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5명 모두 車에서 발견… 순식간에 퍼진 불길 못 피한듯
[과천 방음터널 화재]
대부분 발화 트럭 반대 진행방향
부상자 “차에 있으면 죽을것 같아
연기속 깜빡이 빛 보고 무작정 뛰어”
형체만 남고 다 타버린 터널 안 차량들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 방음터널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골격만 간신히 남아 있다. 터널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이 가연성이 높은 플라스틱 소재 방음벽과 터널 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피해를 키웠다. 독자 제공
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사망한 5명은 모두 타고 있던 차량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제때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자는 승용차 2대에서 1명씩 발견됐고,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에서 1명이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자가 나온 차량들은 대부분 불이 난 트럭의 진행 방향 반대편 차로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차량이 전소돼 희생자들의 탈출 시도 여부 등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순식간에 불길이 확산되면서 터널을 빠져나가지 못한 희생자들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로 터널에 갇혀 소실된 차량은 45대였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 반경 검은 천에 싸인 채 들것에 실려 사고 현장 인근인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희생자 신원 확인이 이뤄지면서 유족들은 오열하며 하나둘 병원으로 들어왔다. 사망한 전모 씨(67)의 동료는 “자동차 안에서 사망했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려서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기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탈출을 못 했다고 들었다”며 애통해했다.
얼굴 등에 큰 화상을 입는 등 중상을 당한 3명 중 2명은 한림대성심병원으로, 1명은 안양샘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중상자 조모 씨(59)는 한림대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연기와 열기가 덮치면서 차 안에 있으면 죽을 것 같아 뛰쳐나왔다. 앞이 안 보였는데 깜빡이 불빛이 보여 그쪽으로 무작정 뛰어나갔다. 같이 타고 있던 형님은 못 나왔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과천=전혜진 기자, 과천=손준영 기자, 과천=최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