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음식, 내년부턴 버리지 말고 ‘소비기한’ 확인하세요
유통기한보다 20∼50% 길지만
보관 잘하면 안전에 이상 없어
새해 1월 1일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소비기한은 다양한 실험 결과 과학적으로 먹어도 안전한 기한으로 유통기한보다 길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여 탄소 배출 감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한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제품을 섭취했을 때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의미한다. 표기법을 유통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셈이다.
소비기한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보다 20∼50% 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29개 식품 유형 100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참고값을 공개했다. 제조·유통사가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값이다. 가공두부의 유통기한은 7∼40일이지만 소비기한은 8∼64일, 유통기한이 15∼25일인 베이컨류는 소비기한이 16∼33일이었다. 초콜릿 가공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30일인데 소비기한은 51일이었다.
식품에 표시된 방법에 맞게 보관한다면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소비기한 내 섭취하면 안전에 이상이 없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 중 실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의 유효기한을 실험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뒤 액상커피는 30일, 치즈는 70일, 식빵은 20일, 냉동만두는 25일까지 일반 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안전에 문제없이 섭취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이 2007년 발표한 논문에서도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김밥, 샌드위치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유통기한의 1.5배가 넘어도 일반세균, 대장균, 저온성세균 등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관 방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세균이 급격히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우유를 구입한 뒤 실온에 보관하면 유통기한 만료일 정도에 일반세균이 급속도로 증가해 부패 기준을 초과했다. 냉장 보관하는 우유류의 경우 냉장 유통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어 8년 늦은 2031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
일본, 미국,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2018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유통기한을 식품 기한 지표에서 삭제했다. 한국은 2011년부터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10여 년 만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되면 소비기한이 남았는데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폐기한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은 연간 548만 t으로 처리 비용만 매년 1조96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식품안전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소비자는 8860억 원, 산업체는 260억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들면 탄소중립에도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발표한 ‘2021 음식 폐기물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폐기물이 만드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올해 7월 한국식품과학연구원 소비기한연구센터 개소식에서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식품 폐기가 줄어 탄소중립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