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방송하는 6시 내고향 월요일편에 보면 청년회장이라는 코너가 있다. 2~3명을 거쳐 현재 출연중인 청년은 앞서 진행하던 선배들에 비해 훨씬 열정이 넘친다.
경차를 타고 특정지역의 재래시장을 방문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분들을 집까지 태워다준다. 처음에는 혼자 노점을 하시는 여성분들의 팔다남은 물건들을 들고다니며 땡처리로 완판을 해준 후 집까지 퇴근해주던 포맷에서 현재는 노인들의 시골집을 찾아가 그들이 요청하는 농사일까지 거들어 주는 포맷으로 변화하였다.
도시에서 태어나 농사라고는 해보지도 않은 도시청년이 농사일을 거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일손이 부족한 노인들은 무슨 횡재라도 만난듯 이런일 저런일 염치도 없이 해달라고 요구를 한다.
한포에 20킬로나가는 퇴비를 50포 100포 운반해 달라는가 하면 고추를 비롯한 각종 모종을 심어달라는 요구에 지줏대를 세워달라, 뽑아달라 일의 요구도 각양각색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아들뻘 되는 출연자의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질때도 많다. 그럼에도 염치없어 보이는 시골노인들의 애로가 그만큼 크다는 현실의 문제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시골 농촌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세대는 70세 이상의 초고령 세대들이다. 그야말로 농사를 해서는 안되는 세대들이다. 그런데 도시에 자녀들이 살고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들은 농토를 놀릴 수 없어 무엇이든 심어 경작을 희망하게 된다.
농사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그런 일을 어떻게 노인들에게 맡겨놓는지 우리는 방송을 시청하면서 그 자녀들을 흉보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주5일 근무하는 세대에 살아가는 입장에 주말에 캠핑을 갈 것이 아니라 시골의 부모를 찾아가 농사를 거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농사일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들은 결코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 고향집 방문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수확한 농작물을 가져가라고 한다면 못이기는척 찾아갈 것이다.
내 아내는 부친의 고향인 덕적도 방문을 매우 꺼린다. 사리때를 선택해 찾아가 바닷가를 가게되면 고동을 비롯한 여러가지 해산물 채취가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아따금 차를 몰고 찾아가 차박을 하며 섬일주를 하고싶을 때가 있지만 아직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내가 덕적도를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기도 싫지만 모기보다 더 불편한 것은 섬에 거주하는 큰댁 4촌형님 가정 때문이다. 80대말의 노인부부가 농사를 하다보니 우리는 섬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농사일을 거들게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당연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아내의 가정은 장인의 정신이 "여자는 일체 농사일을 하지 않는 주의"로 자녀들을 키우다보니 농사일을 두려워 한다. 다만 작은 텃밭에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소소한 농사는 즐기는 편이다.
시골은 일이 한도 끝도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일이 많다. 텃밭 농사를 해도 비가온 후 밭에 가보면 안보이던 잡초들이 수북히 올라와 있다. 그래서 눈에 띄는대로 잡초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곡식은 보이지도 않고 온통 풀밭으로 변하고 만다. 실제로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장을 가보면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텃밭에 매달리다가 중도에 포기한 텃밭들이 적지않음을 보게 된다.
노인들이 농작물재배로 얻어지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비료를 비롯한 농약과 각종 농자재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종자값은 또 얼마나 비싸던가! 이제는 농촌에 거주하는 모든 노인들이 농사를 접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자녀나 형제들이 부담없이 방문해 쉬다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굳이 농사를 한다면 멀리 사는 가족은 말고 함께 거주하는 식구들 먹거리 정도만 재배한다면 그렇잖아도 불편한 육체를 쉴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