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미국 뉴욕 국립자연사박물관장 앤드류는 8대의 자동차와 150마리의 낙타를 이끌고 몽골 고비사막을 탐험하고 있었다. 한번 불어닥치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매서운 모래폭풍과 수시로 변하는 자연 속에서 이들은 수많은 공룡골격화석과 공룡알둥지를 발견하였다.
이들에 의해 발견된 공룡알은 공룡이 파충류나 새처럼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세계인에게 알리게 되었고, 그때부터 각 대륙에서 본격적인 공룡화석 발굴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이들의 탐험 목적이 포유류의 뿌리를 중앙아시아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10년간 고비사막 대탐험에 의해 공룡의 종류가 무한함을 일깨워 주었고, 파충류와 포유류간의 진화나 생활사 등을 과학적인 사실로 제공해 주는 업적을 남겼다.
이들의 탐험에 의해 무수한 공룡화석들이 8천만년의 긴 잠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이후 이곳에서는 구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공룡탐사와 지질조사가 이루어졌고, 1963년도에는 폴란드·몽골팀에 의해 고비의 투구릭지역에서 또 하나의 아주 귀중한 화석이 발견되었다.
육식공룡 벨로키랍토르와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가 서로 뒤엉킨 자세로 발견된 것이다. 이들 모습을 재현해 보니 어린 벨로키랍토르가 날카로운 앞 발톱으로 어미 프로토케라톱스의 배를 찢고 있고, 프로토케라톱스는 필사의 몸부림으로 벨로키랍토르의 목을 물고 있는 장면이 죽을 당시 그대로 생생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들 공룡들은 때 마침 불어오는 모래 폭풍에 손 쓸 겨를도 없이 그대로 묻혀 버리고 만 것이다. 모래 폭풍이 없었다면 이들의 싸움 결과는 어떠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아무튼 이 화석의 발견으로 육식공룡 앞에 무력하게 무너져 버린 초식공룡이 아니라는 점과, 당시의 혹독한 기후 속에서 이들의 생존 경쟁이 얼마나 뜨거웠느냐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
고비사막은 지금 황량한 모래언덕과 대초원으로 변해있지만, 이들 공룡들이 살았던 8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후기 때는 수많은 강과 호수로 이루어진 환경이었으며, 이곳에는 공룡 외에 악어, 거북이, 포유류 등의 육상파충류들이 풍부하게 활동한 지역이었다. 이 곳의 퇴적 시기와 환경은 현재 전라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공룡화석지들과 거의 동일한 백악기 후기 시대로 공룡들의 생태나 진화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지역 중에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공룡들은 이 곳에서 생활하다가 죽었으며, 이들은 오랜 시간동안 이곳에서 화석으로 퇴적되어 있다가 모래 바람과 비에 의해 조금씩 풍화되어 서서히 지표에 노출된 것이다.
우리 지역의 화석들은 너무 단단한 지층 속에 숨어 있어 대규모 장비를 동원하여 발굴하고 있지만 고비사막은 간단한 손도구로도 화석을 발굴할 수 있는 지형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룡들을 고비사막 외에 울란바토르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곳에는 후에 티라노사우루스로 명명된 거대한 타르보사우루스가 전시되어 있으며, 알도둑으로 오인된 벨로키랍토르, 일명 타조 공룡으로 불리우는 갈리미무스, 프시테코사우루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토케라톱스 등의 다양한 공룡들을 볼 수 있다.
몽골하면 우리에게는 다음 몇 가지가 떠오른다. 한때 유럽과 아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지배했던 징키스칸과 강인한 몽골인들, 가장 혹독한 날씨 속에서 삶이 아니면 죽임임을 가르치는 몽골 어린이들의 성년식과 유목민의 후예들,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과 무한한 화석의 보고인 고비사막, 그리고 ‘몽고반점‘의 상징인 우랄알타이 민족계열 등 우리에게 몽골은 그리 낮선 땅은 아니다.
우리들이 그들 고유의 문화와 자연을 알고자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 허민 교수 약력
-전남대 지질학과(이학사), 서울대 지질과학과(퇴적암석학, 이학석사), 고려대 지질학과(고생물학, 이학박사), 영국 웨일즈대 박사후과정
-영국 웨일즈대 객원교수, 일본 시즈오카대, 일본 후쿠이공룡박물관, 중국 고척추고동물고인류연구소, 캐나다 티렐박물관 연구교수
-해남 우항리, 보성, 화순, 여수공룡화석지 발굴 및 연구책임자, 경남 하동·마산공룡화석지 등 발굴 및 연구 참여, 공룡국제학술심포지움(3회) 조직위원장,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한반도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지정을 위한 잠정목록 자문교수 및 참여, 공룡박물관건립기본계획 연구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