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평화 얻기 위해선 압도적 전쟁 준비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우리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전쟁을 생각하지 않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군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윤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하며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것.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 정찰 요격 시스템 등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ADD 방문 중 모두발언에서만 ‘전쟁’이라는 표현을 8차례 사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확전 각오부터 원점 타격까지 강경 일변도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 불안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전주영 기자, 황성호 기자
尹 “확실한 응징-보복만이 北도발 억제”… 5년만에 합동방공훈련
“北도발 상응조치, 당연한 자위권”
‘전쟁’ 8차례 언급하며 전력 강조
합참, 소형무인기 격추 합동훈련
유엔사, 北무인기 침범 조사 착수
尹, 국방과학硏 무인기 연구현장 참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무인기 연구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에 대한 확고한 응징과 보복만이 우리 자유에 대한 공격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북한에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에 대한 확고한 응징과 보복만이 우리 자유에 대한 공격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에게 핵이 있든, 또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도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절대 안 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침묵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확전을 각오하는 건 결과의 얘기”라며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위권 행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쟁’이란 단어까지 8차례 언급했다. 북한 무인기 침투 이후 대북 강경 행보를 이날도 이어나간 것.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비대칭 전력이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북한은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념하면서도 소형 무인기 등 값싸고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무인기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체계, 무인기뿐 아니라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모든 비행물체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체계를 재검토해서 미비점을 신속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뜻이 담긴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침략 전쟁은 거부하지만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의 행사는 확실하고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무인기 도발과 군의 ‘부실 대응’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9·19 군사합의와 대북 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북한 지도부에게 도발 위협과 협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이 무인기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날 군은 북한 무인기의 도발 상황을 상정한 합동 방공훈련을 실시했다. 그간 군별·제대별로 소규모 방공훈련은 했지만 합동참모본부 주도로 모든 탐지·타격 자산을 통합한 방공훈련을 실시한 것은 5년 만이다.
김승겸 합참의장(육군 대장) 주관으로 이날 오후 경기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일대에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육군 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적 소형 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이 진행됐다고 군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2m급 소형 무인기 대응 작전 개념을 정립하고, 실전적 작전수행 절차를 숙달하고 점검했다”며 “KA-1 경공격기와 아파치·코브라 헬기 등 20여 대의 유·무인 전력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MDL) 이남 및 수도권 침투 등 다양한 도발 상황을 상정해 지상 대공포와 헬기·경공격기 등 합동 전력으로 최단시간 내 적기를 제거하는 내용으로 실시됐다는 것.
이날 훈련은 KA-1 경공격기 조종사가 아군 영공으로 침투한 북한 무인기를 육안으로 식별해 항적을 전파하자 아파치 공격헬기가 최전방 경계부대(GOP) 후방 지역으로 출동해 타격 절차를 숙달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민간 피해 우려로 교전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500MD 헬기가 드론건(재머·전파교란 장치)으로 북한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훈련도 실시됐다. 이런 가운데 유엔사는 특별조사팀을 꾸려 북한 무인기의 MDL 월선 상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명확히 가리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 군이 상응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투입한 행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리 무인기의 MDL 이북 비행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작전이고, 유엔도 자위권 행사를 인정한다”며 “이번 작전에 관해 한미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고, 유엔사도 상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전주영 기자
與 “北무인기 규탄 국회 결의안 채택을”… 野 “尹 대응 낙제점… 국민 불안 부추겨”
합참 “용산 비행금지구역 침범 없어”
국민의힘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29일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국회 공동 결의안 채택을 야당에 제안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은 낙제점”이라며 정부 여당을 성토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번 기회에 우리 국회도 북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규탄하는 국회 차원의 공동 결의안을 즉시 채택할 것을 민주당을 포함해 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어제(28일) 북한의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엄중히 경고한다고 한 만큼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결의안 채택을 통해 북한 당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한편으로 우리 국민의 일치된 단결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의 제안에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대신 정부 여당을 겨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더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연일 ‘확전 각오’부터 ‘원점 타격’까지 강경 일변도의 발언으로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뚫고 날아와 서울시 상공을 활보하고 있었는데도 장관과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여러 가지 말을 쏟아놓았다. 거짓된 말이 너무나 많다”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침투대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발언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저격용 전력을 보강하지 않았다는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북한 무인기가) 남산 일대까지 이렇게 왔다 간 것 같다”면서 “용산으로부터 반경 3.7km가 비행금지 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김 의원의 주장에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P-37)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P-37은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반경 3.7km 지역으로, 군은 이곳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놓았다.
이윤태 기자, 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