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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V 영국 펭귄 출판사 편집장이 말하는 ‘한 권의 세계를 만드는 일’
V 책의 탄생에 A부터 Z까지 관여하는 출판 전문가들의 유쾌한 직업 정신
V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저자, 금정연 강력 추천!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펭귄 출판사 편집장인 리베카 리,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까지 편집자의 손길을 거치는 출판 과정의 면면을 꼼꼼하고도 유쾌하게 소개한다.
100퍼센트 완벽에 가까운 세계에 가닿기 위한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원고는 조금씩 더 좋은 글이 된다. 기획, 교정과 교열, 팩트 체크, 윤문, 색인 작업… 이 마법 같은 일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글을 대신 써주는 유령 작가가 실제로 존재할까?
작가가 원고 집필을 끝낸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책이 될까? 편집자는 오탈자와 비문을 잡아내는 데 하루에 몇 시간을 쓸까? 광활한 편집의 세계에서 매일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건과 활기찬 과정을 20년 경력 베테랑 편집자의 관록 어린 시선으로 소개한다.
색인(찾아보기)이 있는 책 특유의 재미를 누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번역과 교정 전후로 글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 가득하다. 또 파피루스에서 구텐베르크의 활자를 지나 전자책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책이라는 매체에 얽힌 역사적 흐름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에는 편집자 외에 다양한 출판 종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디자이너, 번역가, 인쇄업자, 에이전트를 비롯해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책 뒤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금정연 작가는 이 책에 대해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완벽한 안내서”라 칭하며 추천의 말을 보탰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언급하며 한국의 문화와 출판을 향한 특별한 애정을 표한 저자가 한국 독자만을 위해서 쓴 특별한 서문도 실려 있다. 유쾌하고 프로페셔널한 편집 전문가가 들려주는 활자와 편집의 세계 이야기에는 책 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만세’의 순간이 깃들어 있다.
작가 정보 저자(글) 리베카 리 (Rebecca Lee) 출판기획자/출판학자. 영국 펭귄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20년 동안 수백 권의 도서를 편집해왔다. 그간 리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책의 물리적 요소부터 그 안에 담긴 추상적 세계까지, 출판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편집 기술 외에도 저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출간 기념 파티에 가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같은 섬세한 기술에도 도가 텄다. 보안정보국에서 비밀리에 보낸 원고를 간수하고, 셰프가 알려준 비법 소스 레시피가 정확한지 세 번이나 확인하는 등 그는 원고를 일일이 다듬고 만지며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커리어를 쌓아왔다.
오늘도 리의 하루는 어떻게 하면 글이 좋아질지 고민하는 일로 가득하다. 문장을 다듬고, 모두를 매료할 만한 카피를 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깨알 같은 글씨를 하나하나 대조하는 색인 작업에 열중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독자가 마주할 온전한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리의 일이자 삶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모든 책은 그 자체로 해피 엔딩이 되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 글의 여정을 함께할 한국 독자에게ㆍ10
들어가며 | 구텐베르크 은하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ㆍ14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ㆍ27
이야기의 아름다운 형태 ─ 작가ㆍ31
단어를 기워 노래하는 자들 ─ 유령 작가ㆍ48
에이전트의 비밀ㆍ68
생生과 진眞 ─ 편집자ㆍ91
글은 어떻게 더 좋아지는가ㆍ103
작가는 나의 천적 ─ 교열ㆍ108
글 속의 작은 점들 ─ 문법과 문장부호ㆍ131
샬럿 브론테의 격투 편지 ─ 철자ㆍ165
각주 질환 ─ 각주ㆍ208
인덱스, 미주리 ─ 색인ㆍ226
글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ㆍ247
매그레 반장과 스카이 콩콩 ─ 번역ㆍ250
블랩, 블로버, 블러브ㆍ273
그리고 모두 노란색이었다 ─ 표지와 커버ㆍ294
손가락표와 머리 표제 ─ 텍스트 디자인ㆍ315
상실의 기억 ─ 잃어버린 글ㆍ342
영구적인 글 ─ 인쇄ㆍ366
광야를 헤매는 글 ─ 절판ㆍ385
에필로그 | 용감하고 새로운 글ㆍ400
책 속으로 책은 그 자체로 좋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뛰어난 추리 소설과 권위 있는 학술 논문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둘은 전혀 다른 목표를 가졌으니 말이다. p.15, 〈들어가며〉 중에서
아무리 교열자라 해도 모든 사실과 수치와 진술이 옳고 그른지를 바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는 안다. 좋은 교열자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거나 알아내기 위해 확인하는 사람이다. p.111, 〈작가는 나의 천적─교열〉 중에서
“저자에게 제안할 때 좀 더 기분 좋게 들리게끔 말하는 방법이 있죠. ‘당연히 이러이러하죠’보다는 ‘혹시 이러이러한 걸까요?’가, ‘모두 다 알다시피’보다는 ‘제 생각에는’이 더 좋아요. 다짜고짜 지적부터 할 게 아니라, 어떤 걸 왜 바꿔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게 예의 같더라고요. … 아,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처럼 유머 감각도 도움이 된답니다. 일이 끝나면 동료와 한잔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죠. 저자가 불쾌하게 굴었다면 저자를 안주 삼아, 내가 뭔가를 잘못 판단했다면 스스로를 안주 삼아 말이죠. …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p.114-115, 〈작가는 나의 천적─교열〉 중에서
스미스는 초창기 출판이 “실수를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했으며, 그때는 지금처럼 오류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그는 오류가 “찰나의 실수, 일시적으로 드러나거나 암시된 생산 과정의 관계”를 상기시킨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실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실수는 무언가를 출판하기 위해 무대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인간이 얼마나 실수를 저지르기 쉬운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p.205-206, 〈샬럿 브론테의 격투 편지─철자〉 중에서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고대부터 논의되어왔고, 그만큼 작가들은 글의 자유로운 이동을 중시했다. 고대 그리스인은 문자 그대로 번역하는 직역과, 보다 설명하는 투로 풀어서 번역하는 의역을 구분했다. “단어 대 단어보다는 의미 대 의미로.” 기원전 4세기경 성 예로니모가 성서를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하며(최초의 대형 번역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한 말이다. p.251, 〈매그레 반장과 스카이 콩콩─번역〉 중에서
좋은 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는다면, 단 한 순간도 잊히지 않음으로써 만들어진다고 답하겠다. p.354, 〈손가락표와 머리 표제─텍스트 디자인〉 중에서
또 그는 다른 대형 출판사의 외면을 받은overlooked 책들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오버룩 출판사를 설립해 좋은 글이 유실되는 일을 막아왔다. 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문제는 이 책이 읽을 만한가, 가치 있는가, 좋은 책인가 하는 것입니다. 책이 구간이든 신간이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이 그 책을 안 읽었다면 구간이더라도 사실은 신간인 셈입니다. 책은 읽히기 전까지 다 신간인 거죠.” 그렇다. 오래된 글은 새로운 독자를 만날 때마다 새 생명을 얻는다. p.362-363, 〈상실의 기억─잃어버린 글〉 중에서
사실 글은 의식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 진정으로 훌륭한 작가는 단순한 스타일리스트에 그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작가는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훌륭한 편집자는 이 능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내내 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니 말이다. p.403,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서평 편집의 세계에 얼렁뚱땅이란 눈곱만큼도 없다!
100%를 향해가는 펭귄 출판사 편집장이 기록한 ‘만세’의 순간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
- 스티븐 킹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편집은 신의 일”이라 표현한 바 있다. 오탈자와 비문을 바로잡는 교정 교열은 기본이고, 독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카피 뽑아내기, 골치 아픈 저자와 유연하게 소통하기, 수백 개의 색인 페이지 일일이 대조하기, 인쇄소에 방문해 출력물에 이상 없는지 확인하기 등등을 모두 동시에 완벽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여유로이 원고를 들여다보는 순간은 편집자가 하는 업무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펭귄 출판사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수백 권의 책을 편집한 편집장 리베카 리는 이런 편집의 세계를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작가가 완성한 원고를 한 번 정도 대강 훑어본 뒤 인쇄소에 넘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가짐으로 출판사에 입사했던 리는, 편집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나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오해를 한 것인지 깨닫는다. 『편집 만세』는 그렇게 온갖 책을 편집하며 어느덧 베테랑 편집자가 된 리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경험의 농축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편집에는 수많은 ‘만세’의 순간이 있다. 편집의 여정을 거치는 동안 연이은 실수와 건망이 초래한 좌절을 몇 번이고 맛보지만, 편집자는 100퍼센트라는 완벽에 가까운 세계에 가닿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을 기한다. 리도 마찬가지다. 원고를 다 읽고도 과연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자신하지 못하고, 자리에 가제본이 도착해도 실수를 발견할까 봐 최후의 순간까지 열어보기를 미루지만, 책 곁에 바짝 붙어 온갖 지식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편집이라는 탐험을 주관하는 그의 자세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훌륭한 편집자다.
편집이란 예측할 수 없는 예외의 연속
완벽해 보이는 책 뒤에 숨겨진 비화들이 가득
그럼에도 “모든 책은 잠재적으로 완벽한 순간을 기다린다”
경력이 쌓여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더 이상 실수는 없을까? 그럴 리 만무하다. 편집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예외’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책의 오탈자는 예외 1순위다. 리가 말하는 최고의 오탈자는 무엇일까? 바로 ‘히틀러’다. 그래서 히틀러가 자주 언급되는 책에는 ‘힐터Hilter’라는 오탈자를 막기 위해 ‘힐터 필터’를 설정한다고 한다.
오탈자는 역사적으로 영원히 박제되어버리기도 한다. 작가로 세계적 명성을 떨친 셰익스피어의 묘비명에는 ‘friend’가 ‘frend’라는 오탈자로 떡하니 새겨져 있으며, 피츠제럴드의 『낙원의 이편』은 앞의 헌사 페이지부터 오탈자가 너무 많아 실수를 발견하는 게임까지 생겨날 정도였으며, 작가로 세계적 명성을 떨친 셰익스피어의 묘비명에는 ‘friend’가 ‘frend’라는 중세 영어로 떡하니 새겨져 있어 현대인들에게 오탈자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책의 얼굴인 표지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예외는 있다. 저자인 피츠제럴드가 특별히 그림 사용을 요청해 만들어진, 역대 가장 유명한 표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위대한 개츠비』의 초판 표지는 어떨까? 헤밍웨이는 이 표지를 보고 “수준 미달의 SF 소설에나 어울릴 법”하다며 비판의 말을 얹었다.
이처럼 편집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예외투성이 그 자체다. 어떤 책이 언제 어떻게 성공을 누리게 될지 역시 예외에 포함된다. ‘인생 책’ ‘반드시 읽어야 하는 위대한 소설’ 같은 칭호가 붙게 된 『스토너』 또한 뉴욕리뷰북스클래식이 재발행한 뒤,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이런 사례는 동시대 독자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서 후대에도 영원히 그저 그런 책으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걸 증명한다. 행운의 예외인 셈이다. “모든 책은 잠재적으로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리의 말처럼 말이다.
책 뒤편에서 빛을 비추는 수많은 목소리
편집자 혼자서 한 권을 전부 만드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결코 그렇지 않다. 작가가 원고를 집필했다고 해서 저절로 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듯, 편집자가 도맡아 편집을 했다 해서 그 모든 과정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편집자 외에도 수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리베카 리는 책이란 함께 만들어가는 연쇄 작용의 결과물임을 강조하며, 업계 동료들과 주고받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V 영국의 가장 큰 단일 인쇄소인 클레이스에서 오래 근무한 인쇄업자 ‘M’
“인쇄소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실용적인 혼돈 상태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이 뒤섞여 있는 곳이랍니다.”
V 교열자인 동시에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번역가 ‘W’
“번역에도 창의적인 기술이 필요해요. 모든 단어는 번역가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V 펭귄 클래식 시리즈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S’
“디자이너는 글에 시각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에요. 사람들이 책을 집어 들고 읽고 싶게끔 만들어야 하죠.”
V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저자 대신 글을 쓰는 유령 작가 ‘?’
“대필 작가는 이야기에 매혹되어 그 이야기를 최대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이들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목소리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 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한 권에 깃든 총체적인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지 아는 리는 이렇게 말한다. “실은 이 숨겨진 인력들이 글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독자가 잘 즐길 수 있도록 뒤편에서 글에 의미와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제는 전자책과 인공지능의 시대?
그럼에도 오직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한 편집의 영역
하지만 모든 공정에 최선을 다해 만든 종이책 구매율은 떨어지는 반면, 전자책 구매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도 종이책보다는 이북 리더기나 핸드폰 앱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훨씬 많이 보인다. 정말 종이책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걸까? 여전히 편집자로서 매일을 활자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저자는 이런 생각의 흐름에 반대표를 던진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3차원으로 구성된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기억을 구성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오감을 활용해 냄새, 느낌, 모양을 인지하면 보다 오랫동안 책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전자책을 애용해도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종이책으로 구매해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대한 데이터의 총합으로 구성된 인공지능은 어떨까? 가장 강력한 언어 모델로 평가받는 GPT-3처럼 문장을 만들고, 심지어는 소설까지 써내는 인공지능에게 작가와 편집자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엄청난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응집성 있는 산문”을 써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실적 평가다.
적어도 글에 있어서만큼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곧잘 저지를 뿐만 아니라 맥락을 고려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구성하고, 틈과 틈을 잇고, 예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무척이나 취약하니 말이다. 진정 좋은 작가는 자신의 글에 담긴 의미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헤아리며, 이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해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리는 한발 더 나아가, 진정 훌륭한 편집자의 역량에 대해서도 정의 내린다. “훌륭한 편집자란 작가의 이 능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내내 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편집 과정은 리의 표현처럼 “빙하가 움직이는 속도”와도 같이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책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비교적 많은 품이 든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책이 지닌 가치의 유의미한 힘을 믿는다.
작가 곁에서 좋은 글이 탄생하게끔 돕고, 그 글이 더 좋아지도록 갈고닦고, 끝내 자유로운 상태로 독자에게 뻗어나갈 수 있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는 편집자라는 직업. 이 모든 과정이 녹아 있는 『편집 만세』와 함께 한 권이라는 그 거대하고 촘촘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