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즌간 맨유에 몸담아온 라이언 긱스(27)의 testimonial 경기에서 스코틀랜드 챔피언 쎌틱이 승리했다. 또한, 2년전 서포터들의 투표로 뽑은 역대 최고의 '레드 데블'에 선정된 에릭 칸토나가 후반전에 깜짝 출연, 즐거움을 선사했다.
스코틀랜드 양대 산맥 쎌틱과 레인져스의 프레미어 리그 진출 논쟁이 눈을 뜨고 있는 가운데, 쎌틱의 활약은 그들이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단편적으로 입증해 보였다. 또한, 친선전임에도 불구하고 레논과 베컴, 써튼 등이 수 차례 악감정으로 충돌하는 등 마치 컵 결승전을 방불케 한 경기였다.
쎌틱은 전반 2분,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디디에 아가스가 우측에서 필 네빌을 제치며 올린 크로스를 부상에서 회복한 크리스 써튼이 연결 시켜 리드를 잡았다. 이어 바로 2분 뒤에 점수차가 배로 벌어졌다. 베론으로부터 공을 빼앗은 북 아이랜드 스타 닐 레논이 라르손과 멋진 원-투를 주고 받은 후 바르테즈 옆으로 가볍게 굴려 넣어 60,000만 관중의 4분의 1을 차지한 쎌틱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대로 가다간 긱스 파티를 완전히 망칠 분위기. 전반 25분경, 킨과 스콜스의 연계 플레이에서 이어진 로빙 패스를 반 니스텔루이가 부드럽게 성공시켜 한 골을 만회했다. 그러나, 쎌틱의 전진은 계속됐다. 5분뒤, 써튼의 패스를 받은 폴 람버트가 멋진 바나나킥을 바르테즈의 좌측 하단으로 꽂아넣었다. 스코틀랜드 스타인 람버트는 1997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우승) 소속으로 90분을 뛰었던 선수. 쎌틱 3 맨유 1.
후반에 들어서는 양팀이 잦은 선수 교체를 감행하였다. 맨유의 경우 보다 많은 동료들에게 긱스를 축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쎌틱은 곧바로 글라스고우로 올라가 주말에 있을 스코티쉬 프레미어 리그 2라운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수 갈채속에 등장하는 칸토나 (Allsport/유로포토)
후반 20분경, 베론의 25미터 중거리포가 상단 구석에 빨려 들어가며 재차 한 점차로 따라 붙었으나, 바로 2분뒤 슬로바키아 국가대표 미드필더 루보 모라칙이 4:2를 만들었다. 이어 종료 15분여를 남기고 올드 트래포드의 황제 에릭 칸토나가 스콜스를 대신해서 출연하였다. 무려 1분간의 박수갈채와 함성으로 인해 구장이 떠나갈 지경이었다고.. 축구화를 벗은지 4년이 된 칸토나는 몸은 무겁지만, 팬들의 '우! 아!'소리에 맞춰 예전의 트레이드 마크 원-터치 패스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지막은 반 니스텔루이가 장식하였다. 종료 5분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날카로운 피니쉬로 한 골을 만회한 후 막판 대포알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와 골 포스트 접경에 명중되어 패배를 막진 못했다.
라이언 긱스 – "에릭에게 몇 분만이라도 뛰어 달라고 간청했었는데, 그를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새 가족 루드와 후안은 리그가 개막되면 보여줄 모습을 아주 조금 구경 시켜 주었다. 실로 대단한 골들이었다. 마틴 오닐 감독과 그의 선수들, 쎌틱 팬들, Gaffer(보스라는 의미=알렉스 퍼거슨)와 스텝들, 동료 선수들과 맨유 팬들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싶다.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해준 가족들에게도 무척이나 고맙다."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응원해 준 서포들에게 나의 남은 축구인생을 바친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testimonial match
테스티모니얼 매치란 20세기 중반부터 행해온 일종의 자선 경기다. 다만, 그 입장 수입이 어떠한 자선단체로 가는 것이 아니라, 10년이 넘게 한 클럽에 헌신해 온 선수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프로 축구 선수들의 연봉은 꽤 낮은 편이었다고 한다. 선수생활을 접고, 축구계에 계속해서 몸담지 않는 이상, 노후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입장 수입에서 세금을 제하지 않고 고스란히 선수에게 전달하는 그런 행사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축구 선수들은 어떠한가? 수퍼스타는 고사하고, 평범수준의 프레미어 리그 선수들도 웬만한 일반 소득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고액연봉을 주무른다. 이번 긱스의 테스티모니얼 매치를 통해, 영국 체육부의 한 고위 간부는 "오늘날의 축구계에서 테스티모니얼 매치는 그 의미가 없어졌다. 이들은 5년 계약에 천만파운드(180억원)대의 수입을 호령한다. 무엇이 모자라서 욕심을 부리는 건가?"라며, "이의 폐지를 또는 40%(영국 최고 소득층의 소득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얼마전 은퇴한 룩 닐리스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해 조기 은퇴가 불가피해진 선수라든가, 하위 리그 한 팀에서 10년간 몸담은 선수에게나 혜택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긱스는 이번 경기를 통해 약 100만파운드(18억원)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2001-08-01 (19:45) Old Trafford – 66,957
Manchester United
바르테즈- 어윈 (46' 브라운), G 네빌, 스탐 (46' 욘슨), P 네빌 (79' 실베스트레)-
베컴 (54' 요오크), 킨 (46' 버트), 베론 (85' 채드윅), 긱스-
스콜스 (73' 칸토나), 반 니스텔루이
골: 반 니스텔루이(24,84) 베론(64)
라이언 긱스 Ryan Giggs
1973년 11월 29일 영국(Cardiff, Wales) 출생
180cm 67kg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90~ )
포지션: 윙어(좌측)
프레미어 리그 경기/골: 322/64
A매치 데뷔: 91년 10월 16일 (대 독일)
A매치 경기/골: 32/7
커리어 하이라이트: 99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