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도깨비에 홀려 떠난 하루 여행길
2020년 6월 18일 오전 11시반,벌건 대낮에 도깨비 같은 친구들이 선지 한그릇 하자며 귀한 이몸을 불러냈다.
불러내면 아니갈수 없는 처지라서, 끌려가듯 부리나케 달려가 탁배기 한잔에 선지국 한그릇을 우선 뚝딱 비우고....
예정에도 없는 어디 유구인가를 가보자고 하더니만,온양을 거쳐 공주방면으로 가다말고, 엉뚱한 깊은 산골마을로 납치하듯 이몸을 이끌고 들어갔다.
영문도 지명도 모른체 끌려 들어간 그곳은,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라는 오지마을 이었다.
진입로 입구에선 우거진 숲길이라서 무슨 마을이 있을것 같지도 않더니만,안쪽에 들어서니 의외로 70여호에 이르는 제법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눈이 휘둥그레졌고....
차로 맨 끝 지점에 올라서니, 흡사 유령의 집같은 저택 한채가 시선을 끈다.
호기심이 발동하야 집안으로 들어서니, 젊은 아낙네 한사람이 마당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집의 내력을 알아봤더니,온양에서 요정을 크게 하던 한 여인이 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가, 그녀가 돋아나는 잡초를 도저히 감당할수 없기에 자신들이 운좋게 사들일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집안 곳곳을 대충 돌아보니 위치도 욕심이 나고,좀더 가꾸고 잘만 꾸미면 멋진 집이 탄생될 그런 곳이라 느껴졌다.
집구경을 마치고 나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가보고 싶은 행선지를 물어 임도를 따라 다시 산속으로 올라갔다.
도로 일부가 비포장 이긴 해도 그런대로 길은 반듯하게 나있었지만,중간에 예상치 못한 큰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까닭은 강당골로 빠질 요량으로 차를 몰았는데,차량통행을 할수 없도록 도로를 완전 차단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아니 제기랄,길을 차단시켜 놓으려면 가지 말라고, 사전에 안내 표지판을 해놓지 않은건, 순전히 관할 시당국의 무책임이라 여겨져 왕짜증이 났다.
어렵사리 다시 차를 되돌려 수철리 방향으로 가게 되었고,그곳 역시 똑같은 형식으로 차량통제가 되어있지않는가!
하는수 없이 왔던 길 되돌릴 판국에 그러나 천만 다행,...차단기를 들어 올리니 길이 활짝 개문되었다.
개문된 그곳에도 멋진 팬션같은 집이 있어, 집안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리는데,뒤늦게 주인장 나타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논 집을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한마디 던진다.
나오다 보니 다행히 대문이 열려 있었고,어디로 갈까 하다 공주 천안방면으로 나가는 언덕길을 넘어갔다.
고개 넘어엔 망경산 광치마을이 나타났고,좀 더 내려가니 선문대 총장을 지내신 윤세원박사 사시던 마을 입구가 보였다.
생각 같아선 그곳도 한번 다녀오고 싶었지만, 계획이 성거면에 있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유령의 집같은 시선을 끄는 집이 보였고....
집안에 들어서니, 지붕이 없는 집이 너무도 이상했다.
드넓은 정원이 있는가 하면
옥수수와 여러 작물들을 가꾸어논 농장도 있었다.
아름다운 꽃밭도 가꾸어 놓았고.....
마을 터줏대감을 만나서....
이 마을은 산속 오지 마을이지만,지금은 팬션들이 가득 들어찬 유원지가 되었단다.
팬션 주인들은 대부분 천안 사람들이라고 귀뜸해 주기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서....
이쪽은 공주방향으로 들어가는 길
이정표를 따라 가야할 방향을 잡고....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
자전거로 오르는 산악인도 보이고...
어제 시낭송 행사에서 들어 보았던 걸어보지 못한 길이란 시가 문득 떠오른다.
걸어보지 못한 길(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 두 갈래길
나그네 한 몸으로
두 길 다 가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덤불 속 굽어든 길을
저 멀리 오래도록 바라보았네
그러다 다른 길을 택했네
두 길 모두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밟지 않은 길이 더 끌렸던 것일까
두 길 모두 사람의 흔적은
비슷해 보였지만
그래도 그 날 아침에는 두 길 모두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었네
나는 언젠가를 위해 하나의 길을 남겨 두기로 했어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지으며 말하겠지
언젠가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이게 무슨 꽃일까?
자세히 보니 꽃이 아니라, 잎사귀가 꽃처럼 하얗게 피어나 있었고....
이건 진짜 꽃이다.
이름하여 박달나무 꽃
정자에서 바라보니 천안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등산로가 나있긴 해도 별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나보다.
소나무 가지가 한쪽으로만 뻗어난게 신기하다.
이렇게 도로가 차단되어 있었다.
망경산 광치마을
여기까지 돌아보고 성거로 향했다.
고기를 기를수 있는 양어장이 될만한 둠범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들려 둠범도 살펴보고, 고사리를 한줌씩 꺾어 보기도 하였고....
귀로에서 만난 산딸기밭
산딸기 맛을 그냥 지나칠수야 없지 않는가
정신없이 딸기를 싫컷 따먹고....
어죽 대부라는 식당에서 어죽을 먹기도 했다.
9000원이라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그래도 인근에선 소문난 맛집이란다.
오늘 여행은 여기서 끝나야 했는데,어디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었어도, 쉽게 가볼수 없는 그런곳을 가보았다 생각되어, 비록 미친 도깨비에 홀리듯 떠난 나들이 길이긴 했지만,그런대로 멋진 하루 여행길이 아녔나 생각된다.
도로변에 멋스런 정원수 향나무가 있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청록원이란 정원수 묘목장
이곳에선 정원사 교육장도 동시에 갖추고 있단다.
박원장과 언제 시간나는대로, 수강신청을 해볼 작정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