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왕
인어공주
별사탕
요산의 증가
유리조각들과 춤을!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이 혈액, 체액, 관절액 내에서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이다. 관절 주변이 붓거나 열감이 오는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이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도깨비바늘 풀 (거지 진드기 beggar-ticks) 같은 그가 왔다. 교회 옆, 이사 온 선무당이 작두 타다 발 다쳐서 앰뷸런스 오던 날, 이런 느낌이었으리라! 아침에 첫발을 디딘 순간 비명이 나왔다. 날마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느낌이다. 엄지발가락을 잡고 지혈을 한다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통풍이었다. 병들의 왕이라는 "통풍"이 허락도 없이 찾아왔다.
나폴레옹, 세종대왕, 루이 14세, 헨리 8세, 엘리자베드 여왕 등등 과거에는 왕이나 상류계층들이 주로 걸렸다. 술이나 고기류를 많이 먹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앓았던 명품병이었다. 왕관 쓰고 함께 왔다. 생명에 지장은 전혀 없어서 더욱 난감한 병이다.
일단 정말 아프다. 인어공주가 걸을 때마다 함께했다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온몸에 유리가 비늘처럼 돋아나는 느낌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하고 술을 줄여라. 의사들의 이런 지시는 모든 병에 해당하는 충고이다. 더군다나 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고기도 잘 안 먹는다. 철저하게 소식한다. 하루 두 끼, 산골 복순 할미보다 더 촌스럽게 먹는다.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줄일 수 있다는 말은 희망고문이다.
맥주 많이 마시면 걸린다는데 정말 난 억울하다. 술 한 잔도 안 마시는데 왜? 난 극도의 정신적인 고통으로 내 안에 통풍을 키웠다. 뻔한 코로나로 아프지도 않았고 아무 증상도 없었다. 통풍이 코로나보다 100배 더 아프다. 통풍은 한번 걸리면 완화는 돼도 완치는 어렵다. 삶의 질이 하타 치이다. 몸속에 불꽃들이 피어난다.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단 음식이랑 기름진 것들, 단백질 성분의 퓨린이 많은 것들은 조심해야 한다. 아이스크림, 치킨, 인스턴트, 디저트를 피해야 한다. 꽃송이버섯이 좋다고 한다. 엄지발가락에 유리가 꽂힌 줄 알았다. 체내에 쌓인 요산이 문제가 된다. 원로원 정적들이 카이사르 찌르듯 칼로 푹 쑤신 느낌이다. 염증성 관절염의 일종이다.
퓨린은 요산의 원료이고 요산은 원래 면역기능을 수행하는 백혈구와 같이 강력한 항생 역할을 하는데, 퓨린 섭취를 많이 하면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음주,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고 당 섭취는 퓨린대사에 문제를 일으킨다. 혈액순환이 안 되는 발가락, 손가락, 귀 등에 쌓이게 된다. 술은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다시 핏속으로 끌어들인다.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겁이 난다. 날마다 전쟁이다. 요산을 쫓아내고 평화를 찾고 싶다. 어깨, 무릎, 발, 팔꿈치, 여기저기 생길 수 있다. 내가 흩어졌다 뭉쳤다 한다. 내가 사람이고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슬프다.
사람들은 치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음식은 소박할수록 좋다. 배부르면 자제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평생을 물을 안 마시는 코알라처럼 살아왔다. 갑자기 하루에 2리터씩 마시다 푸아그라 만들기 위해 물고문당하는 거위의 고통을 몸소 체험했다. 잔인한 음식이다. 몸을 해독하고 세척해야 한다. 과일과 식초가 중요하다. 과일주스는 안된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 바람이 주는 면도날 씹고 몸에 장미 문신 새긴 좀 노는 언니가 된 기분이다.
요산을 없애려면 호박, 당근, 물, 옥수수수염차, 우유, 양배추, 식초, 셀러리가 좋다.
양말 신는 게 두려워진다. 튀긴 음식과 술을 피해야 한다. 우유 속 오로산이 요산 배출에 좋다. 채소와 블랙커피도 좋다. 이상한 요산을 없애야 한다. 콩팥 기능이 망가지기 전에 조심해야 한다. 소소한 작은 행동들이 요산의 축적을 불러온다. 요망한 요산을 쫓아내고 까마귀처럼 종종걸음으로 콩콩콩 걷고 싶다.
모든 게 다 마음의 병이다. 눈으로 지워져 가는 겨울 풍경 아래, 이층에 살지만 엘리베이터 타고 집에 가는 여자, 난 통풍과 동거한다. 통풍을 피해 깊은 산으로 가고 싶다.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날마다 통풍과 같이 운다. 대나무 같은 관절에 별사탕 같은 요산이 쌓이고, 고통은 배고픈 겨울 산짐승의 이빨처럼 깊이 파고든다. 발등 위 푸른 핏줄 타고 요산이 모여든다.
변심하는 애인처럼 싸늘하게 돌아서는 운명, 어쩌면 중환자실서 세무사 불러서 사인하며 죽어가는 거보다 따뜻한 햇살 아래, 신문지를 수의처럼 덮고 평화롭게 잠드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죽어가면서 세금 걱정해야 하는 것도 고통이다. 모든 게 고통이다. 소실점으로 사라져 가는 길에서 손 흔드는 게 얼마나 서러운지!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 칭기즈칸의 무덤처럼 사라지고 싶은 겨울밤이다.
더 이상의 늙음은 없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 계속 늙어 가고 있다. 내일 통풍은 좀 더 가까이 다가오겠지! 그래 이젠 너와 함께 춤을 추어야겠다. 그게 내가 할 일이라면! 더 이상의 바람도 피함도 없을 것이다. 내가 널 기다리니까! 애초, 모든 것은 마음이 문제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