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빈정설] 노인, 빈정 상하다

[메트로]

경인일보 2012.07.18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6187

국내의 한 유명대학 학교법인이 용인에 노인복지시설인 실버타운을 분양하면서 분양안내서 등을 통해 광고했던 '9홀 골프장 평생 무료제공'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입주자들이 반발하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참다 못한 입주자들은 해당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 1심에서 승리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하는 등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17일 명지학원과 명지실버타운 엘펜하임 입주자 등에 따르면 용인 명지대학교에 인접해 있는 엘펜하임 실버타운은 2006년 12월에 준공됐으며 140.93㎡, 158.80㎡, 189.99㎡의 3가지 타입으로 총 336세대 중 현재까지 276세대가 입주했다. 이 실버타운은 사회복지 법인인 명지원과 명지건설이 함께 분양 임대했다.

분양 당시 이들은 유명 연예인 노부부를 광고에 등장시킨 분양안내서 등을 통해 '골프장이 있는 실버카운티는 처음입니다'라고 광고하고 단지내에 9홀 골프장 평생 이용과 골프장 조성 전까지 인근 골프연습장도 무료로 이용하게 해 주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준공 후 한참이 지나도록 골프장과 골프연습장 무료 이용이 이뤄지지 않자 입주자 80여명은 명지학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1심에서 "명지학원은 세대당 2천930만4천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입주자들이 실버타운 계약기간인 15년 동안 한 달에 2번, 1년에 8개월 골프장을 이용했다고 가정했을 경우로 산출된 손해배상 금액이다.

입주민들에게 무료 이용을 약속했던 인근 Y골프연습장 무료등록도 처음 6개월 동안 한 달에 14만4천원씩 지급된 이후 지금은 중단됐다.

입주자 대표 박모(75)씨는 "골프장을 평생 이용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다른 실버타운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분양가에 입주했다"며 "1심 판결의 손해배상금액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지학원 관계자는 "당초 건설과 분양을 맡았던 명지건설이 부도가 나고 현재는 학교법인인 명지학원으로 사업주체가 변경돼 초기에 진행됐던 골프장 이용 광고에 대해선 몰랐다"며 "골프연습장 이용료 지원도 소송이 없었다면 그대로 진행했을 것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말했다.

실버타운 입소 노인, 빈정 상하다

이와 같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관련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위 시설에 입소하신 분들이 참을 수 없게 된 데는 단지 실버타운 측에서 무료 골프장 약속을 어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마디로 빈정이 상했다는 얘기다.

실버타운을 '분양'받아 '입소'하면 빈정이 상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실버타운 입소 노인들이 빈정 상하지 않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실버타운의 "분양"을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은 법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의 한 종류인 노인주거복지시설, 그 중 유료시설을 의미한다.  

(유료)노인복지주택-특히 분양형-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제도'였기에 아무리 법을 고친다 한들 여전히 말이 안 될 뿐이다. 먼저 정부 ·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사회복지시설을 분양하는 것을 말함-을 해보고 말이 된다고 인정되면 그 때 민영화, 상업화를 해도 늦지 않았을텐데...관계 당국에서는 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사회복지시설을 '분양'한다는 것은 우리현실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노년)소비자의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악법'에서 나온 졸속 '행정'의 산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도 아니고 복지국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이 위험한 제도를 서둘러 시행한 결과, 결국 실버타운 입소노인들의 빈정만 상하게 한 것이다.

그나마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과 의료법인이 하는 실버타운도 이 정도인데...

(학교법인이나 의료법인의 경우는 실버타운 사업주체가 분양 후 운영을 쉽게 포기하고 도망가기는 어렵다) 

나머지 개인이나 영리법인이 운영 하는 실버타운은 어떻게 하더라도 빈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분들의 말 못할 고통을 누군가는 헤아려 주어야 한다.

차기 정권에서는 무엇보다 '인권위'와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실버타운은 먼저 법적 · 제도적으로 분양할 수 없게 하고,

그 다음 입소 노인들이 빈정 상하지 않도록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불합리한 계약(약관) 문제는 '공정위'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고,

계약 외적인 부분은 '인권위'가 개입해야만 할 것이다.

복지부는 노인들의 권익보호에 전혀 도움이 안 되므로 빠지는 게 좋을 듯하다.

이런 저런 안전장치를 마련한 선진국 조차도 이와 비슷한 시설(미국의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 일본의 유료노인홈)의 운영에 대해서는 소비자 분쟁과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실버타운은 결코 쉽게 봐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문제의 실버타운 분양 광고>

[밝은얼굴]

실버타운을 지어서 떼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이상하지요.........실버산업은 산업이라기보다는 사업이고, 비지니스보다는 지원/혹은 더불어 삶에 가깝습니다.

[메트로]

노인복지도 사회적 기업, 생협 등을 통해 활성화 되어야 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무리들-부도덕 영리기업-은 복지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몰아 내야 합니다.

[밝은얼굴]

맞습니다...맞고요.

[김광현]

잘 보았습니다...메트로님 말씀 구구절절 다 옳은 말씀입니다...
복지문제를 너무 안일하고 쉽게 보는 탓 인것 같습니다...
광고를 보면 강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골프장 앞에서 골프채를 들고 있네요...ㅎㅎ...그런데도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하네요...ㅎㅎㅎ...참고로 광고에 나오신 두분 지금 황혼 별거중이신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