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글이 깁니다. 워낙 짧게 쓸 줄을 몰라서요.
* 본론은 '4.' 부터 이니, 넘기셔도 됩니다.
* 그런데 이런 글을 쓸 게시판이 없군요...;;
1. ≪드래곤볼≫의 액션
요새 ≪드래곤볼≫에 대해 힘이 빠집니다. 슈퍼가 재미없어서도 아닌데, 뭐랄까- 맥이 끊깁니다. 그런 김에, 그냥 제가 봐왔던, '드래곤볼 시리즈' 전체에 대해 초고도 없고, 퇴고도 없는 일사천리(-가 되면 참 좋을 법한-) 비평이나 해보렵니다.
"야, 초싸이언이랑 슈퍼 사이어인이랑 누가 더 쌔냐?" 20년 전에 문방 구 앞 뽑기에서 손오공이던 베지터던 뽑고 다른 애들이랑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아마 지금도 맥락은 다르지 않습니다. 누가 더 강한가. 전 이 주제가 ≪드래곤볼≫의 발목을 너무 꽉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래곤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를 '시원스러운 액션'이라고 합니다. 일부는 '전투씬'이라고 하는데, 이는 조금 다른 말입니다.
예를 들면, ≪블리치≫는 액션 보다 정지된 한 컷에 힘을 쏟습니다. 그사이에 대사가 들어가고, 전면이 드러나거나, 시간이 흐른 다음, 다른 동작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전투가 연결되기보다, 영사기에서 필름을 찍어주는 듯 합니다. 전투 씬은 있지만, 그 안에 많은 동작(액션)이 담겨있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 뒤로 갈수록......)
≪원피스≫는 등장인물 다수의 동작이 다수의 컷에서 함께 그려집니다. 배경과 대사도 빼곡합니다. 그래서 장면들이 매우 풍부하면서 분산되어 혼란스럽고, 시각적으로 피로합니다. 반대로 ≪원펀맨≫은 정말 단순하게 화려합니다. 연속된 순간을 다양한 컷들로 연결합니다. 혹은, 평이한 흐름에서 결정적인 한 순간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화려하면서, 시원스럽고, 호쾌합니다. 이 두 만화는 전투씬도 화려하면서, 그 안에서 액션도 잘 연출합니다.
그리고 ≪드래곤볼≫은 전투 씬이 아닌, 액션에 큰 장점을 가집니다. 바로 컷(공간)의 활용입니다. 한 컷 안에 매번 다양한 동작이 섞입니다. 이 동작들이 한 컷 안에 잘 녹아듭니다. 이 컷 안에 담긴 액션은 다음 컷과 연결될 때의 여백. 즉, 시간의 흐름이 끊기지 않은 채로 흘러갑니다. 굳이 예찬하면, '만화'에서 '컷'을 가지고 놉니다.
물론 누가 더 잘 그리냐, 어느 만화 전투 연출이 더 낫냐는 참 무의미한 논쟁입니다. '화풍'은 스타일의 차이지, 누가 더 잘 그리고 못 그리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는 원펀맨의 전투씬이 드래곤볼보다 훨씬 낫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 화려함과 속도감은 최근 소년 만화에서는 쉽게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원펀맨은 드래곤볼의 액션과 같은 특징을 갖진 않습니다. 컷 하나에 공간감을, 캐릭터에 입체감이 있는 그림으로 전투를 끌고 나가는 만화는 아니죠.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2. 오리지날 시기와 Z 시기의 차이
왜 이렇게 길게 드래곤볼의 '액션'을 끌고 왔냐면...... ≪드래곤볼≫ 시리즈 대부분이 일부 '전투씬' 하나로만 평가되거나, 그것만이 장점이거나 하는 식의 말들을 가끔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원작 ≪드래곤볼≫의 액션이 그렇게 화려한 편은 아닙니다. 다만 애니메이션 드래곤볼Z에서 연출된 것이 원작에 없던 속도감을 잘 살렸다,고 할 수는 있을 겁니다.
≪드래곤볼≫은 균형감각도 있습니다. 밸런스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쉬울까요. 이 밸런스가 좋다는 것은, 적과 아군의 강함의 척도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데 있습니다. A보다 B보다 강하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이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오로지 순수한 파워대결로 싸움 구도가 잡혀 나갔기 때문입니다.
흔히 파워 밸런스가 좋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는데- 아주 틀린말은 아닙니다. 모든 등장인물을 놓고 본다면, ≪드래곤볼≫에서 나타난 파워업 과정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단지, 일일이 설정 하나하나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땜빵 하듯 잘 때워서 납득이 가는 정도였다, 는 거죠.
그런데, 조금 꼬아 보면, '원래부터' ≪드래곤볼≫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한 힘 vs 힘으로 흘러가는 전투 양상이 드래곤볼의 전투 흐름의 모든 것은 아니죠. 누가 누가 더 강하냐 보다는, '어떤 누군가가, 어떤 누구를 어떻게 이겼는가?' 라는 부수적인 설정이 붙어왔습니다.
야무치가 여자에게 약하다는 설정이나, 오룡이 뛰어난 변신술임에도, 변신만 잘한다던가. 손을 대야만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당근 토끼. 설정만으로는 모든 악인에게 우위인 아크맨. 무술의 신인 무천도사. 빠르고 철저한 암살자였던 타오파이파이. 초능력을 사용하던 차오즈. 뭔가 대단한데 모자랐던 피라후 일당 등 오리지날 시기를 끌고 가던 전투는 꽤 다양한 측면에서 잔재미를 주었고, 순수한 힘의 대결이 아닌, 그 과정 자체에 재미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무술대회편에도, 기본 베이스는 '격투'임이 분명하지만, 나무, 잭키찬, 신, 천진반, 인간늑대 등 개성적인 전투가 가능했죠. 물론 에피소드의 보스전인 피콜로 대마왕이나 마주니어, 천진반의 경우 순수하게 '격투'만으로 승리를 취했지만, 여기까지 닿는 이야기들에서는 단순히 힘만으로 모든 것을 쓰러뜨렸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또한 이때는 '기' 라는 것도 독특한 설정이자, 색다른 능력에 해당했으니까요.
어떤 '능력자' 스러운 면모가 분명히 오리지널 시기에는 담겨 있었고, 이후에도 조금씩 있습니다. 기뉴특전대는 나름대로 각자 특별한 특기나 능력을 가지고 있고, 프리저도 금력 묶기 같은 초능력을 사용합니다. 인조인간은 기를 흡수하기도 하고, 무한하기도 합니다. 셀은 변태와 부분적 재생을 하는데 이 설정이 발전돼서 마인부우가 됩니다. 부우는 완전한 재생과 완전한 흡수를 하죠.
하지만 이런 재미난 능력들이, 어느새 '힘 vs 힘' 구도에 묻힙니다. 아이러니하게, 그런 만큼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전투씬, 전투력, 파워밸런스, 호쾌함, 최강자, 이런 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힘 vs 힘' 구도가 깊숙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변수가 없으니까요.
언제부턴가, 초능력은 상대가 너무 강하면 아무 소용 없게 돼버립니다. 참, 재미없죠. 특수 능력도 안 맞으면 장땡입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럼 있으나 마나 합니다. 차라리 코가 없다는 걸 깨닫고 박테리안을 물리친 크리링이 좀 더 재치있는 전투를 펼쳤습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신체 능력에 의존된 전투 양상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분명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드래곤볼≫시리즈가 있는 것이고, 이만큼 끌고 온 것이니까요. 무술대회 없었으면 연재 잘릴 뻔했을 정도였으니...... 다만, 원작의 전투들이 무조건 힘 vs 힘은 아니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그 비중이 오리지널에서 Z로, 그 뒤로 갈수록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드래곤볼≫이 가졌던 한계
완벽한 만화는 아닙니다. 앞서 말한 전투가, 너무나 힘 대 힘 구도로 가다 보니 문제가 생깁니다. 적군과 아군은 항상 강해지는데, 꾸준히 벌어지는 다른 인물들과의 차이, 적과 아군의 차이 또한 나날이 커져갑니다. 이것을 납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파워 인플레는 필연적이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그렇게 개연성이 없지도 않습니다. 오반이 터무니없이 약해진 것도, 공부해서 이고, 그 와중에 오공과 베지터는 수련했고, 그러니 격차가 커집니다. 프리저전 종료 후, 베지터는 혼자 수련하여 짧은 시간 동안 오공과 대등한 전투력을 갖춥니다. 같은 시간 동안 오공은 큰 성장이 없었죠. 분명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이유는 작중에서 나타납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일관된 편은 아니다 보니, 인물 간 강함의 편중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에 따라 납득을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건 연출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워낙 드래곤볼이 자잘한 것들을 굳이 설명하고 넘어가는 만화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적당히 강해질 이유가 있으면 필요한 만큼 강해지는 만화입니다. 엄청난 파워 인플레이션의 이유는 그 '적당 적당함' 입니다. 그리고 그 적당적당함때문에 만화를 읽는 데 어려움도 없고, 복잡함도 없고, 단순하고 이해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가졌던 한계는- 만화였기 때문에, 어쩌면 토리야마였기에 가졌을지도 모르는 연출입니다. 잭키춘이 달을 박살냈고, 베지터도 지구를 박살 낼 뻔 했던 데다가, 프리저는 나메크성을 날려버렸고, 셀은 태양계를 위협합니다. 부우도 지구를 날려 먹었죠. 하지만 인물들이 강해지는 만큼의 여파. 즉, 영향력이 작중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이런 연출과 대사들의 역할은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해설'입니다. 실제로 일부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은 이런 해설을 도맡아 하곤 합니다. 크리링이나, 피콜로 같은 2선에 있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흐름과 일부 설정, 힘의 척도를 해설하죠. 토리야마가 이걸 참 잘합니다. 만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진행이 빠른 데는 그런 해설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설명하는데 대사 가득한 원피스나, 설명으로 전투 끝내는 블리츠를 보자면 차이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그림으로 표현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체감이 안됩니다. 굳이 달을 파괴한다고, 카메하메하가 달에 적중하여 파괴하는 연출은 하지 않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잭키춘이 달을 박살냈다, 라는 사실만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오공의 비밀은 달이었다- 이게 이야기 흐름에서 필요한 설정입니다. 달을 파괴하기 까지의 컷은 오히려 낭비일 수 있습니다. 반면 원펀맨의 경우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연출에 힘을 씁니다. 그래서 와 저거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가 나오죠.
이 차이는, 대사에서 멈춰버린 베지터의 지구 부수기나, 셀의 태양계 파괴 같은 설정, 강함의 척도가 사실은 구라 아냐? 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듭니다. 결국,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죠. 하지만, 토리야마에게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대사로 설명했으니까요. 이게 ≪드래곤볼≫이 가지고 있었던 단순함인데도요. 다만, 저런 연출이 부족했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얼마나 강해지던 머리가 길어지는 차이 말고는 체감되기 힘들었습니다. 대사만 남게됩니다.
기가 무한한 인조인간, 재생하는 셀, 완전한 죽음이 없을 법한 부우 등 갈수록 '죽이기 힘든 적'이 나타나는 이유도 연결됩니다. 더욱더 강한 공격과 전투가 연출 돼야 하는데, 그 연출 속에서 화려하든, 강력함이던, 어떤 체감을 주기 위해선 부서지고 깨지고, 폭발하는 연출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구를 부술 수는 없고, 허허벌판을 부순들 차이도 없고. 그래서 적의 신체를 파괴 합니다. 다시 '재생'하면 되니까요. 완전한 재생이 가능한 부우는 결국 그 강력한 힘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난, 어려움을 잘 보여줍니다. 다만, 이 경우도 등장인물의 신체가 파괴되는 정도에 그칩니다. 주변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괜히 지구가 만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드래곤볼≫은 등장인물이 가진 힘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연출의 한계가 너무 일찍 드러났습니다. 초반부에서 이미 행성을 파괴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그 뒤는 그들이 전투할 수 있는 표현의 범위가 매우 한정됩니다.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에서 대기권 전투를 보고 환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드디어 지구권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애니메이션인 만큼 연출의 폭도 넓어지기도 했지요.
4. <드래곤볼 슈퍼>의 문제아닌 문제
다시 간단히 정리해 봅시다.
≪드래곤볼≫은 그 특유의 시원스러운 액션성이 큰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순수한 힘대힘의 전투가 주력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연출의 한계가 너무 빨랐기에 강하다는 체감을 주기가 힘들었습니다.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이 전투 구도이다 보니, 강해지는 방법도 변신의 변신, 합체, 또 변신.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토리야마는 그 '변신'이라는 '똑같은 바리에이션'을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초사이어인 갓'이 등장합니다. '신의 기'라는 개념을 설정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가 <드래곤볼 슈퍼>에는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힘의 대결에서 뭔가 색다른 기의 활용이나, 기의 본질에 대해 따질 수 있습니다. 신이란 무엇이고, 신의기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차이는 무엇인지.
우주 무술대회에서 정말 다양한 능력자들이 등장할 수 있던 것도, 원작에서 드러났던 천편일률적인 배틀 구도를 벗어나려 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힘'이 전부가 아닌, 어떤 다양성을 보여 줄 수 있었죠. 그런데! 그 똑같던 변화를 깨고 독창적이고, 새로운 설정들로 다시 메꿔가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블랙 오공 에피소드와 골드 프리저 에피소드는 원작의 전투 구도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물론 이 힘의 대결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습니다. 누가 더 강해야 결과가 나오니까요. 편법으로 이길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전투 양상은 간혹 맥을 다시 잡아주는 역할로 쓰일 뿐, 클라이막스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위 두 에피소드는 모든 흐름이 그냥 '힘세면 장땡'이거든요. 이래서는 변한게 없습니다.
변한 것이 없는데, 가끔 달라진 설정과 시도(도전)를 합니다. 결국 지구인들이 다시 등장하는 에피소드나, 무술대회의 진행들이 역으로 잘못된 것이고, 도리어 불만을 자아냅니다.
결과적으로 <드래곤볼 슈퍼>는 '신의 힘'이나, '초사이어인 갓'이나, '파괴신' 같은 특별한 설정에서 아예 손을 놓게 됩니다. 초사이어인 블루와 기존 초사이어인 시리즈의 차이를 못 느끼게 됩니다. 신의 힘이 있다고요? 그래서 그 '신'이라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것이 설명되지 않는 이상, 이 이야기가 풀리지 않는 이상은 신이고 뭐고 강하면 다 됩니다.
이 '신'이라는 것을 풀어낼 수 있던 에피소드가 바로 블랙오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야기 맥락이 그런 게 아니었죠. '신의 힘'에 대해 푸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작 해프닝이되버립니다. 물론 자잘한 특수능력이 더 효용이 없을 정도로 끌고 왔던 원작이 있으므로- 그런 설정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다만, 아예 파워업 바리에이션을 깨버리고 새롭게 다양한 능력과 설정을 보일 생각이었다면- 정말 저런 구조를 탈피할 수는 없었는가. 조금만 리스크를 갖고 도전하면 안됐나, 이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5. 만약, 원작 ≪드래곤볼≫을 포기 할 수 있었다면?
이미 원작에서 파워 인플레이션이 크게 일어났었고, 그 때문에 어떤 새로운 설정들이 곁가지를 치려 해도, 별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오공이 저렇게 강한데 고작 저 반지에서 나온 빔 하나로 쓰러지는 게 말이 돼?"
이런 물음이 나오는 이유. 결국 그 '순수한 힘'이 모든 능력과 설정을 무시할 정도로 원작에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변수도 용납 할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그렇진 않았다 해도, 결국 42권 끝에 남은 것은 "와 우부 부우 환생이라더니 오공 노멀이랑 막상막하로 강하네!" 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아예 원작을 포기 한 채로, 새로운 시리즈를 그릴 수 없었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양한 능력의 설정과 세계관의 확장, 그리고 적절한 파워 인플레이션은 딱 프리저 전 이후 진행되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프리저전 수준이라면 그리 납득이 안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있던 시기도 아니고, 드래곤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모두 끝났던 시기니까요.
특히 블랙오공에서 나타나는 미래 트랭크스의 활약은 원작 인조인간 스토리와 이어져, 새로운 미래 트랭크스로 자리 잡을 수 있기도 합니다. 정말 단순하게 캐릭터만 보자면 말이죠. 최소한 프리저전시점까지는 자잘한 능력을 갖춘 기뉴 특전대나, 변신하던 프리저 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과 스토리로 어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지구인들도 약하지만, 강해질 여력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기존 원작이 가지고 있었던 브랜드 파워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원작 일부만 빌려서, 그 뒤를 깨버리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결단이기도 합니다. 여러 드래곤볼 극장판들이 결국 원작 안에 진행되는 스토리가 아닌 평행세계로 끝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처럼요. 그래도, 결국 토리야마가 결단을 할 수 있던 기회기도 했고,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면- 정말 기존 드래곤볼과 다른 전혀 새로운 ≪드래곤볼≫이 될 수 있던 게 아닐까......?
뭐 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길고 긴~ 잡설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엄청난 장문... 잘 읽고갑니다.. 파워인플레이는 이미 무너지고있던시점이였을지도모르죠.. 동인지그리던사람인 도요타로라는분이 그리고있고 또 토에이는 돈좀아끼자고 아마추어인들한테 맡기는현상도 배재할수없구요.. 작붕논란에 액션신이 부족함에 느끼는건 어쩔수없지만.. 기존에있던걸 고집하지말고 다르게진행시켰다면 더 나은결과물이되지않았을거라는걸 생각해봅니다 ㅎㅎ
도요타로는 AF를 연재 했을 때도 원작의 동세를 자주 모작했습니다. 지금도 꽤 원작에서 쓰였던 컷이 자주보이죠. 동일한 컷인데 그 입체감은 비교가 안됩니다. 이건 도요타로가 그림을 못그려서가 아니라, 토리야마가 그림의 신이라 그래요. 기본 덧선 없이 바로 그림을 그려도 완성도가, 디테일이 살아있을정도니까요.
슈에이샤 입장에서는 토리야마에게 원화를 맡길 수 없기에, 기존 작가들 중 그 느낌을 갖고 있는 도요타로를 선택한 것이겠지만. 격차는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돈 아끼자는 목적은 아니죠. 슈에이샤는 만화에는 굉장히 신경 쓰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작가든 만화든 원작이 너무나 뛰어난게 가장 큰 허들이네요.
상당히 흥미롭고 공감이 갑니다.
저도 항상 느끼던게 새로운 시리즈인 '드래곤볼 슈퍼'는 새로 시작하는 만큼 세계관 확장과 더불어 힘과 힘의 대결 구도에서 좀 달라졌으면 했거든요.
이런 말은 일부 팬들한탠 화가나는 발언일수도 있겠지만 전 '전투력 놀음'이 싫었습니다.
말씀대로 드래곤볼은 타만화에서 하는 세세한 설정과 설정묘사는 살포시 넘어가고 시원스레 전개되는 스토리와 액션이 좋았고 그걸 강점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단순 '수치의 강함'에 얽매여버리면 드래곤볼의 강점이던 시원스런 전개와 액션에는 집중이 되질 않더군요.
그렇기에 오히려 타능력자 배틀에서 보여주던 '기술 하나 못배워서 주인공이 끙끙거리고'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새 기술 하나 성공 시켰다고 전투의 흐름이 역전'이되는 그런 전개가 일절 없는 드래곤볼이다보니 더욱 좋았구요.
그런데 새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적들의 유형이 능력자 배틀물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많아지면서 '와, 능력자가 판치는 타우주에서 순수하게 육체의 힘으로만 대응하는 전개가 나오겠구나!' 했는데 후에는 또 전투력 놀음이 되니 실망이더군요.
그래도 이번 전우주 서바이벌 대회에서 그나마 타 우주윽 캐릭터들이 힘만이 아닌 신기한 능력으로 무장한 적들이 알음알음 보이는걸 보니 전 꽤 흥미가 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