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내 수익에 과세를 강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이자, 자국에 본사를 둔 미국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반대의 뜻을 표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주미대사관은 28일 서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경 없는 인터넷 속에서 디지털 주권 지키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글세 도입을 위해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지난달 내놓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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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일 의원의 해당 법안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서비스 사업자는 반드시 국내에 서버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박영선 의원 등 여러 민주당 의원들은 '논란의 구글세, 해외 사업자 세금 제대로 내고 있나'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과세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도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오픈넷은 "데이터 현지화는 극소수의 사회주의 국가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나 도입한 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최 측은 "한·미 FTA 12조의 현지 주재 의무 부과 금지 및 내국민 대우 조항에 위반돼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구글과 신경전… 美 대사관 "FTA 위반 가능성"민주당과 구글 사이의 갈등은 속 사정이 깊다. 지난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한국에서의 매출액 규모나 납세 내용 등 계속된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하자,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약탈적 기업"이라고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외국기업인 구글은 경영상황을 한국 일반에게 공시할 의무가 없다.
아울러 민주당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본사를 항의 방문해 동영상 104개의 내용이 '가짜뉴스'라며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위반 콘텐츠가 없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직접 개회사에 나섰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동주최를 통해 자국 기업들의 입장을 한국 정부와 국회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제자로 나선 미국 조슈아 멜처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 검열, 보호무역주의 등 서버 현지화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한국에 서버를 두게 되면)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기업 능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자적으로 배포되는 디지털 제품에 관세 혹은 이에 준하는 차별적 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약 및 한·미 간, 미국·일본 간, 미국·유럽 간 체결한 FTA를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구글코리아 방문해 동영상 삭제 요구지난달 1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구글세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글과 같이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는데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계 기업이 13곳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기업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연매출 5조여 원을 기록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과세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규제에서 자유로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있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지난 6일 구글·페이스북·아마존웹서비스(AWS)·에어비앤비 등의 '인터넷광고',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공유경제 서비스', 'O2O서비스'의 수익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영국은 구글세 적극적, 독일 아일랜드는 부정적해외의 경우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3%를 세율로 책정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고, 영국은 2020년부터 연매출 5억파운드(약 7400억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영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독일 정부는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대신 오히려 기존 세금을 낮추는 게 맞는다는 논리다. 아일랜드도 과세 확대를 반대한다. EU가 구글세를 일괄 도입할 경우 아일랜드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 비교 우위를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알리바바 등 거대 자국 IT기업을 보유한 만큼 디지털세 같이 갈등 소재를 유발할 수 있는 법에는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 기준 합의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도입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가 해외 ICT 기업의 조세 형평을 이유로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며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다. 구글에 대한 과세가 자칫 국내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들 속에서 서버 현지화 등의 본격 시행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