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피트 여인의 습격
원제 : Attack of the 50 Foot Woman
1958년 미국영화
감독 ; 나산 주란
출연 : 앨리슨 헤이즈, 윌리암 허드슨, 이벳 비커스
로이 고든, 조지 더글러스, 켄 테럴
50피트 여인의 습격, 일단 제목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끕니다. 15미터나 되는 거인 여자가 등장하는 비현실적 내용이고 포스터에는 다소 과다 노출을 한 미모의 거인 여성이 한 손에 자동차를 쥐고 우뚝 서 있는 장면입니다. '킹콩'류의 영화의 미녀버전쯤 될 걸로 기대할 수 있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주 조악한 영화입니다. 60분을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의 저예산 B급 영화지만 아무리 그래도 엉성한 특수효과와 허접한 스토리는 저예산 B급 영화를 넘어선 느낌입니다. 하지만 또 이런 영화 나름 매력이 있고, 이런 부류의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도 제법 있지요.
1958년 제작된 흑백영화인데, 두 명의 거인이 등장합니다. 초중반부에는 외계에서 온, 무슨 로마시대 전사같은 복장을 입은 남자거인이, 그리고 후반부에는 거대한 여자거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워낙 특수효과도 구리고(이걸 특수효과라는 표현을 써야할지도....) 저예산 영화다보니 정작 거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다 합쳐도 10분이 안됩니다. 그것도 합성 티가 너무 풀풀 나지요. 미니어처 사용도 거의 없고. (우리나라 우주괴인 왕마귀를 보신 분이라면 그 정도 레벨이라고 보면 되죠. 그래도 왕마귀는 많이 나오기라도 했고, 성냥갑 같은 티가 났어도 건물을 부수기라도 했죠)
이야기의 설정은 백만장자 상속녀와 결혼한 허우대만 멀쩡한 바람둥의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돈 많은 집 딸인 낸시(앨리슨 헤이즈)와 결혼한 바람둥이 해리(윌리암 허드슨)는 허니 파커라는 젊은 여자에게 푹 빠져서 놀아나고 있습니다. 해리와 허니는 낸시를 정신병으로 몰아서 감금시키고 재산을 차지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남편 때문에 실의에 빠져 지내는 낸시는 어느날 차를 몰고 질주하다가 커다란 공 모양의 위성을 보고 차를 세우는데 그 위성에서 9미터나 되는 거인이 등장하여 혼비백산 도망칩니다. 하지만 보안관을 비롯해서 아무도 낸시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해리는 낸시의 이런 행동을 보고 오히려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속상한 부자 여인이 우주위성에서 나온 거인을 보게 되고 그 말을 사람들이 믿지 못하여 더 큰 곤란을 겪는 내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거인을 다시 만나서 붙잡혔다가 구출된 낸시가 그 거인에게서 나온 무슨 방사선의 영향인지 본인이 더 큰 거인으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50피트 여인은 바로 낸시입니다.
제목이 '50피트 여인의 습격'인데 정작 낸시가 거인으로 변해서 본격 등장하는 장면은 다 끝나갈때쯤인 후반부에나 조금 나옵니다. 뭐 눈요기거리를 위해서인지 거인으로 변한 낸시의 옷차림은 노출이 심한 복장이기도 하고요. 워낙 열악한 특수효과다 보니 거인의 모습을 잡을 때는 무슨 반투명인간처럼 흐릿하고, 그나마도 별로 많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낸시가 거인이 되어 나름 '습격'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호텔의 간판 하나 부수고 지붕하나 뜯어내는 정도입니다.
허접한 각본, 허접한 연출, 그리고 대충 부실하게 끝내는 마무리 등 별로 칭찬한 거리가 없는 영화인데 50년대의 이 어설프고 조악한 B급 영화보는 재미를 느낄 수는 있습니다. 물론 50년대에도 당시 기술은 이 영화에서 표현한 수준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당장 1930년대 킹콩만 해도 이 영화보다 월등히 낫고, 1940년에 만들어진 칼라영화 '바그다드의 도적'에서는 훨씬 그럴싸한 합성촬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0년대에는 레이 해리하우젠 같은 걸출한 인물에 의해서 제법 볼만한 판타지 장면도 등장하지요. 즉 이 영화가 거인등장 장면이 허접한 것은 50년대라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조악함 때문입니다.
영화의 특수효과가 허접하면 드라마라도 탄탄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난데없이 허무하게 끝나는 엔딩은 그냥....... 조악한 B급 SF물 중에서도 더 조악한 영화에 해당됩니다. 단지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 보다만 나은 영화였습니다.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을 넘어서는 황당컬트가 되기에는 역부족(?) 이긴 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놀랍게도 이 영화가 90년대에 다릴 한나 주연으로 TV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몸매 배우인 다릴 한나를 캐스팅한 것을 보면 눈요기에 많이 치중했을 것 같습니다.
ps2 : 배우들이 모두 생소한 인물들입니다. 감독 나산 주란은 나름 SF판타지를 종종 만들던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나산 헤르즈 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 종종 이 이름을 썼더군요.
[출처] 50피트 여인의 습격(Attack of the 50 Foot Woman 58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