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
담당부서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조사역 유은혜등록일2023.04.19 조회수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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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후로 우리 원화를 포함한 대부분 통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특히 최근 들어 원화의 절하폭이 우리나라보다 금융시장 규모가 작고 경제발전 정도가 낮은 다수의 신흥국 통화보다 커지자[1] 원화가 이들 통화보다 근본적으로 외부충격에 취약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투자, 수출, 생산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원화 환율은 과거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항상 크게 변동했을까? 그리고 변동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최근에 원화의 절하율이 유달리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블로그는 바로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변동성과 변화율은 어떻게 다른가?
환율이 얼마나 변동했는지는 크게 변화율과 변동성으로 구분하여 파악할 수 있다. 먼저 변화율이란 일정 기간중 환율의 등락폭을 의미하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절하율과 절상률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변동성은 환율의 방향성과는 관계없이 환율의 변동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나타낸다. 변동성을 추정하는 지표는 다양하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전일 대비 변화율의 일정 기간중 표준편차를 사용하였다.
이처럼 변화율과 변동성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만일 환율이 한 방향으로만 계속 변하면, 즉 변화율이 일정한 부호(+ 또는 -)를 유지한다면 환율 변동성이 변화율과 함께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환율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 둘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월초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시작해서 500원과 1,500원 사이에서 움직이다가 월말에 1,000원으로 되돌아오는 경우, 그달의 환율 변동성은 크게 나타나지만 기간 중 환율 변화율은 0(영)%가 된다. 아래 <그림 1>과 <그림 2>는 각각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원화 환율의 월중 변동성과 변화율의 추이를 보여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율의 변동성과 변화율은 최근에 뚜렷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1. 최근 환율 변동성 추이1)
주: 1) 전일대비 변화율의 월중 표준편차
2) 선진국 10개국 및 신흥국 24개국
자료: 자체 시산
그림 2. 최근 환율 변화율 추이1)
주: 1) 전월말 대비 당월말 환율의 변화율
2) 선진국 10개국 및 신흥국 24개국
자료: 자체 시산
원화의 환율 변동성은 다른 통화보다 큰 편인가?
원화의 환율 변동성이 다른 통화에 비해 기조적으로 높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0.1~2023.2월중 기간을 대상으로 총 33개국(선진국 10개국, 신흥국 23개국) 통화와 비교해 보았다. 아래 <그림 3>에서 보듯이 원화의 순위는 34개 통화(원화 포함) 중 20위로 대부분의 선진국과 남미 신흥국 통화들보다는 작지만 동아시아국 통화들에 비해서는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가별 분포로 보면 오히려 선진국에 가까운 수준이다. [2]
그림 3. 환율 변동성의 국제 비교1)
주: 1) 2010.1~2023.2월 일별 환율자료 기준
자료: 자체시산
어떤 요인들이 환율 변동성을 결정하는가?
위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 브라질 등의 환율 변동성은 기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중국, 필리핀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기존 연구[3]에 따르면 환율 변동성의 국가간 차이는 환율 제도의 경직성과 거시변수·대외교역·경제정책의 안정성, 자본시장 개방도 등에 의해서 종합적으로 결정된다.
기존 연구의 방법론을 참고하여 총 31개 선진국 및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패널분석[4]을 통해 환율 변동성 결정요인을 식별한 결과, 금융개방도와 단기외채의 외환보유액 대비 비율이 높을수록, 환율제도가 유연할수록, 그리고 달러화 유동성이 적을수록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증분석 결과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성이 <그림 3>과 같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와 환율제도의 유연성이 높지만,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4> 및 <그림 5> 참조).
그림 4. 대외 금융 자산 및 부채 규모1)2)3)
주: 1) (대외 금융 자산+부채)/GDP, 2022년 기준
2) 박스는 분포의 25~75% 구간을 나타냄
3) 붉은 점은 한국, 극단치(싱가포르, 헝가리) 제외
자료: IFS
그림 5. 자본통제지수1)
주: 1) 지수가 높을수록 통제가 강한 것으로 해석
자료: Fernández, Klein, Rebucci, Schindler and Uribe(2016)
변화율은 어땠을까?
이 블로그의 서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화의 환율 변화율은 최근 들어 뚜렷이 확대되어 지난 2월중에는 주요국 통화 평균치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과거 글로벌 이벤트 기간(유로존 재정위기, 미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을 대상으로 비교해 보면 원화의 변화율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그림 6> 참조). 이는 지난해 중반 이후, 특히 올해 2월중 나타난 원화의 높은 절하율(<그림 7> 참조)이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예외적 현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6. 주요 미 달러화 강세기별 환율 변화율1)
유로존 재정위기(11.8.29~12.7.24일)
미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14.7.1~15.3.13일)
미·중 무역분쟁 등(18.4.16~18.8.14일)
주: 1) DXY의 단기 저점 대비 고점기간 중 대미달러 환율의 절상·절하율, DXY는 상승률
자료: Bloomberg
그림 7. 2023년 2월중 환율 변화율1) 국제 비교
주: 1) 2023년 1월말 대비 2월말 환율의 변화율
자료: 자체시산
그렇다면 최근 원화 변화율이 컸던 배경은 무엇일까?
과거와 달리 최근 원화의 환율 변화율이 크게 확대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내외금리차, VIX 등 주요 대내외 변수로 구성된 VAR 모형을 구축하여 환율 변화율의 결정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내외금리차와 무역수지(1개월 시차 존재)는 원화 환율에 음의 방향(절상)으로, CDS 프리미엄은 양의 방향(절하)으로 각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환율 변화율을 이들 요인별로 분해해 보면, 최근의 이례적인 환율 변화율의 상당 부분이 <그림 8>에서 보듯 무역수지 충격[5]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최근 들어 무역수지가 악화된 태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의 통화가치도 우리 원화와 비슷하게 크게 낮아졌다 (<그림 9> 참조).
그림 8. 원/달러 환율 변화1)의 역사적 분해
주: 1) 월평균 환율 기준
자료: 자체시산
그림 9. 최근 무역수지 변동 및 환율 변화율 간 관계
주: 1) 23.1월말 대비 23.2월말 환율의 변화율
2) 22.10월대비 23.1월 무역수지 변동폭의 GDP 대비 비중
자료: IMF, HAVER
원화의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이 기조적으로 큰 것은 아니다
요약하자면, 우리 원화의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이 다른 통화에 비해 기조적으로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원화의 환율 변동성이 다른 동아시아국 통화보다는 큰 편인데, 이는 원화가 근본적으로 대외충격에 취약하다기보다는 우리 금융·외환시장의 개방도 및 성숙도가 높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최근 원화의 변화율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데에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과 함께 무역수지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1] 올해 2월 중 원화의 절하율은 7.4%로 미 달러화 지수(DXY)의 절상률 2.7%보다 현저하게 클 뿐 아니라 그 순위가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34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았다.
[2] 이러한 양상은 표본 기간을 가장 최근인 2022년 이후로만 설정한 경우에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3] Devereux and Lane(2003), Cady and Gonzalez-Garcia(2007), Calderón and Kubota(2018), Eichler and Littke(2018)
[4]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간 자료를 이용하여 추정하였다.
[5] 올해 1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125.1억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