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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 문경의 사찰 몇군데를 돌아보며 2008/05/12 봉천사-양진암-대성암-김룡사-대승사-윤필암-묘적암
알려지지 않은 절 봉천사.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초파일을 맞아 사찰 순례에 나선다. 점촌의 동쪽을 흐르는 영강을 지나 호계면의 잿봉서 꼭대기 막다른 골목을 지키듯 자리잡고 있는 봉천사는 불교 명절의 최고인 초파일인데도 적막하다. 멋진 소나무와, 탁트인 전망과 절마당의 마당 바위가 어울리는데 신도 몇 사람만이 마당에 안치된 부처에 예불을 한다.
양진암 운달산은 문경의 삼대 사찰 중 하나인 김룡사가 자리하고 있어 주변에 양진암, 대성암, 화장암, 금선대를 거느린 사찰 군을 이룬다. 양진암은 요 근래 조경을 많이 하여 넉넉함이 밖으로 드러난다. 초파일은 누구에게나 인심이 좋아서 사찰 특유의 음식대접을 받는다.
대성암 양진암은 손질이 잘된 암자이지만, 대성암은 옛 모습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어 시골의 고티 억력한 종가 같은 인상을 풍긴다. 동쪽을 향해 거울에 비친 ㄱ자 형 건물이 색다르다. 좌우 뒤바낀 ㄱ 의 가로 부분이 차방으로 사용되는 마루이고 처마마다 마루를 뺸 2중 구조의 건물이다. 차방에서 차 한잔과 과일을 대접 받고 본절인 김룡사로
김룡사 몇년전 불이 나서 강당을 태워 버렸는데 감쪽같이 복원시켜, 화재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화재 이후 절 건물이 훨씬 늘어 난 게다. 초파일 마당이나 곳곳에 달리는 연등의 숫자는 그 사찰의 세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참선보다는 기복으로 흐르는 신앙의 흐름이 보인다. 달라진 이곳 저곳의 풍경을 담고 사불산 기슭으로.
대승사 사불산(공덕산)을 등에 지고 역시 문경 삼대 사찰 중 하나인 대승사도 몇년 사이에 못 보던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특히 템플 스테이 시설인 도자기 체험 시설은 불교가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변화가 아닐까 한다. 나는 바위위에서 꼼짝 않는 다람쥐 한마리를 만나 한참 동안 자연을 배운다. 놈도 꽤나 적적했는지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꼬리를 까닥이며 눈을 맞추어준다.
윤필암 비구니 스님의 정갈함이 그대로 절 전체에 골고루 배어 있다. 곳곳의 야생화 단지나, 나무들까지도 깔금한 단장을 하고, 티끌 하나 보이지 않고, 잡초가 섞이지 않은 잔디 마당. 그런 것들에 이끌려서인가 사람들이 언제나 북적이는 암자이다. 특히 부처가 안치되지않은 사불전은 사불산 줄기의 바위를 향해 커다란 창을 내어 놓아 불단을 만들어 놓아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지만 실은 사불산의 바위가 사불암으로, 네면에 부처가 조각되어 있어 사불전에 모신 셈이다. 사불암에 올라 보면 사실은 바위는 올랜 풍상에 시달려 부처상의 희미한 흔적 뿐인데 산 이름이 사불산이 되고, 윤필암에서 사불전을 만들어 예불하니 구전이든 기록에서든 중요시되는 불교 유적일 게다.
마애불 윤필암에서 묘적암으로 가는 도중 안내판 없이 잡초가 무성한 돌계단을 20여미터 오르면 거대한 바위 벽에 표정이 특이한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표지판이 없어 아무도 마애불이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도록 일부러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인가
묘적암 나옹선사가 은둔처로, 참선의 장소로 의외로 고승들의 머무름이 잦았던 암자란다. 스님의 말 마따나 묘하게 고요한 곳이라나. 볼품 없는 건물하나와 좁은 문 하나인데. 그럴게야. 깨달음은 거침없는 나를 찾는 게 아닐까 한다. 거추장스런 삶의 고리 다 뿌리치고도 평온한 상태. 어허 참 언제 니가 불교에 들어서기나 했냐. 그저 절이나 돌아보게나. 묘적암을 돌아 하루를 마무리 하니 일년에 한번 공개되는 봉암사를 들러지 않은 게 조금은 아쉽지만 절은 절인 게다.
2008/05/13 구미 야은의 산돌 |