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공대생
『볼츠만의 원자』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서울공대 상상 예비 Winter vol .26
자연과학 / 공학
가장 작은 것에 대한 거대한 논쟁
『볼츠만의 원자 -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논쟁』
데이비드 린들러 지음, 이덕환 옮김, 승산, 2003
글: 정윤종, 기계항공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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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전세환, 전기정보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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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일 당장 인류의 모든 과학적 지식이 사라지고,
오직 단 하나의 문장만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지식을 전달할 것인가요?
천재 물리학자로 잘 알려진 리처드 파인만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가 우리 주위 물질들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라는 사실은 오늘날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재료공학,
원자핵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원자의 존재가 물리학계에서 아주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볼츠만의 원자』는 100여 년 전 이루어졌던 이 격렬한 논쟁을 조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루드비히 볼츠만은 기체를 활발히 움직이는 입자들의 집합으로 생각하면 거시적으로 나타나는 기체의 여러 성질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인식한 과학자였습니다.
기체는 사실 수많은 입자가 무작위로 운동하고 있는 것이고,
기체의 압력은 입자들이 벽에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며,
기체의 온도는
곧 입자들의 운동에너지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과정에서 그는 맥스웰-볼츠만 분포,
통계적 관점에서의 엔트로피 등과 같은 기체 운동론의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볼츠만의 이론은 당시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심지어 그의 이론이 과학이라 부를만한 가치조차 없다고 말하는 물리학자들도 있었지요.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에른스트 마흐였습니다.
그는 과학에 대하여 엄격한 실증주의를 주장하며,
과학은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것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만 한정되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볼츠만이 주장하는 원자는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온도와 부피,
압력 등 실험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성질들 간의 관계를 가상 입자를 통해 설명하는 것은 과학의 범주에서 벗어난 일이 되는 것이지요.
마흐가 강력히 주장하였던 실증주의는 곧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일이었습니다.
반면 볼츠만은 과학이 물리적 현상에 대한 단순한 기술(記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죠.
그는 ‘원자’라는 이론적인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물리적 세계에 대해 더 완전하고 깊은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원자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단지 원자의 존재 자체에 대한 논쟁의 차원을 넘어서 과학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이기도 하였습니다.
100여 년 전 원자론을 둘러싸고 뜨겁게 벌어졌던 논쟁의 시사점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원자’라는 개념을 인류 과학지식의 정수로 꼽았던 리처드 파인만은 역설적으로 이런 말을 남기기도 하였죠.
“초끈이론은 완전히 엉터리이고,
명백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오늘날 많은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초끈이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초끈이론이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끈이론이 현실
세계를 설명하려고만 할 뿐,
어떠한 검증 가능한 새로운 예측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100여 년 전 원자론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오갔던 것과 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열역학에 대한 이해를 넓힘과 동시에 과학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기대합니다.
인문사회
스킨십의 심리학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에코의
서재, 2005
글: 김소현, 기계항공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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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전세환, 전기정보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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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인간 심리와 본성에 관한 질문들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던 10가지 심리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10가지의 흥미로운 실험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4년 전 안방 극장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알고 있나요?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설명했던 스킨십의 심리학 역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 담겨있습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는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과 유사한 원숭이 새끼를 어미가 아닌 인형이 있는 방에 가둔 겁니다. 실험 전 예상과 달리 이 원숭이가 젖병이 달린 인형보다 천 원숭이에게 더 큰 애착을 보이는 모습으로 증명된 것이 바로 ‘스킨십의 중요성’이죠.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해리 할로는 스킨십이 영장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할로는 인간과 유전자가 95% 동일한 붉은 털 원숭이 새끼를 어미에게서 떼어놓고, 어미의 역할을 대신할 두 개의 원숭이 인형이 있는 방에 가두었습니다. 한 인형은 철망으로 만들어진 몸에 젖병을 매달았고, 다른 한 인형은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지만 젖병은 매달지 않았습니다. 과연 새끼원숭이는 두 인형 중 어느 인형을 더 선호하였을까요?
실험 전 할로는 새끼원숭이가 젖병이 매달린 인형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새끼원숭이는 부드러운 천 인형에 강한 애착을 보였고, 이를 통해 증명된 것이 바로 ‘스킨십의 심리학’입니다.
“스킨십과 움직임 그리고 놀이요. 우리가 이 세 가지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영장류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매우 놀랍습니다. 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것밖에 안 된다니요.”
할로는 붉은털원숭이 실험을 통해 한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스킨십, 움직임, 놀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실험에 대해 읽으며 인간 성장에 중요한 건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킨십, 움직임, 놀이는 대부분 인간이 다른 인간과 나누는 행위이니까요.
저는 가끔 ‘시간이 만들어 준 어른’을 마주치곤 합니다. 그때마다 인간의 성장은 만 19세에서 멈추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여전히 스킨십을 하고, 움직이고, 놀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인간 성장에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살아온 시간=성장’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체온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속 실험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이 여러분을 한층 더 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번 기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