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초기에는 무통 주사와 주사 진통제의 효과가 가장 컸다. 먹는 진통제인 타이레놀은 수술 후 일주일 뒤부터 하루 한 알로 효과를 봤다. 수술 3일차에 당직 간호사가 시키는대로 하루 밤만에 3알을 먹고 더 악화되었기에 그 이상의 섭취는 엄두도 내지 않았고 나의 위장도 그 정도는 버텨주었다.
그러나 날이 흐르면서 진통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새로운 진통 방법을 찾다 섬유근육통에 효과가 있다는 항우울제를 먹고 통증을 줄여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며칠만에 효과가 줄어 의사가 내 요구와 관계없이 준 신경안정제를 함께 복용해봤는데 홀로 먹을 때는 효과가 전무하다 항우울제와 함께 먹으니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더 심해져 할 수 없이 수면제 처방을 받아 약물을 강화했다. 현재로서 가장 강력한 통증 방어제는 수면제이다. 통증이 약한 날엔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로 심한 날엔 수면제까지 힘을 합쳐 나를 살려준다.
그러나 모든 약의 복용시간이 저녁이라 낮을 방어할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항우울제를 오전에, 신경안정제를 오후에, 잘때 수면제를 먹으며 생명을 연장해간다. 약물의존증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관리가 잘된 날에는 수면제없이도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오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점심 때 찾아온 통증을 진통제로 잡아보려했는데 30분정도 더 크게 아프고 안 아프던 발목까지 아픈 황당한 경험을 한다. 약효를 봤다는 느낌은 갖지 못한다.
공연히 고생만 하고 말았지만 나는 이를 내 몸안에 신경의 문제이외에 다른 질병은 없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인다. 해열할 것도 진통할 것도 소염할 것도 없으니 약의 부작용만 두드러지는 것이다.
부디 신경과 약이라도 오래 먹어 수술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날때까지 버틸 수 있기를 기도한다.
PS : 같은 날 저녁에 마약성인 부담스러운 수면제 대신 신경안정제만 먹고 넘어갈랬더니 점심 때의 진통제보다 열배는 강한 통증이 수술 부위와 사타구니로 찾아온다. 수면제도 복용시 더 큰 아픔을 몰고 오기는 하지만 순식간에 나를 잠으로 끌어들여 큰 도움을 주는데 오늘 이 놈은 죽는게 더 나을 고통만 주고 병세도 전혀 차도가 없다.
다음날 아침엔 항우울제도 먹자마자 통증을 유발하는데 신경안정제만큼 심하진 않다. 일시적 통증 후 호전상황도 그전만 못하여 좋아진건지 나빠진건지 판단 자체가 어렵다.
10일정도밖에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라도 도움을 주던 약들의 긍정적 작용은 줄어들고 부작용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전에 일상적 통증이 일정 한계치 이하로 낮아져야만 한다.
일단 모든 약을 끊고 약 복용시의 통증과 비교해봐야겠다. 약을 끊은 상태의 통증이 현재 약 복용시의 통증보다 심하다면 죽음보다 못한 삶은 자명한 이치이다.
첫댓글 약 복용을 하던,안 하던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텐데 음식은 어떻게 드시나요?
밥과 채소는 적당량 먹고 계란을 하루에 하나씩 먹습니다.
계란이 가장 부작용이 적은 단백질 음식이더군요. 그 다음이 콩!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무심한 듯 투병일지를
적어 내려가는 님의 정신력에 존경심을 느낍니다.
부디 쾌차하시어 육영이 조화로운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제는 정말 절실하게 자살의 충동을 느꼈었는데 죽지 않은 보람이 있네요.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