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지은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주인공 '페트루초'는 사납게 구는 말괄량이 '캐서린'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그녀보다 더 사납게 굴고 온갖 기괴한 행동 일삼아 그녀를 길들입니다.
심지어 페트루초는 캐서린과의 결혼식에, 도무지 신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뒤늦게 나타나, 신부 캐서린의 기가 질리게 하고 사람들을 경악시킵니다.
말 타고 나타난 신랑 페트루초의 초라한 모습을 셰익스피어는 아래와 같이 묘사했습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저는 골치 아프고 괴로운 일 연달아 일어날 때,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그 구절과 함께 옥에 갇힌 춘향이에게 등장한 이도령의 형편 없는 모습을 읊어 내는 판소리의 소절들을 떠올리며 기분을 전환하곤 했는데, 냉소적인 비꼼의 '블랙 코미디' 일런지는 모르지만, 다함께 웃어보시기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2023.04.19(수) 김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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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페트루초 도련님이 새 모자 쓰고
헌 저고리 입고 오십니다.
낡은 바지를 세 번 뒤집어 입고,
양초 토막 모아 두던 장화를 신었는데
한 짝은 버클 달고 한 짝은 끈을 매고,
도시의 무기고에서 얻어 찬
녹슨 헌 칼은 자루가 깨진 데다
칼집은 마개가 없고
칼끝은 두 쪽입니다.
말은 엉덩뼈가 어긋맞고
벌레 먹은 낡은 안장
제각각인 등자에다,
콧물 질질 흘리는 병을 앓고 등은 썩어 굽어진 듯
잇몸 헐어 끙끙대며
종기가 돋았으며
발목들은 늘어지고
말굽은 부어 결딴나고
황달병은 끔찍하고
귀밑 병은 가망 없고
완전히 비틀대며
채독벌레에 물어뜯기고,
등뼈는 처지고
어깨뼈는 힘이 없고
앞다리는 마주치고,
재갈은 반만 듣고
헛짚지 말라고 잡아당기는
값싼 양가죽 고삐는
자꾸만 끊어져서
고쳐 맨 매듭 천지고
배띠는 여섯 번째였고,
어떤 여자 벨벳을
갈라 만든 안장 줄은
그녀 이름 두 글자가
선명하게 박혔는데
여기저기 노끈으로
묶어놓은 물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