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등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자 탈 서울의 대표적 지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도 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도 심상치 않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수요량을 초과함에 따라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올해에도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1월 전국에 아파트 총 3만5211가구(임대 포함)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만6246가구가 경기도에 입주하는데 전체 물량의 46%에 달한다. 이어 충남(4124가구), 부산(3489가구) 순으로 많다. 반면 서울은 761가구로 2%에 불과하다.
입주 기간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넓혀도 경기도 쏠림 현상은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기반 아파트 정보 사이트인 ‘부동산지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022년 서울의 입주 물량은 수요량보다 적거나 적정 수준이다. 반면, 경기도는 넘쳐나고 있다.
2021년 말 대비 지난해 11월 둘째주의 아파트 매매가를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3.6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은 -3.61%로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5.09%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보다 1.45%p 더 하락했는데 경기도 입주 물량이 과잉상태임을 말해주는 수치다.
올해 수요량과 입주물량을 보면, 서울의 수요량이 입주물량보다 2.1만가구 부족한 상태인 반면 경기도는 입주물량이 33.2만가구로 수요량 26.1만가구보다 7.1만가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매수 심리 위축이 맞물리는 내년도 부동산 매매 시장은 안갯속 장세가 예상된다. 서울은 공급 부족으로 큰 폭의 하락세는 보이지 않겠지만 경기도가 문제다. 공급 과잉 영향으로 올해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공급물량의 급증으로 ‘미분양의 무덤’으로 전락할 대표적인 지역으로 경기도 광명과 평택 등이 있다.
먼저 그간 미분양 청정지역이었던 경기 광명시 신규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광명시에선 지난해 7000세대 외에도 올해 1만5000여가구 분양이 예고돼있어 남은 단지들의 분양 일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1순위 청약 경쟁률은 0.97대 1에 그쳤다. 청약 수요가 모집 가구 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진행된 특별공급 742가구 모집에서도 701명 밖에 신청하지 않아 대거 미달됐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철산주공 8·9단지를 재건축해 건설하는 아파트로 그간 광명뉴타운에서 있었던 20여개 재개발·재건축 중 입지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아 온 단지다.
같은 시기 청약을 시작한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의 1순위 경쟁률도 0.63대 1을 기록하며 미달됐다. 앞서 이 단지의 특별공급은 경쟁률이 4.44대 1에 달해 선방했다고 평가받았지만 1순위 청약 결과는 참패였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저렴하고 모든 평형 분양가가 12억원 이하여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지만, 청약시장 한파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전용면적 59㎡에서 가장 많은 미달이 발생했고, 84㎡와 114㎡ 평형 평균 경쟁률도 2대 1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광명에는 2023년에도 총 1만5432가구 분양이 예정돼있다. 분양 예정된 단지는 총 5개 단지로 모두 1000가구 이상이다. △광명1R(3585가구) △광명2R(3344가구) △광명4R(1957가구) △광명5R(2878가구) △철산10·11(1490가구) 등이 있다.
업계에선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 두 단지의 청약 참패가 이들 단지 분양 전망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광명KTX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기준 경기 광명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 첫째 주 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세종, 경기 수원 영통에 이어 전국서 3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이 여파로 KTX광명역 역세권에 있는 일직동 '유-플래닛태영데시앙' 전용 84㎡는 지난해 4월엔 14억999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지난해 11월 9억9000만원에 팔렸다. 인근 '광명역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해 13억원 이상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11월 9억200만원에 실거래됐다.
광명뉴타운은 지난 2007년 총 23개 재개발·재건축 구역으로 이뤄져 있었지만, 리먼 사태 이후 절반인 10여개 구역이 뉴타운 지정 구역에서 해제됐던 전례가 있다. 사업성 저하가 이어지면서 재개발 자체를 포기한 현장이 우후죽순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지금의 광명 부동산 시장 상황이 지난 리먼 사태 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광명 지역 청약 경쟁률이 무너지면서 내년 서울 아파트 청약도 안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광명 타 재개발 단지에선 급매물·실망 매물이 쏟아져 사업 자체를 흔들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다음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투자로 수혜를 받았으며 경기도 남부 주택시장을 이끌었던 경기도 평택 주택시장이 수요 부진에 물량폭탄까지 겹치며 '미분양의 무덤'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삼성의 도시로 불리는 평택은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에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도시 조성 등의 잇단 개발호재에 힘입어 경기도 내 '핫플레이스'로 자리했다. 하지만 신규 공급이 지속해 이뤄진 데다 금리인상에 주택 매수심리가 하락하자 '미분양 폭탄'이란 역풍을 맞고 있다.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5080가구에서 11월에는 1957가구(38.5%)가 급증하며 7000가구를 넘어섰다. 이중 평택 미분양은 한달새 1269가구 증가해 2011가구로 껑충 뛰었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규모이자 전체의 28.5%를 차지하는 규모다.
미분양 아파트 추이는 정당계약 이후 3개월이 지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당 지자체가 파악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자체 담당자가 사업장에 유·무선으로 전화를 걸어 현황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집계된 물량보다 미분양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사업자가 미분양이 쌓이는 것을 우려해 수치를 낮춰 보고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미분양 숫자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평택 내 미분양이 확산한 주요 이유는 분양 아파트의 청약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투자심리 위축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가 빠르게 이탈한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청약자 모집에 실패한 단지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분양에 나선 주요 단지는 ▲평택화양 휴먼빌 퍼스트시티 ▲평택청북 세종 헤르메스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2-1BL)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4BL) ▲평택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 ▲포레나 평택화양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디에트르 리비에르 등 8곳이다. 이중 청약자를 모두 채운 단지는 3곳, 나머지 5곳은 대거 청약 미달 사태를 맞았다.
한화건설이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 7-2BL에 짓는 '포레나 평택화양'은 959가구 모집에 지원자가 584명에 불과했다. 중도금 무이자와 1차 계약금 정액제 등 금융 혜택을 제공해 흥행몰이 나섰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현재 선착순 계약으로 미분양 털기에 나서고 있으며 DL건설이 평택화양지구 2-1BL에 짓는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는 953가구 모집에 352명이 신청해 청약 경쟁률 0.36대 1로 부진했다.
화성산업이 시공하는 '평택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도 1198가구 분양에 지원자가 879명에 그쳐 미분양 아파트로 남았다.
이와 함께 지역 시세보다 빠르게 오르는 분양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택은 서울 출퇴근이 사실상 어려운 지역이라 수원이나 동탄과 같은 남부 수도권 수요들이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양가는 서울 근교 신도시 수준까지 뛰어오른 상태라 평택의 투자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물론 평택 부동산 시장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대출금리 인상, 거래부진,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당분간 시세 부진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개발 호재가 많아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남아 있다.
하지만 당장 미분양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고덕신도시, 화양지구 등에서 1만가구 규모의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7%에 육박하고 추가적인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서 주택 수요자 급감한 상태다. 주택거래가 줄어드는 반면 공급이 늘어나면 약세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 전반적으로 매도호가가 낮아져 주변 집값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경기도 광명, 평택 등은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끊긴 상황에서 공급물량이 많다 보니 집값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광명시는 '미분양 청정구역'임에도 매수심리가 위축 상황에 신규 물량까지 대량으로 공급된다면 광명이라도 미분양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고 말했다
장이사는 이어 “광명시의 올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겠으나, 인구와 비교해 신규 공급분이 워낙 많은데다 집값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어 청약이 흥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평택시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투자, GTX 개발 호재 등으로 지난해 아파트값이 평균 1%대 하락에 그칠 정도로 하방 지지선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대출금리 안정화, 투자심리 개선, 인구 유입 등이 본격화하면 지역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