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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145편 ※
위기에 처한 허유
한편 그 시간, 조조군에 대패하고 관도 한쪽으로 밀려난 원소군 진영에서는 적정을 살피기 위해 책사 허유가 야음을 틈타 몇몇 장수와 병사를 거느리고 몸소 전선으로 나왔다.
그리하여 최전방 경계 장수에게 보고를 받는다.
"선생, 조조군은 삼중 방어막을 치고 있습니다.
첫번째 부대는 진영 십여리에 동서남북 사방으로 병사들을 나누어 경계하고 있으며, 백여명의 순찰병들이 한 시각마다 순회 하고, 곳곳에 보초병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허유는 예상보다 삼엄한 조조군의 경계상태를 전해듣고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어둠속을 주시하고 있던 바로 그때, 보고를 했던 장수가 어둠속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나직하게 말한다.
"저기 보십시오, 기병 하나가 나오는군요."
허유가 장수가 가르키는 곳으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조조군 진영에서 누군가 말을 타고 조용히 나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분명히 구원병을 부르러 가는 터, 저자를 뒤쫒아 활을 쏜 뒤, 품을 뒤져봐라 !"
허유가 이렇게 명하자 장수는 호위 병사에게, "저놈을 어서 추격해라."
하고, 짧고 강하게 명령했다. 그러자 곧바로 기병 네다섯이 뒤를 쫒았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활을 쏘아 홀로 말을 달리던 조조군의 병사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뒤이어 그 자의 품을 뒤져 한 장의 편지를 찾아내어, 허유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편지를 내밀며,
"선생 ! 말씀하신 대로 그 자는 품에 서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허유가 봉투를 끌러 달빛에 편지를 읽어보곤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군 ! 조조, 이번에는 살아나기 어려울게다 !"
허유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말을 돌려 본영으로 급히 돌아갔다.
한편 그 시간, 원소는 곽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주공, 기주 유주에서 구원병이 도착했습니다. 청주에서 보냈다는 십만 군량도 내일이면 도착할 겝니다.
이리 되면 마병 팔만과 보병 이십오만, 수군 십만 등 우리 군사는 총 사십만이 넘고, 군량도 백일치나 확보 됩니다."
"그래 ? 첫 전투에서 일부 병력의 손실은 있었지만, 병사를 충원하고도 군량까지 넉넉하군.그렇다면 다시 조조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삼군을 열흘 내에 정비토록 하라.
내 이번에는 기필코 조조를 없애고야 말겠다 !"
원소는 충원되는 병력과 조달되는 군량 사정을 보고받자, 새로운 자신감이 용솟음쳤다.
그러자 곽도가 새로운 건으로 입을 연다.
"주공, 사소한 일이 하나 있사온데, 혹여 노하지 마시길..."
곽도는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서 원소의 눈치를 살폈다.
"말하라."
원소는 덤덤한 표정으로 곽도에게 명했다. 곽도가 허리를 구부리며 입을 연다.
"업군 태수의 밀보인데, 태수가 보내는 군량 오만석 중에 허유의 아들이 삼만석을 착복한 탓으로 나머지 군량 조달에는 시간이 걸리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원소는 곽도를 힐끗 올려다 보며, "그게 어찌 사소한 일인가 ?
적군을 눈앞에 두고 군량에 목숨이 걸렸거늘.. 자식놈의 군량 착복 사실을 허유도 알고있나 ? "
"아들이 자백하기를 허유도 그 내용을 대략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 삼만 군량으로 아비의 저택을 고쳤다고 하니...."
원소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프리며 고개를 흔든다.
"허유가 날 배반했군. 그러나 지금은 조조와 전쟁중이니 이 일은 잠시 불문에 붙이고, 전쟁을 끝낸 뒤에 엄중히 조사하겠노라."
"예, 그리하심이 좋겠나이다."
곽도가 허리를 숙이며 주군의 명을 받아들였다.
그때, 최전방 적정을 살펴보러 갔던 허유가 종종 걸음으로 들어오며 들뜬 소리로 말했다.
"주공 ! 주공 !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고 조조가 패할 조짐을 알아냈습니다 !"
그러나 원소의 표정은 시덥지 않은 소리를 들은 얼굴이었다. 그러자 의외라는 표정의 허유가 원소와 함께 있는 곽도를 발견하고,
"응 ? 곽도도 있었군."
하고, 말하며, 언잖은 표정으로 그를 보며 생각했다.
(저 자가 무슨 소릴 했기에, 조조의 패할 조짐을 알리는 데도 주공의 표정이 이럴까 ?...)
원소는 기뻐하기는 커녕, 담담한 어조로 허유에게 묻는다.
"무엇을 보았기에 조조가 패할 조짐이라 하는가 ?"
그러자 허유가 곽도에게 시선을 거두고 원소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오늘 밤 초경에 소신이 조조의 군영을 염탐하러 나갔는데, 경계가 삼엄한 가운데 기병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와서 서주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서신 전갈이겠군."
곽도가 이렇게 말하며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허유가 하던 말을 멈추고 곽도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곽도를 향하여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서신이라 ?
헌데 곽도 대인, 당신은 한밤 중에 조조가 왜 서신을 보냈다고 생각하오 ?"
하고, 말하고 난 뒤, 원소를 향해 돌아서며 말한다.
"주공 ! 현재 조조군이 우리와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뒤에도 경계를 삼엄하게 유지하면서 야밤에 기병을 보내는 것이 뭔가 미심쩍다 싶어서,
소신이 급히 쫒아가 활을 쏘라 명해, 그 자로 부터 조조의 군령장을 입수했습니다. 주공, 보십시오."
허유는 입수한 서신 봉투를 내밀었다. 원소가 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내들자 허유는, "조조는 군량도 다했고 무기도 부족하여, 급히 서주에 있는 군량과 무기를 관도로 옮겨오라는 명을 하달했습니다.
이로써 현재 조조군의 무기는 물론이고 군량조차도 부족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허니, 주공 ! 조조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군의 기습이며 전쟁의 장기전입니다."
하고, 자신있게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허유 !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나 ?"
"주공, 이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사십만 대군을 총 출동시켜 두 갈래로 나눠, 한쪽은 십만 병사로 조조의 관도 진영을 공격하고, 나머지 삼십만 군은 밤을 틈타 허도를 기습하는 겁니다.
그리되면 두 곳 군대중에 한쪽만 성공해도 조조는 패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단언컨데 오늘 밤 공격을 명하신다면 우리 두 군대는 모두 성공합니다."
허유는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열변을 토하였다. 그러자 느닷없이 곽도가 가소로운 웃음을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
때마침 원소가 허유에게 대꾸하려다가 말고 곽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곽도는 허유를 향해, "그것 또한 조조의 계략일 뿐, 주공을 속일 순 없지 !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곽도의 말을 듣자 허유는 화를 내며,
"엉 ? 곽도 ! 당신, 지금 제 정신인가 ?"
하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곽도는 여유를 잃지않고 허유에게 대꾸한다.
"조조는 고의로 당신 보란 듯이 서신을 보내고, 군령장을 빼가게 해서 우리의 기습을 유인한 것이 틀림없소 ! 암,
조조는 그런 계략을 충분이 저지를 만한 인물이지. 왜, 오늘 낮에도 보지 않았는가 ?
궁녀를 동원해서 우리 병사들의 혼을 한번에 빼내는 것을 .. 그러니 그런 가짜 군령장을 이용해서 우리가 심야에 기습을 하도록 유도하고, 조조는 군사들로 하여금 매복을 시켜두었다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 자명한데, 어찌 어리석게 그런 꾐에 군사를 함부로 움직인단 말이오 !"
그 말을 듣자, 허유는 진작에 곽도를 설득하기는 틀렸다고 판단하고 원소를 바라보며,
"주공, 조조의 군량과 무기는 분명히 부족하니, 지금이 놈을 섬멸할 최적의 기회입니다.
우리가 공격할 시간을 끌게되면 시간은 반드시 조조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허유는 흥분한 어조로 원소를 설득했다. 그러나 곽도가 끼어들며,
"주공 ! 그 군령장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조조는 천자를 미끼로 거짓 화친을 청했고, 우리군의 후방을 기습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고 주공께 차 한잔을 대접한다는 계략을 꾸민 위인 입니다.
그러니 그깟 군령장 쯤이야..."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원소가 군령장을 내려 놓으며,
"그래, 맞네 ! 또 조조의 꾀에 넘어갈 뻔 했어."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허유가 크게 낙담한 얼굴을 하는데 원소의 말이 이어진다.
"허유, 계책을 올릴 땐, 숙고부터 하게,"
허유가 그 말을 듣고,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들어 실망감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주공, 정말 뜻 밖입니다. 곽도의 눈에는 조조의 군영 모두가 함정이고 계략으로만 보이니, 이거야말로
조조에 대한 공포심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그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하고, 곽도를 핑계로 원소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자 원소가 정색을 하며,
"허유 ! 무엄하다."
하고, 짧고 강하게 질책하였다.
허유가 그 말을 듣고 즉시 허리를 굽히며, "주공, 용서하십시오. 소신 가끔 무엄하오나, 주공께 대한 충심은 변함이 없사옵니다."
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때, 원소의 명을 받고 그의 보검을 가지고 기주의 감옥으로 전풍을 참(斬)하러 갔던 장수가 두 손에 보검과 전풍의 유서를 받쳐들고 들어와 고한다.
"주공 ! 전풍이 스스로 자결했습니다."
원소가 애처러운 소리로 묻는다.
"죽었느냐 ?"
"네, 죽었습니다."
순간 원소는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어서 물었다.
"유언을 남겼더냐 ?"
"죽기 직전에 주공께 서신을 남겼습니다."
장수는 죽간(竹簡)을 들어 보였다. 곽도가 총총히 다가가 죽간을 원소의 앞에 바쳤다.
그러자 원소는,
"마음이 심란하니, 자네가 읽게."
하고, 곽도에게 명했다. 곽도가 서신을 열어 전풍의 유언을 읽기 시작하였다.
<주공, 소신의 죽음을 들으실 즈음엔 조조에 대한 공격을 후회하고 계실 겁니다.
소신이 입바른 소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점은 있으나, 그것이 죽을 죄는 아닐진데, 소신에게 죽음을 명하신 배경에는 소인배의 비방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곽도는 여기까지 읽은 뒤에 잠시 말을 멈추고 허유를 건너다 보았다.
그러자 전풍의 남긴 말을 듣는 허유의 얼굴은 온통 찌그러져 있었다. 곽도가 계속해 전풍의 유언장을 읽는다.
<그 소인배는 바로 충심을 가장한 허유로, 그는 조조와는 어릴적 함께 자라온 동무로 옛 정이 두터워 서신을 주고 받는 사이라는 것을 소신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읍죠.
그러니 주공께서 조조를 이기면 그는 주공께 충성을 다할 것이고, 만약 주공께서 조조에게 패하신다면, 그는 보나마나 조조에게 투항할 것입니다.
이제 소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공의 명을 죽음으로 따르는 충심을 보이오니, 주공의 주변을 잘 살피시어 충심을 가장한 간신을 물리치시도록 하옵소서. 전풍. >
"허 !~ 이런 !..."
허유는 기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정말 기막히게도, 전풍은 죽으면서도, 제 가슴에 비수를 꽂는군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원소는 쌀쌀한 표정이 되면서,
"허유, 어릴 적 조조와 동무였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허유가,
"네, 아뢰옵니다. 제 고향과 조조의 고향은 지척인 관계로 어릴 적 조조와 함께 수학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주공을 따르기로 결심한 이후, 조조와는 뜻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조와 서신을 주고 받은 것은 사실이냐 ?"
"아뇨, 아뇨..."
허유는 손을 들어 보이며 부인하였다. 그러면서
"주공, 절대 아닙니다."
하고, 재차 부인하였다.
"이는 분명 전풍의 모함입니다. 주공, 헤아려 주십시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원소는 허유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원소는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유 ! 수 차례 비방으로 전풍을 죽음으로 내몰았겠다 ! 내, 잠시 그 목숨을 살려두겠다만, 조조를 멸하고 난 뒤 엄중히 처벌하겠다 ! 꼴도 보기 싫으니 물러가 !"
원소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허유에게 거친소리를 내뱉었다.
낙담한 허유가 마지 못해 예를 표하고, 원소의 앞을 물러나 자신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방금 전에 자신의 주공 앞에서 벌어졌던 일을 곱씹어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쫄장부야, 쫄장부 ! 지략도 없는 쫄장부, 이렇게 있다간 나도 머지
않아 전풍의 뒤를 밟게 되겠구먼 !
하 ~ 기가막히는군 !...)
※ 삼국지(三國志)제146편 ※
허유의 귀순 선물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어둠이 적막한 조조의 군막에 보고가 들어온다.
"승상, 남양(南陽) 출신 허유란 자가 승상의 옛 벗이라며 뵙기를 청합니다."
조조는 잠들기 전에, 발을 씻으며 보고서를 보다가 눈을 들어 묻는다.
"허유 ? 원소의 책사 허유라던가 ?"
"그건 모르겠고, 승상과 고향에서 어릴 적에 닭과 거위 서리를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조조는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승상, 신발 신으세요."
"승상 ! 승상 !"
조조는 측근의 만류도 뿌리치고 맨발로 급히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허유 ! 허유가 왔다구 ?"
조조의 군막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허유는 조조가 나타나자 두 손을 올리며 예를 표한다.
"남양 출신 허유가 맹덕공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자넨가 ? 엉 ? 하하하하 !...."
조조가 군막 계단을 맨발로 달려 내려와 허유의 두 손을 잡으며 기쁜 어조로 소리친다.
"자네가 어쩐 일로 여길 ?..."
그러자 허유는 고개를 숙인 채로 머리를 흔들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였다.
"원소와 뜻이 맞지 않아, 그대로 있다간 이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소. 그래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왔소이다."
"하하하하 ! 자네가 내게 오다니 ! 하늘이 내린 복이로세 ! 복이야 !"
"부끄럽소."
"자네 도움이면 대업을 이루고도 남지 ! 자 ! 내 절을 받게 !"
조조는 그 자리에 엎디었다. 그러자 허유가 조조를 부등켜 안고 만류하며,
"당치 않소 ! 어서 일어나시오."
하고, 말하며 조조를 잡아 일으켰다.
그러면서 울음이 섞인 소리로,
"맹덕형 같이 높으신 분이 이리 반겨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소."
하고, 말하며 조조를 향해 두 손을 올려 깊숙히 허리를 굽혔다.
"자네를 만나는데 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 자, 어서 들어가서 애기하세."
조조는 허유의 손을 잡아 이끌며 자신의 군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자리에 앉자, 술이 들어왔다. 조조가 허유에게 권한다.
"자 ! 들게 !"
술을 한잔 마시 뒤 조조가 허유에게 묻는다.
"말해 보게 ! 왜 내게 투항하나 ?"
허유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연다.
"오늘 원소에게 고하길, 사십만 대군을 둘로 나누어 십만 대군으로 조조 진영을 치고 나머지 삼십만으로 허도를 치라했소.
두 갈래 군대중에 한쪽만 성공해도 조조는 필패를 면치 못한다고 했지.."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응...원소가 그렇게 했다면 난 분명히 패망했을 것이네."
허유가 조조의 대답을 듣고 한숨을 내쉰다. 그런 뒤,
"원소는 그런 충언이 거슬린다고, 내 목을 남겨뒀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처벌하겠다했소."
"음 ... 그랬었군. 뛰어난 신하와 막장 군주는 고통중에 고통이오. 또 백성들의 고통의 소리도 잘
새겨들어야지. 그런데 어째서 원소는 자네의 묘책을 묵살해 버렸나 ?"
"조조는 간계가 많다하며, 한왕조 천자까지도 미끼로 삼는데, 필시 매복해놓고 우릴 유인하는 거라며..."
"하하하하 ! 나더러 의심이 많다더니, 나보다 더한 놈도 있구만, 하하하 !..."
조조는 이렇게 말하며 크게 웃어젖혔다. 그러자 허유가 고개를 숙여보이며,
"맹덕 ! 자네는 언제나 저들을 놀래켰네,
그러나 사실, 조맹덕은 그리 강하지 않아. 오히려 자네에 대한 졸장부 원소의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하여 그들 스스로가 자네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거지.."
"정확해 ! 자네가 아니면 내 평생 이런 멋진 칭찬은 못 듣지."
"내가 원소의 책사로서 문제의 핵심을 찌를 수록 공교롭게도 죽음만 가까워 오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투항하러 왔소. 받아주신다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소."
"자넨 진작 내게 왔어야 했어 ! 천하에 이 조조만이 자네 재능에 걸맞는다네 !'
"과찬이시오."
조조는 허유를 있는대로 추켜세웠다.
그 바람에 조조로의 귀순을 걱정했던 허유는 안심했다.
"맹덕형 ! 하나 묻겠는데 사실대로 말해주시오."
허유가 한층 안정을 찾고 조조에게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탄 형제와 다름없으니, 뭐든 자네에게 털어놓겠네."
"하오 ! (좋소 !)"
허유는 비로서 조조의 가장 큰 약점을 물었다. 그것은 자신이 가졌던 의문에 대한 확인이었다.
"맹덕형 ! 남은 군량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소 ?"
조조가 고개를 흔들며 감탄조로 말한다.
"역시, 자네는 남다르네. 바로 정곡을 찌르다니...원래 백일치 군량이 있었는데 뜻밖에 손실이 생겨 이젠 오십일치 뿐이네."
조조는 얼마 남지 않은 군량을 오십일치 라고 부풀려 말했다. 그러자 허유는 빙그레 웃으며, "아닐텐데 !"
하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그러자 조조도 빙그레 웃으며,
"아 ! ... 남들에게는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한 달치가 남았다네."
조조는 시치미를 떼고 말했으나, 이것 조차도 속여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인상을 찡그리며,
"슬프도다 ! 목숨을 걸고 투항했건만, 제대로 알고 찾아온 줄 알았더니, 맹덕형은 날 믿지 않는 구려..."
허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하하하하 !..."
조조가 느닷없이 웃었다. 그리고,
"전쟁에서는 적을 적극적으로 속이는 법 ! 군심을 흐릴 수 있으니 이건 입밖에 내서는 안 되네."
조조는 다짐하 듯이 허유에게 말한 뒤에 나지막한 소리로 애기하였다.
"사실, 현재 남은 군량은 열흘치 뿐이라네."
하고, 말하며, 입에다 손가락을 대며, <쉬~잇 !>하고 입을 다물라는 표시를 해보였다.
"허허허헛 ! ..."
허유가 손가락을 세우고 고개를 흔들면서 조조의 표시에 웃음반 조롱반으로 웃어댔다.
"이보게 조맹덕, 그러게 남들이 자네에게 간웅이라고하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자넨 간웅의 할애비 일세. 천하에 둘도 없는 존재야 ! 하하하하 !..."
"허허허헛 !..."
두 사람은 마주보며 서로 다른 속셈을 가지고 웃었다. 허유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조맹덕 ! 솔직히 열흘 치도 없잖나 ! 나는 군량만 물어 봤는데 자넨 벌써 세번씩이나 거짓말을 했네."
조조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한다.
"알았네, 알았어. 자넨 못 속이겠어. 사실은 닷새분 군량만이 남아 고민 중이네. "
그리고 조조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이며 말한다.
"닷새분..."
그러자 허유가 쌀쌀한 어조로 추궁하 듯이 말한다.
"이젠 네번 씩이나 거짓말을 하는군 !
닷새분 ? 이보게, 자네는 이미 군량이 떨어졌고, 내일부터는 자네와 군사들은 전쟁에 써야 할 군마를 잡아 먹어야 할 걸 ? "
조조가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거리며 허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가,
"어찌 알았는가 ?"
하고, 감탄하듯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수염을 쓰다듬는 여유를 보이면서,
"군량을 재촉하는 서신을 중간에 입수했거든..."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즉시 정색을 하며,
"그런 사실을 원소도 아는가 ?"
하고, 재촉 하듯이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허탈한 모습으로 말한다.
"알지 ! 허나 알면 뭐해 ! 믿질 않는데 ! 오히려, 완벽한 전투 준비를 하는 꼼꼼한 조맹덕이라면 군량이 마를 날이 없을 테고, 군량 없이 버틸 거라곤 원소는 상상도 못 하네 !
그러니 군량을 보내라는 서신은 기습공격을 유도해서 자신의 군사들을 몰살 시키려는 전략으로 여기지..."
조조가 그 말을 듣고 나직하게 진심을 말한다.
"사실 반 나절 군량이 남았네, 내일 해지기 전에 군량이 당도해야 하는데..."
허유가 조조의 말을 끊고 입을 연다.
"만약 내일 안오면 ?"
허유의 물음에 조조는 눈만 깜빡거렸다. 사실 군량이 어디서든 당장 나올 곳이 없으므로..
허유가 고개를 젖히며 한껏 여유있는 소리를 한다.
"맹덕 ! 이 허유가 군량 백만석을 선물하면 어떨까 ? 응 ?"
조조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묻는다.
"지금 뭐라했나 ?"
허유가 진지한 어조로 고개를 조조 쪽으로 기울이며 말한다.
원소의 군량과 군수품은 모두, 이곳에서 사십 리쯤 떨어진 오소(烏巢)라는 요해(要害)에 있네,
오소는 소수의 병력만이 지키고 있어 수비가 허술하네. 수장 순우경(淳于瓊)은 술주정뱅이 인데다가 떨거지라 후방에서 뒷설거지나 하면서 실제 전투에선 중용도 안되고 있지,
그러니 이 밤을 틈타 오천의 기병으로 하여금 오소를 공격하여 원소군의 군량과 무기를 탈취해 온다면, 원소군은 혼란에 빠지고 자넨 필요한 군량을 얻을 거네."
"좋네, 좋아 ! 내 친히 출병하겠네."
조조가 이렇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허유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는다.
"맹덕형 ! 그런데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어쩔 텐가 ? 원소가 오소에 매복을 해놨다면 어쩌려고 ?..."
"으흥 ! 그건 걱정 않네, 난 원소도 아니고 졸장부도 아닐세. 이 정도는 감으로 알아차린다네."
"어찌 아는가 ?"
허유는 조조에게 한번 더 물어보았다. 그러자 조조는,
"첫째, 아무리 생각해봐도, 패배한 원소가 철군하지 않고, 십여일 만에 수십만 잔병들을 어찌 모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군량 덕분인게야..
패잔병이라도 복귀하면 굶기진 않으니까.
둘째, 야밤에 투항해 온 자네가 분명히 내게 선물을 준비했을 테니까. 그것을 믿는 것이 도리이고, 그리고
셋째, 오소를 공격하여 군량과 무기를 탈취해 올 수 있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굶주림에 처하는 것 보다는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하고, 조목조목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기쁜 어조로,
"역시, 천하의 명군답소 ! 내가 명군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니, 새로 태어난 듯 행운이오 !"
허유는 말끝에 두 손을 모아 올려 조조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허허허허 !... 허유 ! 원소를 섬멸하면 이건 순전히 자네의 공로일세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가 조조의 결심을 조속히 행동으로 옮기길 바라면서,
"그럼, 맹덕형 ! 언제 출병하시려오 ?"
하고, 물었다. 조조는 즉각 대답한다.
"지금 가야지 ! 맹장들과 정예군 오천으로 오소로 달려가면, 해 뜰 쯤 이면 도착할 거네."
"맞소 ! 그게 최선일게요. 허나 맹덕형 ! 명심하시오. 기습중에 원소군을 보면 싸우지 말고, 원소군 깃발을 들고 후장군 병사인양, 행세하며 원소의 구원병이라 하시오."
"올커니 ! 가르침 고맙네 ! 원소군 깃발을 좀 모아 뒀는데 오늘밤 쓰면 되겠군."
"그런데 맹덕형 ! 염려되는 것이...일단 오소에 불이나게 되면, 원소가 수많은 구원병을 보낼 것인데 어찌하겠소 ?"
"음.. 오소가 당하는 것을 알게 되면 원소가 급히 대규모 구원병을 보내겠지."
"아니, 아니오 ! 원소가 평소에 아둔하기는 해도, 일단 정신을 차리면 기발한 행동을 하는 지라, 분명히 오소는 내버려두고, 모든 병사를 모아 여길 덮칠 것이네.
조조가 오소로 갔다면 이곳 진영을 비었다고 여길 것이지.."
"맞네 ! 자네가 원소를 잘 아는군."
"그러니 맹덕형이 이곳을 떠나 오소로 가더라도, 이곳의 방어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하오."
"아니 ! 그건 너무 단순해. 그냥 내 진영을 내주고, 나는 원소의 관도 진영을 뺏겠네. 원소의 진영은 우리보다 훨씬 크거든..."
조조는 즉시 조인(曺仁), 순유(筍攸),가후, 조홍(曺洪) 등을 불러 허유와 함께 관도 진영에 남아 방어태세를 갖추게 하고, 다시 하후돈(夏候惇), 하후연,이전(李典) 등에게는 후방을 굳건히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장요(張遙), 허저(許楮)를 선두로 서황(徐晃), 우금(于禁)으로 뒤를 따르게 하여, 야음(夜陰)을 이용하여 오천 철기를 이끌고 오소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선두 부대에 원소군 깃발을 들게하고 자신은 중군에 몸을 숨기고 행군하였다.
원소군의 경비병이 이들을 발견하고 앞을 막으며 물었다.
"이게 웬 군사요 ?"
조조는 선두 군사들에게 이렇게 대답하도록 시켰다.
"우리는 주군의 명에 의하여 오소의 군량 창고를 지키러 가는 후장군 장기 장군의 부하요."
원소의 군사들은 자기편 깃발을 보고 더 이상의 의심을 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었다.
이렇게 조조의 군사들은 원소군 인양 곳곳에 이르는 경비병을 속이며 밤도 밝아가는 새벽 무렵에 오소에 도착하였다.
※ 삼국지(三國志)제147편 ※
성공한 조조의 오소 공격, 실패한 원소의 조조 공격
조조의 오천 기병은 심야에 관도 진영을 출발하여 어둠이 밝아오는 사경이 되어 오소에 도착하였다.
오소는 술을 좋아하는 수비대장
(守備大將) 순우경(淳于瓊)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는 이날 밤도 그 지방에 있는 미녀들을 불러다 놓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질탕 놀다가 젊은 미녀를 불러들여 삼경이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하여 거사를 치르고 비몽사몽 잠에 빠져 들었는데, 밖에서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이 들려오기에 황망히 일어나 문을 열고 내다보니, 어느새 사면은 불바다가 되고, 북소리와 징소리가 함성과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앗 ! 적의 야습이다 !"
갑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뛰쳐나온 순우경은 급히 방어전을 시도해 보았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잠들었던 군사들은 혹은 도망을 가고, 혹은 투항을 하고, 혹은 불에 타 죽기도 하고, 적이 쏜 화살에 꿰뚫려 비명을 지르며 거꾸러지는 것이었다.
더구나 오소를 지키는 원소군의 병사는 정예군이 아닌 급조된 팔천여 명의 보충병들로서 전투력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장요와 허저가 이끄는 조조의 정예군을 당할 힘이 전혀 없었다.
순우경 또한 별볼일 없는 조조의 군사에게 사로잡혀 결박을 당하고 말았다.
손쉽게 오소를 점령한 조조는 순우경의 코를 베고 귀를 잘라 수레에 태워서 원소에게 보내 버렸다. 원소의 노여움을 사게하여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속셈이었다.
"주공의 명이다 ! 오소의 마차에 군량과 무기를 실어 관도 우리 진영으로 급히 옮기라 !"
장요와 허저는 군사들에게 군량 창고와 무기고에는 불을 지르지 못하도록 독려하면서 원소군이 준비한 군량과 무기를 마음껏 약탈하여 관도 진영으로 속속 보내버렸다.
그때에, 원소는 잠을 자고 있다가 서북방 하늘에 화광이 충천했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일어났다.
"뭐야 ? 어디서 불이났어 ?"
"서북쪽 오소에서요 !"
"이런 낭패가 있나 !"
원소는 잠옷 바람으로 밖으로 달려
나가며,
"맙소사 ! 이를 어째 !"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서북쪽 하늘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서북쪽 하늘은 충천하는 화염으로 어둠속에 하늘 한쪽이 뻘겋게 달아 오른 것이 보였다.
"큰일이야 ! 큰일 !..."
원소는 팔을 크게 휘저으며 외쳤다.
그리고 이어서,
"조조란 놈이 ... 내 이놈은 기필코 용서치 않겠다 ! 이놈이 야밤에 습격
해 우리 군량 백만석을 날렸겠다 !
내 이놈은 조상의 무덤까지 파헤쳐 복수를 하리라 !"
장공자 원담이 말한다.
"조조가 오소에서 멀리 벗어나질 못했을 테니, 당장 군사를 이끌고 오소로 가겠습니다."
이공자 원희가 이어서,
"진영엔 사흘치 군량 뿐이니 오래는 못 버팁니다. 그러니 오소로 전군을 출동하여 조조와 결판을 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며,
"뭘 그러나 ? 그깟 군량 좀 가지고, 이렇게 수선을 떨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몰려든 장공자 원담과 이공자 원희를 비롯해 측근 장수들은 원소의 태도에 영문을 몰라하였다.
원소가 이어서 말한다.
"우리 군사가 사십만이나 되는 데 조조가 감히 날 어쩌겠어 ! "
그러자 원담이 되묻는다.
"어찌 맞서는 것이 좋을 지 알려주십시오."
원소가 여유를 갖고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생각들 해 보거라. 오소의 군사들이 순식간에 당했다면, 조조의 정예군 모두가 출병했다는 건데.."
이쯤에서 원소가 말을 멈추자 장공자 원담이 금방 눈치를 채고,
"그렇다면 조조의 진영이 비어있겠군요 ! " 하고, 들뜬 소리로 반문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입을 연다.
"그렇다 ! 명하노라 ! 오소는 포기하고 !속히 군사들을 모아 조조의 진영을 치기로 한다 !"
"네, 주공 !"
몰려온 원소의 수하 장수들은 일제히 복명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부대로 속속 돌아가서 군사들을 독려하여 원소의 뒤를 따라 조조의 진영을 급습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원소는 조조의 군영 앞까지 저항없이 진격하였다.
그리하여 활짝 열린 조조의 군영 앞에서 안의 동정을 살펴보았다.
군영 안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평온한 상태로 몇몇 병사들만이 오가고 있었다. 원소가 칼을 뽑아 명령한다.
"돌격하라 !"
"우와 ~...."
원소군은 벼락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조조의 군영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러면서 활을 쏘아 닥치는 대로 조조군을 쏘아 갈겼다.
"으악 ! 원소군이다 ! 원소군 !"
조조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하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이랴 ! ..."
원소의 기병(騎兵)들이 선두에서 조조의 군영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이 군영 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구덩이 속으로 빠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
"으악 ! ~..."
"아이쿠 ! ..."
졸지에 선두의 기병들이 땅속으로 사라지자 뒤따르던 원소가 화들짝 놀라며 말을 멈췄다.
그리고 소리쳤다.
"멈추어라 ! 멈추어라 ! ~..."
원소가 말을 멈추는 순간, 조조 군영 망루에서 수 많은 궁수와 함께, 조인이 나타나며 파안 대소를 한다.
"하하하하 ! 원소 ! 너는 매복에 걸려들었다 ! 어서 죽음을 받거라 ! 애들아, 쏴라 !"
수백 발의 화살이 원소를 향하여 쏟아졌다.
원소가 말을 돌리며 명한다.
"매복이다 ! 당장 관도로 철수하라 !"
"철수하라 !"
"철수 !..."
물밀 듯이 조조의 군영으로 달려들던 원소군은 조인의 부대가 쏘아 갈기는 빗발치는 화살에 관통되고 쓰러지고 서둘러 진영을 벗어나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원소가 관도 한쪽에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중에 관도 진영 쪽에서 한 병사가 말을 타고 오며 연실 소리를 지른다.
"주공 ! ...주공 !... 주공 !..."
"왜 그러느냐 ?"
원소가 말을 멈추며 물었다.
그러자 병사는,
"조조가 우리 진영을 습격했습니다."
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
"뭐라 ?"
원소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병사는 이어서 말한다.
"조조가 우리 진영을 점령하여 돌아갈 수 없습니다."
"조조 ! 천하의 죽일 놈 !"
원소는 발악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말 위에서 피를 토하며 굴러 떨어졌다.
"주공 !"
"아버님 !"
일시에 원소의 측근과 아들들이 말에서 뛰어내려 원소를 부축했다.
"당장 조조와 결판을 내시죠 !"
"지금 우리 군영으로 진격하시죠 !"
원담과 원희는 아버지 원소에게 명을 내려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러나 원소는 정신을 차려 두 아들
과 주변을 촛점 잃은 눈으로 한번 살펴보더니,
"아니다...철수하자. 기주로 돌아간다..." 하고 힘 잃은 소리를 하였다.
삼국지(三國志)제148편
원소의 절명
휘하의 장수들과 아들에 의해서 기주쪽으로 철수를 하던 원소는 그로부터 몇 시각이 지나서 기력을 회복하기는 하였으나, 참담한 운명에 직면하게 된 자기 자신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오소의 수비를 책임
지고 있던 순우경이 코가 잘리고 귀가 잘린 상태로 수레에 실려 원소 앞에 나타났다.
"도대체, 오소가 어찌하여 그렇게도 쉽사리 적의 손에 떨어졌느냐 ?"
원소가 순우경에게 물었다.
순우경이 차마 대답을 못하고 얼굴을 수그리자, 그를 호송해 오던 부하가,
"대장께서는 술에 취해 계시다가 조조군의 기습을 당하셨습니다."
하고, 있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원소는 그 소리를 듣자 크게 노하며 그 자리에서 순우경의 목을 베라 명하였다.
순우경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하자 원소의 부하들은 모두 불안에 휩싸였다.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자신들의 주공인 원소가 언제든지 자기들에게도 같은 명을 내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행군이 길어질 수록 따르는 병사들이 속속 자취를 감췄다.
그리하여 원소는 불과 팔백여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여양까지 쫒겨왔다.
그러나 나머지 부하들은 종적을 감추거나 연락이 단절되어 어디로 갈지를 모르고 있었다.
더구나 일만의 군사를 주어 관도의 조조 군영을 치게 하였던 장합과 고란 등 두 장수는 군사를 이끌고 조조에게 투항해 버렸다는 소식까지 들어왔다.
원소는 크게 낙담하며 성중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내전(內殿)에 깊이 파묻혀 날마다 번민 속에 지내고 있었다.
이렇게 나이도 많은데다가 심려까지 달고 살다보니, 그의 건강은 눈에 띠게 쇠약해 갔다.
그 모양을 보고 하루는 후처(後妻)
유 부인이 걱정의 말을 하였다.
"당신이 건강하실 때에 후사(後嗣)를 미리 결정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그 사람을 중심으로 모두가 합심하지 않겠습니까 ?"
유 부인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복심(腹心)이 있었다. 원소에게는 원담(袁潭), 원희(袁熙), 원상(袁尙)
의 세 아들이 있었는데, 앞서 두 아들은 전실 소생이고 셋째 아들 원상만이 유 부인의 소생이었다.
그리하여 유 부인은 자신의 아들로 후사를 삼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음 .... 나도 이제는 심신이 모두 피로해져서 후사를 정하기는 정해
야겠어..."
원소는 즉답을 피했지만 심중은 매우 복잡하였다. 귀엽고 총명한 막내인 원상을 후계자로 정하고 싶었지만 나머지 형제들의 원성을 사지 않을까 염려되었던 것이었다.
원소는 혼자 걱정하다 못해, 하루는 심배(審配), 봉기(蓬紀), 신평(辛評), 곽도(郭圖) 등 네 중신을 불러들여
그 문제를 물어 보았다.
"오늘은 나의 후계자를 미리 정해 두기 위해서 여러분들을 불렀소. 제대로 하자면 후계자는 응당 맏아들 담이로 정해야 할 것이로되, 담(潭)이는 위인이 너무 강포(强暴) 해서, 덕(德)으로 수하를 다스릴 줄을 모르니 만 백성의 어버이로는 부족한 것 같고, 그보다는 차라리 영웅지표 (英雄之表)가 넉넉한 막내인 상(尙) 으로 후계자로 삼을까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
곽도가 대뜸 나서며 반대한다.
"주공 ! 그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자고로 형을 제쳐놓고 아우에게 후사를 맡겨서 나라가 태평한 일이 없었습니다.
지금 조조와 끝없는 결전을 펼치고 있는 때에, 후사를 잘못 정하시어 내분에 알력까지 일어난다면 나라의 운명이 어찌되겠습니까 !"
반대에 봉착하여 원소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맏아들 원담이 청주에서 군사 오만을 거느리고 왔고,
둘째 원희가 유주에서 군사 육만을 거느리고 왔고, 병주에 있는 생질 고간(高幹)은 오만의 군사를 이끌고 왔다는 전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
"음 ... 누구누구 해도 정세가 위급할 때에는 핏줄밖에 없구나 !..."
원소는 내심 크게 감탄하며 후계자 문제는 일단 접어 두고, 이들의 지원을 믿고 또다시 조조를 쳐부술 욕망이 솟아오르게 되었다.
한편, 조조는 오소를 점령하여 많은 무기와 군량을 노획하고, 관도의 원소 진영을 쳐서 원소의 칠십만 대군을 상당부분 몰살 시키고 병력을 와해
시킨 뒤, 투항한 원소의 잔병과 자신
의 군사들을 정리하기 위해 황하 상류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곳 원주민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전군에 다음과 같은 군령을 하달하였다.
1. 농가의 농작물을 해치는 자는 참한다.
2. 민가의 개와 닭을 해치거나 취하는 자는 참한다.
3. 부녀를 농락하는 자는 참한다.
4. 술에 취해 민가에 해를 끼치는 자는 가차없이 참한다.
5. 노인과 어린이에게 인덕(仁德)을 베푸는 자에게는 상을 준다.
이와같은 군령이 내리자, 군사들은 모두 두려워 하며 행동을 조심하기에 이르렀고, 주변의 백성들은 그 말을 전해 듣고, 한결같이 조조의 덕을 칭송하였다.
그리하여 그곳 백성들은 누구나 앞을 다투어 가며 원소측의 움직임을 조조군에게 전해주었다.
그러한 정보중에는 조조에게 설욕하기 위해서 원소군은 기주, 청주, 유주, 병주 등에서 삼십만 군사를 모아 창정(倉亭)으로 진군해 온다는 것이었다.
조조도 즉시 전군에 명령을 내려 창정에서 원소군과 대치하였다.
원소가 세 아들과 생질(甥姪: 누이의 아들)을 거느리고 나서며 조조를 불렀다.
"천하의 간사한 역적놈 조조야 !
내 이번에는 기필코 너를 용서치 않으리라 !"
조조도 수하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나서며 원소에게 외쳤다.
"원 대장군은 어찌 항복할 생각을 하지 않소 ? 칼이 목에 가 닿을 때에는 뉘우쳐도 소용없을 것이오 !"
조조의 대답을 듣고 원소는 크게 화를 내며 수하 장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누가 나아가 저놈을 쳐부수겠냐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셋째 아들 원상이 아버지 앞에서 공을 세워 보려고 쌍도(雙刀)를 휘두르며 말을 달려 나갔다.
조조가 그 모습을 보고 손을 들어 가리키며 물었다.
"저자가 누군가 ?"
장수 서황의 부장(副將) 사환(史渙)
이, "원소의 셋째 아들 원상입니다. 제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비호같이 말을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두 장수가 서로 어우러져 공방을 벌이길 십여 합, 원상이 문득 말머리를 돌려 본군쪽으로 쫒겼다.
그러자 사환이 그의 뒤를 맹렬히 쫒았다.
원상은 부지런이 달아나며 활에 살을 매겨잡더니, 별안간 말을 되돌리며 활을 쏘아 갈겼다.
"쌔앵 !..."
원상의 손을 떠난 화살은 그를 뒤쫒던 사환의 한쪽 눈에 깊숙히 꽂혀버렸다.
그와 동시에 사환은 말 위에서 땅바닥으로 먼지를 일으키며 곤드라져 버렸다.
침을 삼키며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원소군은 일시에 천지를 뒤덮는 함성을 지르며 조조군을 향하여 수만의 군사가 일시에 밀물과 같이 땅을 뒤덮으며 공격하였다.
그 바람에 조조의 군사들은 사기가 크게 꺾여 참패를 거듭하였다.
비록, 원소군의 사기는 이전의 전투
에서 크게 저하된 바는 있었으나 군사의 수에서나 병참(兵站)에 있어서 조조군 보다는 훨씬 우세했던 것이다.
싸움은 그로부터 날마다 계속되었다.
그러나 조조는 며칠을 두고 연전
연패를 당했다.
"어떤 방법이 없을까 ?"
조조는 측근 모사와 장수를 불러놓고 물었다. 그러자 정욱이 대답한다.
"승상 ! 형세가 이렇게까지 불리하니, 이제는 십면매복지계(十面埋伏之計)를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십면매복지계라 ? 좀더 자세히 설명하시오 !"
정욱이 조조를 비롯한 모여든 장수들에게 설명한다.
"황하를 등지고 군사를 십면으로 매복해 놓고, 원소를 강변까지 꾀어다가 일대 결전을 펼치는 전법입니다.
그러면 우리 군사들은 물러날 수가 없기에 죽기로 싸울 것 입니다."
조조가 설명을 듣고 대답한다.
"음.. 배수의 진이라...위험하기는 하나, 지금 형편에서는 한번 시도해 볼만 하군 !"
조조는 그 계교를 옳게 여겨, 군사를 좌우 열대로 나누어 강변에 매복을 시켰다.
좌 일대는 하후돈(夏侯惇), 좌 이대는 장요(張遙), 좌 삼대는 이전(李典),
좌 사대는 악진(樂進), 좌 오대는 하후연(夏侯淵), 우 일대는 조홍
(曺洪), 우 이대는 장합, 우 삼대는 서황(徐晃), 우 사대는 우금(于禁),
우 오대는 고람(高覽), 그리고 중군(中軍) 총대장으로 허저(許楮)를 삼았다.
그러나 원소군은 전투를 하면서도 좀처럼 조조군의 십면 매복지점 까지 깊숙히 공격해 오지 않았다.
조조는 원소군의 공격을 기다리다 못해, 어느날 밤 허저를 시켜 적진을 공격하도록 명했다.
허저가 자기 부대를 이끌고 나가 소리를 지른다.
"18, Jo8, Dog Sem Sem !"
(중국놈들은 진한 욕을 잘한다)
"뭐야 ! 저놈은 ?"
허저의 욕을 얻어들은 오채(吳寨)가 화를 내며 군사를 이끌고 달려
나왔다.
허저는 좌충우돌로 한바탕 싸우다가 힘에 겨운 듯이 쫒기는 형세를 보였다.
적의 대군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맹렬히 추격해온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라 ! 적이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
원소 부자가 일선에 긴급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싸움에 정신이 없는 일선 부대에 그 명령이 제대로 전해질 리가 없었다.
더구나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원소군은 쫒겨가는 조조군을 쫒기에 여념이 없어서 원소의 대군은 강변 깊숙이까지 추격해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조조가 지휘도를 휘두르며 명령했다.
"우리의 승리는 이 싸움에 달렸다. 물러서면 강물이다 ! 죽기로 적을 쳐부수라 !"
조조의 군사들은 십면 매복으로 어둠속에서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개미떼 처럼 원소군을 향해 몰려나갔다.
추격에만 급급하였던 원소의 군사들은 불시의 반격에 나아갈 바를 몰라서 우왕좌왕 하였다.
그리하여 급히 군사를 돌리려 하여도 십면(十面)으로 조여오는 조조군의 공격은 너무도 치열하였다.
더구나 어둠속에서의 전투는 사전에 지형지물을 익힌 매복군에게 절대 유리한 것이 아니던가 ?
그 바람에 원소의 삼십만 대군은 아우성만 칠 뿐이지, 제대로 싸우는 군사는 하나도 없었다.
원소는 아들 삼형제 만을 데리고 급히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얼마를 못가서, 이번에는 좌편으로 악진이, 우편으론 우금이 동시에 몰려온다.
원소는 말을 갈아타기를 네댓번..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는
데, 이번에는 서황과 이전이 양쪽에서 협공을 한다.
그 바람에 둘째 아들 원희는 깊은 상처를 입고, 생질 고간도 싸울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원소는 쫒기고 쫒기기를 백여리...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간신히 적의 추격으로 부터 벗어났다.
그제사 군사들을 모아 보니, 삼십만 대군 중에서 쫒겨온 군사는 대략 일만여 명뿐이었다. 그들 조차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아아 ! 내 평생 수십차례 전쟁을 치뤘지만, 이런 참패는 처음이구나 !"
원소는 동녘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을 하다가 말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앗 ! 아버님 !"
원담, 원희가 깜짝 놀라며 몰려왔다.
원소는 워낙 노령인데다가, 밤을 새워가며 싸우는 것이 크게 무리
였던지, 말에서 굴러 떨어진 뒤에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는 것이었다.
아들 삼형제는 급히 원소를 풀밭에 눞혀놓고 전의(戰醫)를 불러 응급 치료를 하게 하였다.
"염려 마라 ! 나는 아직도 자신 있으니 !"
원소는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이렇게 말했지만, 그 말은 군주의 체면에서 내 뱉은 말일 뿐이었고, 실상은 사지가 늘어지고 눈동자는 촛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급박함이 벌어지는 가운데,
앞서 가던 부대가 황급히 돌아오며 외친다.
"큰일 났습니다. 조조군이 전방에서 나타나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
이었다.
원담은 의식조차 분명치 않은 원소를 등에 업고, 아우들과 잔병을 몰고 다시 수십리를 쫒겨갔다.
"괴롭다 ! 그만 내려놓아라 !"
원소가 아들의 등에서 중얼거린다.
풀밭에 전포(戰袍)를 깔게하고 원소를 내려 눕혔다.
새벽 여명과 함께 사라지는 달빛이 대지를 싸늘하게 적셨다. 원소는 촛점이 흐려진 눈으로 창공의 희미해져 가는 달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연다.
"원담, 원희, 원상아 ...나는 이제 천명이 다한 것 같다. 너희들은 기주에 돌아가거든 군사를 양성해서 이 애비의 원수를 갚도록해라.
이 부탁을 들어 줄 사람은 너희들 뿐이다 !"
원소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검은 피를 토하고 사지를 버둥거리며 그대로 숨을 거두어 버렸다.
원소의 삼형제는 목을 놓아 통곡하
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원소가 죽은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유해(遺骸)를 아무도 모르게 기주성으로 모셔왔다.
그리고 ,
"주공께서 지금 병중이셔서 아무도 만나지 않으신다 !"
하는 헛소문을 널리 퍼뜨려 놓았다.
그런 뒤에 기주성은 셋째 아들 원상을 집정관(執政官)이 되어 군사를 장악케 하고, 제각기 지역의 패권을 쥐고있는 큰아들 원담은 청주로, 둘째 아들 원희는 유주로, 생질 고간은 병주로 돌아가 재기를 노리며 양병(養兵)에 부단한 힘을 기울였다.
역사소설 삼국지가 어언 148회에 도달하고 천하의 대인 원소도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실수를 용서할줄 모르는 원소의 부하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춥니다.
돌아보면 우리 인생이 그렇지 않습니까.
흥할때는 주위가 성하지만 반대일경우는 사람이 주위에서 사라지는것입니다.
우리 친구님들 민속 고유의 설 잘 보냈는지요.이번설에도 우리 친구님들이 어느듯 집안의 대장이 되었음을 실감할겁니다.
이럴때일수록 주위를 널리 포용하고 아래사람들을 섬겨야 오래도록 집안이 평안할겁니다.
2월도 어느듯 중순 입니다,
봄이 성큼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자연은 대지안 깊숙한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움티우고 있습니다.
2월23일 봄의전령사 매화를 찿아 떠납니다
역전의용사. 영남불교문화연구원 회원님들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2025년 꿈을 안고 2월도 잘보내시기를
흑표곽순태 오늘도 변함없이 기원드립니다 ~~^^
※ 삼국지(三國志)제149편 ※
손건의 담판
한편...
창정 싸움에서 크게 이긴 조조는 더이상 원소를 쫒지 않았다.
그것은 주요 병참이 관도 일대에 있었기 때문에 원소군의 잔당을 추격하다 보면, 병참지원이 멀어져 싸움을 계속하기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고 또, 연일 지속되는 싸움으로 자신의 병졸들이 모두 지쳐있는 것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정을 살피기 위한 첩자만은 부지런히 원소군의 뒤를 쫒게 하였다.
얼마후, 첩자들이 돌아와 보고한다.
"원소는 병으로 누워 있고, 원상과 심배(審配)가 기주성을 굳게 지키고 있으며, 원담과 고간은 각기 자기 영토인 유주와 병주로 돌아갔습니다."
수하의 장수들은 그 말을 듣고, 이 기회에 기주까지 쳐들어가 원소를 아예 없애 버리자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반대한다.
"지금은 곡식이 무르익어 가는 계절이니, 이때 우리가 싸움으로 인해서 백성들의 곡식에 해를 입히면 그 원성을 어찌 감당하랴 ? 게다가 기주에는 심배와 같은 명장(名將)이 있으니, 비록 원소가 병중이라고는 하나,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 군사들도 오랜 싸움에 무척 피곤해 하고 있으니, 당분간은 싸움을 멈추고 군사들을 쉬게 하면서 추수가 끝날 때 쯤 다시 도모하도록 하자."
하고, 말하며, 허도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관도 진영에 눌러앉았다.
한편...
고성에서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와 조운, 손건, 미방 등 주축 장수와 형제들을 만난 유비는 세작(細作: 간첩)으로부터 얻은 그간의 경과를 손건으로 부터 보고를 받는다.
"조조가 허유의 계책으로 오소의 군량을 불태우고, 원소의 관도 군영을 함락해 원소의 칠십만 대군이 대패하였으며, 겨우 목숨을 건져 일만이 채 안되는 군사를 거두어 기주로 퇴각하였다고 합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반문한다.
"칠십만 대군이 일만밖에 안남았다?
원, 세상에 ! 어찌 싸웠길래 ?"
유비는 크게 낙담하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러자 함께 있던 관우, 장비, 조운도 자리에 좌정하였다.
유비의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이어
진다.
"한때 전국 최고의 제후였던 원소가 순식간에 떨거지가 되었다구 ? ..."
관우가 침착한 어조로 말한다.
"조조의 뛰어난 용병술에 원소가 당한 것을 보니, 조만간 기주성도 그에게 함락될 듯 싶군요."
"조조는 역적이면서도 영웅인데다가 병법 또한 출중하니, 같은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도통 가늠이 안되는군."
유비가 경탄 반 저주 반의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조운이 입을 연다.
"우리 군사는 채 삼천이 안되어, 조조군과는 숫적 열세로 그가 공격해 온다면 버틸 수가 없으니 속히 여길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
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음... 형주의 유표에게 투항해 조조에 맞서려고 했는데, 이젠 원소의 칠십만 대군도 거의 다 잃었다고 하니, 유표가 조조에게 맞서려고 할지 모르겠네."
관우가 염려 반 기대 반으로 대꾸
한다.
"유표의 군사는 삼십만이 있다고 알려진 바, 특히 그의 수군은 천하
무적일진데, 조조를 겁내하겠습니까 ?"
유비가 그 말에 대답한다.
"유표는 나이도 많고, 평소의 그의 성격으로 볼 때는, 그것이 비록 역적을 멸하는 전쟁이라도 벌이기 보다는 형주 9군을 안정되게 유지 하고 싶어할 걸세.
그의 담력이 조금만 더 컸어도 조조가 지금처럼 방자하게 굴진 않았을 걸..."
조운이 그 말을 듣고 반문한다.
"유표가 조조와 결전을 벌일 담력이 없다면 어디로 가실 작정인지요 ?"
"유표가 담력은 없어도 현명하고 바른 군주이며, 황실의 후예이니... 지금 우리 형편에선 잠시 유표에게 도움을 받아 훗날을 도모해야할 성 싶네..그러니 누가 먼저 나서서 유표의 의중을 가늠해 보아야할 것인데... 우리을 받아줄런지 말일세..."
유비는 지난 번 조조와의 서주성 전투이후, 급격히 몰락한 세력때문에 자신감을 잃었는지, 말 끝마다 결정을 설왕설래하였다.
그러자 좌중의 인물
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 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좌중의 침묵을 깨고 손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연다.
"주공, 소인이 형주로 가겠소."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건을 마주보고 허락한다.
"그러세 ! 어려운 일인데, 나서준다니 다행일세."
"네, 주공 !"
손건은 즉시 형주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유표를 알현하였다.
"손건이 저희 주공의 명으로 유공을 뵈옵니다."
그 자리에는 유표의 장공자 유기
(劉琦)와 후실 부인의 동생이자 대장 채모(蔡瑁)가 있었다.
손건은 양 손을 모아 올려 보이고,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절하였다.
"일어나시오."
유표가 정중한 인사에 흡족한 얼굴로 말하였다.
"네 유공 !"
"유비가 아직 살아있다니 몹시 기쁘오. 이 넓은 중원에서 조조를 벗어날 영웅은 몇 안될 거요?."
"옳은 말씀입니다. 저희 주공은 조조를 벗어났고 그와 계속하여 겨루고자 하지요."
손건은 역적 조조를 경멸하며 자신의 주공, 유비를 추켜세우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이를 딱하게 여긴 유표가 말하기를,
"유비가 숱한 전쟁에서 연이어 패한지라, 조조의 적수가 못될 터인데..."
하고, 유비를 기특하게 여기면서도 그의 실력을 평가절하 하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손건은,
"숱하게 패했다기보다 승리한 적도 있습지요."
하고, 애둘러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저희 주공께서는 살아있는 한 역적을 없애겠다고 맹세한 바 있지요.
유공 역시 황실의 후손이
시고, 고조의 피가 흐를테니,
저희 주공에 대한 동질감이 있으시겠지요.."
"음... 유비의 투쟁 정신은 정말 존경스럽네, 헌데 자네를 내게 보낸 이유는 ? 병사와 군량을 원하는가? 아니면 땅을 원하던가 ?"
손건이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연다.
"바라는 것은 전혀 없으시고,
유공을 돕고자 하십니다. 아시다시피, 유황숙은 천하의 영웅이십니다.
비록 수하에는 군사가 적고 장수도 몇명 안되오나 항상 정의와 사직을 염려하시고 조정에 대한 충정은 철저하십니다. 지금은 조조에게 패하여 몸둘 곳이 없으셔서,
일시나마 강동(江東)의 손씨(孫氏)에게 의탁할까 하시기에 본인이 유공께 말씀드려 보려고 찾아온 길입니다."
유표는 그 말을 듣고 의문을 갖고 되묻는다.
" 나를 도와 ? 어떻게 말이오 ?"
"유공 ! 지금 황실은 안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조조는 승상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조만간 황제 자리까지 넘볼 것입니다.
원소군의 주력은 이미 세력이 꺽였으니, 야심가 조조의 다음 목표는 형주가 아니겠습니까 ? 그러니 이곳 형주로 불화살이 날아 올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저희 주공은 병사는 적으나 관우, 장비, 조운 등 당대의 영웅호걸을 거느렸으니, 유공을 돕게 된다면 조조를 멸하고 황실을 되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표가,
"유비와 나는 황실의 후손이니, 이런 난세엔 서로 도와 헤쳐나가야겠지, 유비에게 전하게..." 하고 말했을 때,
대장 채모가 유표의 말을 끊고 나선다.
"주공 !..."
유표가 말을 멈추고 채모를 바라보니
채모는 손건 쪽으로 눈동자를 힐끗 굴린다.
유표는 채모의 눈짓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손건도 채모가 유표의 말을 중간에서 끊고 나서는 것을 보고, 채모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간파하였다.
순간의 어색한 분위기는 유표의 말로 누그러졌다. 유표는 손건에게,
"아 ! 이러세, 물러가 좀 쉬게나.
잠시 후 주안상을 마련하겠네."하고,
말하였다.
손건도 유표의 말을 쫒아, 예를 표하며 대답하였다.
"예, 물러가옵니다."
손건은 유표 앞에서 물러나 밖으로 향했다. 손건이 물러가자, 유표는 채모에게 말하였다.
"말해보게."
"주공 ! 유비는 액운이옵니다.
그는 처음에는 여포와 의기투합을 하다가 조조에게 몸을 의탁했습니다.
그러다가 근자에는 원소에게 갔다가 다시 그를 배반했으니, 그로서 그 인물의 됨됨이를 알아볼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 이제 그를 우리 형주에 불러들인다면 조조가 반드시 우리에게 원한을 품고 군사를 일으켜 오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
"조조의 세력엔 대적할 자가 없으며, 또 유비에게는 원한이 깊으니, 보내온 사자의 목을 쳐 조조에게 보내서 화친의 뜻을 전하신다면, 조조는 기뻐하면서 형주를 공격하려 하지는 않겠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유표는 지금까지 아무런 의견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던 큰아들 유기에게 묻는다.
"네 생각은 어떠냐 ?"
유기가 두 손을 모아 보이며 대답한다.
"아버님 ! 채장군의 말대로 하면 나라를 망치고 곧 형주도 잃게 됩니다."
하고, 단적으로 결론지어 말하였다.
그러자 채모가 깜짝 놀라며 반론한다.
"말씀이 지나치시오."
유기가 채모를 한번 쳐다보곤, 계속 아뢴다.
"아버님과 유비는 한 황실의 혈통이십니다. 유비가 우리에게 투항하여 아버님과 함께 조조를 대적한다면 형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나 채장군 말대로 유비의 사자를 죽이고 그의 목을 조조에게 보낸다면 사람들이 뭐라 할 것이며, 그때부터 아버님께선 세상에 어찌 나설 수 있겠습니까 ?"
채모가 뒤이어 반론한다.
"유비가 투항했던 여포도 죽고 원소는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패배했소. 그걸 교훈으로 삼아야지요. 주공 ! 숙고해 주세요." 하고, 아뢰자,
유기가 재 반론한다.
"말씀이 과하시오. 여포는 지략이 없었고, 원소는 우유부단했던 관계로 모두 조조에게 패하였지, 유비가 자초한 일은 아니잖소 !
게다가 아버님은 여포도 원소도 아니오. 유비에게 이용당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용할 수 있지요."
유기는 단호한 어조로 냉철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그러자 채모가,
"주공 !"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
들여 달라는 어조로 유표을 불렀다.
그것은 유기도 마찬가지로,
"아버님 !" 하고 부르자, 두 사람의 의견이 확연히 갈리는 것을 유표가 손을 들어 말린다.
"됐네 ! 됐어 ! 손건을 들라하라."
유표는 결심이 선 어조로 명하였다.
"손건은 듭시오 !"
손건이 단하에서 머뭇거리다가 계단을 올라 유표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절하였다.
그러자 유표가 묻는다.
"손건, 보게 ! 여기 차잎을 담던 상자가 있네. 누군가는 자네 목을 베어 여기에 넣어서 조조에게 바쳐서 화친의 뜻을 전하여 형주를 지키라 하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
그러자 손건은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유공 ! 소인의 목을 베기 전에 의사를 묻다니 과연 성군이시오 ! 고맙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다시 허리를 굽혀 절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표는 내심 감탄하며,
"모두 골고루 들어봐야지, 의견을 묻는 건 수치가 아닐세."
하고, 대답하였다.
손건이 태평한 어조로 대답한다.
"소인의 목으로 형주가 태평해진
다면, 값어치가 있으니 꼭 베어가라 하겠습니다.
허나, 조조가 어떤 자입니까? 그깟 선물에 눈이나 꿈쩍할 것 같습니까 ? 소인이 조조라면 이 목을 보고 크게 웃을 겁니다. <형주는 손도 안댔는데, 지레 겁을 먹은 유경승이 놀라서 목을 보냈어 !
그러니 공격이라도 한다면, 유경승은 단박에 항복하겠지 !> 하면서, 조조가 내년에 형주를 칠 계획이라면 소인의 목을 보는 순간 당장 공격을 앞당길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목으로는 형주도 못 지키고 화만 부르게 될 겁니다. 그렇게 유공은 내 목 하나로 조조를 제외한 강적을 하나 더 만드시겠습니까? "
"그렇다면, 나머지 강적은 또 누군가 ?"
유표는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손건은 유비가 있는 쪽을 향하여 두 손을 모아 보이며, "어찌 모르십니까? 저희 주공 유비입니다.
유비는 당신이 보낸 사자를 죽여 대중 앞에서 모욕을 준다면 그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 "
유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연다.
"떠돌이 신세인 유비에게 자네같은 의인이 있다니..." 하고,
감탄하자 손건은 고개를 흔들며,
"저희 주공께는 의인이 많습니다.
관우, 장비, 조운 외에도 주창, 미방, 관평 등등..오십 명은 훌쩍 넘어야 미천한 제 차례입죠."
이렇게 말한 손건이 다시 머리를 숙이며 예를 표해 보였다.
유표가 결심이 선 어조로 말한다.
"속히 형주로 오시라 유항숙께 전하게. 내 성대하게 맞이할 것이네."
유표의 이 말이 끝나자 채모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유기는 미소를 지었다.
손건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아 올려 유표의 명을 경건히 접수하였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
※ 삼국지(三國志)제150편 ※
형주에 도착한 유비 일행
손건은 기쁜 소식을 안고 급히 돌아와 유비에게 길보를 전하였다.
그리하여 유비 일행과 군사들이 형주로 찾아왔는데, 유표는 형주성 밖까지 몸소 마중을 나왔다.
유비가 유표의 앞으로 다가가 예를 표하며 말한다.
"패장 유비를 거두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표가 그 소리를 듣고 만면의 미소를 띠며, "현덕 ! 자네의 어진 명성은 흠모한지 오래 되었네,
우리는 다 같이 한실의 종친이니, 이제부터는 힘을 합쳐서 국운을 함께 선양하도록하세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대답한다.
"이제 형님의 분부가 계시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당치않네, 자.. 소개하지..."
유표는 그의 뒤에 시립해 있던 아들을 가르키면서, "장남 유기, 차남 유종일세."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소개 받은 유기와 유종은,
"유황숙께 인사올립니다." 하고,
두 아들은 유비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유비는 유표의 두 아들에게 인삿말을 거창하게, "영웅의 기재로군요. 이런 아드님을 두시고 부럽기만 합니다."
하고, 유표를 추켜세웠다.
유표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자, 들어가세 !"
"네 !"
이렇게 유비와 그 일행은 유표의 뒤를 따라 형주성 안으로 입성하였다.
이리하여 유비와 그를 추종하는 병졸들은 기구한 운명을 잠시나마 유표에게 의지하게 되었으니 때는 건안 칠년(建安 七年) 가을의 일이었다.
유표의 집정전에는 조촐한 주안이 차려있었다. 유비가 유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하루도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천자의 혈지를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요.
한왕실을 돕지도 못하고 역적도 없애지 못해, 동분서주 해왔건만 패배만 거듭하여 천자께도 세상에도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유표가 대꾸한다.
"자네의 포부가 크니, 고충도 큰 것이
겠지...나는 뜻이 작아 그런지 그리 걱정도 없다네. 그저 형주의 태평만
을 바랄 뿐이지." 하고, 자신은 천하 제패의 큰 뜻이 없음을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외람되오나... 조조는 보기 드문 간웅입니다. 그의 권모 술수는 악랄하고 지독한 지경입니다.
천자를 손에 넣고 주무르며 제후들을 호령하며 보위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공은 황실의 후손으로 성은을 입고 계신데, 어찌 그꼴을 보고만 계십니까. 또 조조는 전부터 형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다음에는 분명히 형주를 칠겁니다."
"그럼 내 어찌하는 것이 좋겠나 ?"
유표는 현덕의 현실을 직시한 말을 듣자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자 유비는 결의의 찬 어조로 역설하듯 말한다.
"역적 토벌의 기치를 내세우고, 병사를 모아 조조를 토벌해야지요."
"아직은 때가 아닌 듯 하네..."
유표는 결심은 커녕 유비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전쟁의 핵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뜻의 말을 했다. 그러나 유비는 유표를 부추키는 말을 한다.
"명공 ! 마침 때가 왔습니다. 원소는 패했지만 그 세력이 다 죽진 않았고, 조조가 군사를 재 정비하는 현재, 퇴각하여 기주, 청주, 유주, 병주에 웅거하며 잔병 이삼 십만 군을 준비하며 재기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틈에 형주의 강한 군대로 조조가 비어있는 허도를 친다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입니다."
유표가 놀란 표정으로 아들 유기를 한번 쳐다 보고 입을 연다.
"허도를 치라 ? 이보게 현덕 !
내 나이 이미 환갑을 넘었고, 각지의 제후들 대장 노릇도 싫고, 더구나 천하를 뺏을 마음도 없네.
내가 이곳 형양 9개군을 통치한지 벌써 십수년 이라 이곳의 풀과 나무 산천초목 모두와 각 고을의 백성들과 병사들
까지 모두 공들여 키웠다네,
형주의 뒤는 산이고 앞은 장강이라, 우리가 가진 삼십만 병사의 대부분은 수군으로 군함이 5천 척에 달하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태평을 지키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조조의 주력군은 기병이니, 그들만으로는 날 치진 못하고, 내 수군과 군함으로도 조조를 치긴 어렵네. 이것은 조조도 잘 알 것이야."
유비는 상대와 자신의 장단점을 모두 꿰고있는 유표의 말을 듣고 일편 인정하면서도, 역적 조조와 대적할 의사가 없는 유표의 확실한 심중을 듣고, 한편 실망을 하였으나 의탁하러 온 처지에 더이상 부담을 줄 수가 없어서 말을 돌려대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하고, 대꾸하며 잔을 들어,
"이 잔을 들어 유공에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하고, 화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자 유표가 얼굴을 펴면서,
"내 천하를 뺏을 맘은 없지만, 진심으로 현덕 자네를 믿고 싶네."
하고, 말하였다.
유비도 고개를 숙여 보이면서 대답하였다.
"분부하십시오."
"조조가 형주를 공격하든 않든,
나도 방어는 해두어야 하니... 자네에게 신야라는 땅을 떼어 줄 테니, 그곳에서 지내면서 함께 조조를 막아보세.
자네의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의 맹장이라면 조조도 함부로 쳐들어 올 생각을 못하지 않겠나?
물론, 자네가 필요한 군수와 군량은 내가 대겠네. 어떤가 ?"
유비는 유표의 제안을 받자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띠고 두 손을 들어 감사를 표하였다.
"고맙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유비 일행은 다음날, 유표의 장공자 유기의 안내를 받으며, 형주성에서 백여 리 떨어진 신야성으로 떠나갔다.
길을 가며 유비가 유기에게 칭찬의 말을 한다.
"형양 땅으로 들어와 살피니, 농작물도 풍성하고 마을과 백성들도 번창한 것이, 다른 곳에 비해 곳곳에 아버님의 은덕이 미치는 것이 틀림없소."
유기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네, 아버님은 형양 땅을 당신의 집으로 여기시죠. 묘자리까지 이곳에 정해두시고,여생을 보낼 계획이시랍
니다." 하고, 말하면서 손을 들어, 눈아래 넓은 산야를 휘저어 보였다.
유비가 이어서 말한다.
"참 ! 감사드릴 말이 있소, 손건의 말을 들으니, 경승 형님을 뵈러 왔을 때 채 장군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던데, 우리가 이렇게 형주로 올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유 공자 덕분이었다고 하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유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유비가 되물었다. "왜 그러오 ?"
유기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머지 않아 나는 채모의 손에 죽게 될 겁니다. 황숙은 모르실 거요.
나는 비록 장남이지만 생모께서 일찍 돌아가셨소.
아버님은 형주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계모 채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는데, 어제 보셨던 유종이지요.
아우는 아버님의 총애는 물론이고 친모와 외숙인 채모 장군의 각별함을 받아, 채씨 남매는 아버님을 부추켜 유종을 후계자로 삼으려 합니다.
채씨 가문은 형양9군의 최대 가문으로 그들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군사 대부분은 채모 장군의 손아귀에 있으니, 어느날이 될지...저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지요. 뿐만 아니라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게 되면, 채모는 유종을 폐하고 자신이 군주가 되려고 할 것입니다.
황숙 ! 채모가 왜 황숙을 극진히 반대한줄 아십니까 ?... 황숙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계획이 틀어질 까 염려되어 그런 겁니다. "
유비는 유기로 부터 놀라운 말을 들었다.
"차남이 아버지의 대통을 이어받는다 ?..그건 도리가 아니네. 현명하신 부친께서 그럴 리 없지."
유비는 유기의 걱정과 염려를 덜어
주고 싶어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유기는,
"아버님도 연로하셔서 그들을 어쩌지 못합니다. 그런데 황숙 !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하고, 말한다.
유비가 대답한다.
"말씀해 보시오."
"아버님께 내 애기 좀 해주세요."
"유공자 !... 경승 형님 덕분에 형주 땅에 발을 들였으나, 공자의 가족사에 개입하는 것은 이치가 아닐 것이오.
그러나 아버님께서 혹시 물으신다면, 꼭 간언을 해드리리다."
"고맙습니다."
유기는 두 손을 올려 유비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한편, 유표의 내실에서는 유표의 후실인 채 부인이 동생인 채모 장군을 불러 물었다.
"유비가 형주에 왔다던데 ?"
"네 ! 주공께서 신야에 머물도록 하면서 군수와 군량을 모두 다 대주라고 하셨습니다."
"유비 수하에 대단한 맹장이
여럿이라지 ?"
"관우, 장비, 조운이란 맹장 셋이 있습니다."
"주공은 예순 넷에 건강도 좋지 못하니, 내 걱정은... 만일 주공이 불시에 잘못되는 날에는 우리 형주의 가업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불상사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누님 ! 걱정 마시오. 준비해 두었으니..."
채 부인은 느닷없이 나타난 유비로 인한 긴장감이 팽배한 어조로 동생인 상장군 채모와 논의하였다.
"신야로 보내는 군수와 군량은
유비가 데리고 온 삼천 군사만이 쓸수 있는 양을 보내고 있으니,
그가 군사를 더 키울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채모가 이렇게 말을 하자 채 부인은 다른 의미를 같고 묻는다.
"그것 외에... 다른 일도 알겠지 ?"
"네, 누님은 유종이 세자에 책봉되길 바라잖소, 헌데 그 일은 ...침착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항상 염두에 두라는 말이다. 그리고 유비가 형주 내정에 간섭하게 해선 절대 안된다. 유기와 손잡게 해서도 안되고..."
"네, 누님 ! 알겠소."
🔊다음 제151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