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되었습니까?
2022/3/13/사순 제2주일
루카 복음 9장 28ㄴ-36절
변화의 종착지를 향하여
삶은 변화의 연속입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오늘 하루치 에너지를 써서 소모되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도를 품고도 남음이 있는 단단한 성전도 오늘 하루치 분량만큼 시간 속에 마모되었습니다. 우리 몸속 세포 또한 잠시도 멈춰 있는 법이 없어서 낡은 세포는 새 세포로 끊임없이 교체됩니다. 오늘 복음은 이처럼 변화의 강물에 실려 흘러가는 우리가 삶의 마지막 목적지에서 만나게 될 풍경을 미리 보여줍니다. 세 제자만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옷은 하얗게 번쩍였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좋고 행복해서 베드로는 아예 거기서 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잠깐으로 그쳤지만, 매 순간 변화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 우리 삶 전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삶은 결코 의미 없는 변화의 연속이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생존 자체를 위해 무의미한 변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을 알고 있고,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애쓰는 존재입니다. 가엾지만 숭고합니다. 지치지만 보람찹니다. 변화로 가득 찬 삶 속에서 운전대를 잡은 영혼이 올바른 길을 따라 달리면, 마지막 순간에는 오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 그대로 변화할 것이라는 사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안이 되어줄 것입니다.
김경민 신부(제주교구 서귀복자성당)
생활성서 2022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