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봉건제로 점철된 유럽 중세 역사를 근대의 전환점으로 이끈 르네상스는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새로운 사유 패러다임이었고, 중세 가톨릭교회의 권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종교적 사유를 고대 그리스·로마철학에서 찾았으며, 이는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새로운 인간 존재의 발견으로 나타났다. 근대성(modernity)은 개체로서의 인간 존재를 규명하는 시대사조였으며 이를 통해 과학과 이성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탈근대(postmodernism)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전통적 서구사상의 이원론을 극복하려는 철학적 시도였다. 근대를 이끈 서구 지식사회가 주도한 탈근대는 ‘무위無爲’의 동양사상을 흡수하면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무위는 자연 질서와 대립하지 않는 조화이며, 통합으로 나아가는 철학 사유이다.
‘개벽開闢사상’은 19세기 중엽 이후 조선말 혼란한 시기에 싹튼,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 고유 사상이다. 개벽사상의 뿌리로서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의 《동학東學》과 일부一夫 김항金恒(1826∼1898)이 지은 《정역正易》이 같은 지평에 있으며 지금 후천개벽시대를 맞이하는 한민족에게 중요한 지혜유산으로 다가오고 있다.
후천개벽시대는 자연을 정복하여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조화롭게 상생질서를 이루며 모든 ‘생명生命’을 보듬어가는 새로운 시대이다. 이는 나와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시대’이며, 세계 모든 국가들을 이롭게 하는 ‘홍익국가弘益國家’의 출현을 알리는 하늘울림(天鼓)이다.
그림: 《정역正易》 “金火正易圖”
一夫 金恒 선생이 지으신 金火正易圖는 우주의 원리를 나타낸 도표이며, 바깥원(外環)은 24방위와 24절기를 나타내고, 안쪽정사각형(內正)은 12개월, 12시간을 나타내며, 내십자(白十字)와 외십자(黑十字), 十十一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