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우리가 앉은 앞자리에는 보기에도 다정한 젊은 부부 한 쌍이 아기를 품에 안고 말없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어요.
얼마쯤 지났을 무렵, 아기가 손을 뒤척이며 칭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기 얼굴을 우리 쪽을 향해 세워서 안고 있었으므로 우리 딸 유빈이가 달래볼 심산인지 “까꿍”하며 아기 손을 잡았습니다. 얼핏 뒤를 돌아다 본 아기 아빠가 그 아내에게 손으로 무언가 신호를 보냈습니다. 아내도 함께 손 신호를 보내고… 그렇게 둘이서 바둥거리며 우는 아기를 끌어안고 수화(手話)로 열심히 열심히 소리 없는 의논을 하는 거예요.
이윽고 아기 아빠가 비닐 봉지를 풀더니 귤 한 개를 꺼내서는 한 쪽을 떼어 곱게 속껍질을 벗겨서 아기 입에 넣어주고 또 한 쪽은 아내의 입에 넣어주고 맨 나중에 자신이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둘이서 아기를 들여다보며 소리 없는 이야기를 너무도 다정하게 나누는 거예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저는 그만 가슴 한 가운데가 저릿저릿해지면서 무작정하고 그 두 사람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따라가서, 그들이 사는 곳이 그 어디이든지 간에 그곳으로 무작정 따라가서 방금 두 분의 이 사랑스러운 아기가 “엄마!”라고 불렀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그 두 사람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말을 가만가만 가슴으로 말해 주고만 싶었습니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지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불러주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눈물겨웁도록 고마운지를 어떻게든 전해 주고만 싶었습니다.
그토록 소중하고 귀한 아가야가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참으로 애처로운 그들… 그들이 하는 수화를 하나도 모른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꼭 알려주고만 싶었습니다.
그들을 이 땅에 보내어 주신 주님은 그 두 부부를 통하여 이 세상 모든 귀가 성한 자들 앞에서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길 원하신 바 그대로 그들을 바라보며 만 가지 생각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그 중에서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당연한 듯 누리고 살아왔던 그 사실이 사무치고 사무치도록 감사하고 또 그저 이유도 없이 그 부부에게 한정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