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상원(上元)이란 중원(中元, 음력 7월 15일, 백중날)과 하원(下元, 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로서 이것들은 다 도교(道敎)적인 명칭이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 동안 축제일이었으며, 이 시기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옛날에는 큰 축제였다. 이보다 좀 더 옛날에는 정월 대보름 이튿날을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설(說) 있다. 특히 대보름 달빛이 어둠, 질병, 재액을 막아주고 온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길 기원하는 날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보름달을 더욱 특별히 여겼다. 이날은 다양한 민속놀이와 풍속을 함께 즐기고 특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마을 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날이다.
『삼국유사』에는 정월 대보름 풍속에 관련, 신라시대 비처왕(소지왕, 21대 279년∼500년)이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정월 대보름 날에 행차하던 중 까마귀가 시끄럽게 울어서 신하에게 따라가라 명(命)했지만 어느 연못에서 까마귀를 놓쳐버리게 된다. 잠시 후, 어느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 편지를 주면서 “글을 읽으면 두 사람이 죽고, 읽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 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비처왕(소지왕)은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 하여 읽지 않으려 했지만, 신하가 “그 한 사람이 비처왕(소지왕)을 뜻하는 것 같다.”고 말을 하니까 왕은 결국 편지를 읽게 된다. 편지에는 ‘사금갑(射琴匣, ‘거문고 갑’을 쏘아라)’ 적혀 있었고 왕이 ‘거문고 갑’을 쏘자, ‘거문고 갑’ 안에서 숨어있던 중과 궁주(宮主가 튀어나왔다. 두 사람은 왕을 해치기 위해 ‘거문고 갑’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왕은 그들을 사형에 처했고, 이후 신라에서는 해마다 정월 15일을 오기일(烏忌日, 까마귀를 공경하는 날)이라 하여 찰밥(약밥)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 이것을 신라에서는 “모든 일을 특별히 조심하고 꺼린다”는 뜻의 달도(怛忉)라 불렀으며, 오늘날 한국의 정월 대보름 절식(節食, 절일을 맞아 그 뜻을 기리면서 만들어 먹는 전통음식)의 하나로서 약밥을 먹는 풍속의 유래가 되었다. 또한 노인이 나타나 편지를 전해주었다는 연못을 서출지(書出池)라고 부르게 되었다.
• 놀이
보름날에는 설과 같이 잠을 자지 않는 ‘수세(守歲, 해지킴 )’라는 풍습이 있어 온 집안의 등불을 켜고 밤을 지샜다. “보름날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 하여 잠을 자면 밀가루로 눈썹을 하얗게 칠하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보름날에는 다른 사람에게 더위를 팔고, 초저녁에 햇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가 달을 맞으면서 새해의 풍년을 점치고 행운을 빌기도 한다.
달집태우기는 생솔가지와 대나무로 달집을 만들어 달이 떠오를 때 태우면서 한 해의 액운을 쫓고 풍년과 건강을 기원한다. 개인의 소망을 적어 달집과 함께 태우기도 한다.
땅에 다리를 밟으며 다리가 튼튼해지기를 기원하는 다리밟기 풍습도 있다.
사물놀이패가 집집마다 돌면서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풍습이 있다.
그 해의 액운을 연에 담아 날려 보내는 것으로,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고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는 글을 적어 연을 하늘로 날려 보낸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농촌에서는 쥐불놀이했다. 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기 위해 논두렁과 밭두렁에 불을 놓고 태우는 풍습인데, 마른 풀잎에 붙어 있는 각종 해충의 알을 태워 없애고 타고 남은 재는 다음 농사에 거름이 됨으로써 곡식을 잘 자라게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 음식
부럼 깨기는 각종 부스럼이 생기지 말고 ‘이’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밤, 잣, 호두, 땅통 등 딱딱한 견과류의 껍질을 이빨로 깨물어 먹는다.
오곡밥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름날에는 쌀, 보리, 조, 수수, 팥 등 다섯가지 곡물을 섞어 오곡밥을 지어 먹고 건가와 풍년을 기원했다.
하루에 아홉 번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한다. 일곱 번에서 열두 번 정도에 걸쳐 자주 여러 번 먹기도 한다. 여러 번 먹는 풍습은 한 해 동안 부지런하게 일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보름나물은 무, 오이, 호박, 가지, 버섯, 고사리, 등 말려둔 나물로 9가지 나물 반찬을 만들었으며,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양푼에 가듣 담고, 김과 산나물을 곁들여 먹는데 이것을 ‘복쌈’ 또는 ‘복리(福裏)’라 한다. 쌈이란 것은 무엇을 싼다는 의미로 보름날 복쌈을 먹는 것은 한 해의 복(福)을 쌈으로 먹음으로써 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대추, 밤, 팥 등으로 약밥을 만들고, 솔잎을 깔고 떡을 쪄서 ‘솔떡’을 만들어 먹었으며, 보름날 새벽에는 찬 청주로 남녀 구분없이 ‘귀밝이술’을 먹는 풍습이 있다. ‘귀밝이술’은 한 해 동안 귀를 밝게 하고 좋은 소식만 들리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대보름날 세 집이상 성씨가 다른 집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아진다고 하여 하루 세 번 먹는 밥을 이 날은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믿었다.
대보름에는 종류를 불문하고 김치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는데, 김치를 먹으면 몸이 간지러워지는 피부병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백김치를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세고, 동치미를 먹으면 논에 이끼가 끼어 그 해 벼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날만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김치를 피했다고 한다.
• 속담
개 보름 쇠듯 한다./상원(上元)의 개와 같다.
정월 대보름에 개를 굶기는 풍습에서 비롯된 말로 배고픈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즉, 잘 먹고 즐겁게 지내야 할 명절에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두 가지 속설에서 비롯되었다. 한 가지는 정월 대보름에 개에게 음식을 주면 1년 내내 파리가 꾀고 개가 쇠약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속설은 개가 달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달과 개는 상극이라고 생각했는데, 달의 기운이 충만해지는 정월 대보름에는 여자들이 음의 기운을 받아야 하는데 이날 개가 음식을 먹으면 힘이 펄펄 나서 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개를 굶겼다고 한다. 다만, 지역마다 풍습이 조금씩 달라, 오후쯤에는 먹이를 주는 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보름에 풑밥할 놈이 나왔다.
일반 농가에서 추수할 때 팥의 수확이 여의치 못할 때 불만스럽다는 뜻으로 가을 추수 때 팥농사가 잘 안되었으면 대보름에 동네사람 누군가 팥밥을 해 먹지 않는 탓이라고 하고 “보름에 팥밥을 해 먹을 놈이 나와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풍년 들기를 온 동네 사람이 소원하는데, 이러한 소원에 불참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속담이다.
※ 남부지방에서는 ‘팥’을 ‘풑’, ‘풋’(발음은 풑)이라고도 한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
객지에 나간 사람은 설에 부득히 집에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보름에는 꼭 들어와야 한다. 는 뜻의 속담이다. 보름인데도 여전히 출타를 하고 있으면 ‘철(농사철)’을 모르는 사람이요, 철이 없는 사람이요, 농사와 단절한 사람이라고 해서 이전에는 욕(辱)을 먹었다. 욕을 먹는 사람은 농사 공동체에서 따돌림받기 쉬웠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
설은 눈이 많이 와야 좋고 대보름은 환한 달이 떠야 풍년이 들어서 좋다는 뜻의 속담으로 설이 질다는 것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한다는 뜻으로, 눈이 농작물을 덮어 이불 구실을 함으로써 동해(凍害, 농작물 따위가 추위로 입는 피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농사가 잘되고 한편 대보름에는 사람들이 보름달을 보고 새해 소원을 비는데, 둥근 보름달이 떠야 풍년(豐年)이 든다고 믿는다.
정월 대보름날 귀머리장군(將軍) 연 떠나가듯
멀리 가서 떨어지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연을 가지고 자주 놀았는데, 농사가 시작되는 정월 대보름 이후에 연을 날리면 혼이 나기 대보름 전날 그간 가지고 놀았던 연을 날려 보내곤 했는데 이를 송액이라고 했다. 즉, 연에 ‘액’ 혹은 ‘송액’이라는 글자를 써서 높이 날려 보내어 액을 쫓아내곤 했는데, 바로 이 연을 멀리 날려 보내던 풍습에서 비롯된 속담이다. 여기서 귀머리장군(將軍)은 연의 한 종류이다.
정월 대보름을 먼저 보는 사람은 복을 많이 받는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남보다 먼저 보름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은 그 해에 복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서로 달맞이를 먼저 하려던 옛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고문헌 : 네이버지식백과/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