펠드를 의도적으로 출연시키지 않은 것은 아마도 1936년 작품에서 혼신의 열연을 한 윌리암 파웰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을까요?
ps3 : 여러 노래와 안무 중에서 주디 갈랜드가 긴 막대기들에 의존하여 공중으로 높이 치솟았다가 내려오는 안무라 정말 일품입니다. 여럿이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하고 누가 타이밍을 못 맞추면 추락할 위험도 있는 아슬아슬한 안무네요. 아래 동영상으로 올립니다.
https://blog.naver.com/cine212722/221566952362
[출처] 미인극장(Ziegfeld Girl 41년) 세 미녀의 3인 3색|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