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속 화자는 사슴을 그리다 뿔을 잘못 그려 지우개로 지운다. 보통은 잘못 그린 선을 지운 뒤 완벽하고 보기 좋을 뿔을 완성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하지만 시인은 뿔을 다시 그리며 사슴에게 숙제를 건넨다.
“너에게 곡 맞는/ 작은 뿔을 그려 줄 테니까/ 앞으로 네게 튼튼하고 크게 키워”
완벽한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몫으로 작고 단단한 ‘시작’만을 쥐어주는 지혜가 돋보인다. 이는 존재에 대한 완벽한 믿음이자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장 다정한 응원이다.
처음부터 멀고 높은 큰 목표를 제시하기 보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성취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스몰 스텝’처럼, 잘못 그린 선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배움이자 성장이다. 스스로의 속도대로 뿔을 넓혀갈 사슴처럼,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의 속도대로 저마다의 뿔을 단단하게 키워낼 것이다.
국어대사전에서 숙제를 찾아보았다. ‘복습이나 예습 따위를 위하여 방과 후에 학생들에게 내 주는 과제’ 라는 익숙한 뜻 외에도 ‘두고 생각해 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 ‘모이기 며칠 전에 미리 내어서 돌리는 시나 글의 제목’이라는 또 다른 뜻도 있었다. 한 낱말에 여러 가지 뜻이 담기듯 우리가 맞이하는 ‘숙제’앞에도 하나뿐인 정답이 아니라 다양하고 유연한 해결들이 열려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